어디 귀신 들린 동네 한 번 구경해보자!

뱀파이어.

흡혈귀들이 자기네들 사이에 섞여들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제 와서 놀란 척이라도 할 프라그 주민이 남아있기는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흡혈귀들이 프라그 사회 속으로 얼마나 깊숙히 파고들었는지, 놈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다들 까무러칠 테지만요.

흡혈귀 오염은 무엇보다도 도시의 상류층인 보야르 귀족가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개중에서도 우프리노프, 바실리코프, 칼라시니빅 이렇게 세 가문이 대표적이죠. 바실리코프 가문은 스스로 바샤네쉬의 후손이라 주장하곤 합니다. 최초의 흡혈귀 대공들 중 하나 였던 이의 핏줄이라고 말이죠. 그러는 한편 칼라시니빅 가문은 자기네들 핏줄이 라미아 혈통에서 이어졌다고들 합니다. 수 세기 전 키슬레브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유명한 흡혈귀 짜리나의 피를 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자기네들이야 말로 키슬레브 옥좌의 진정한 주인이라나 뭐라나요. 우프리노프 가문은 이런 헛소리 대잔치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습니다. 흡혈귀 사회의 내부적인 투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죠. 프라그의 흡혈귀들은 여러 보야르, 드루지나 귀족들 거기에 도시를 드나드는 상인들에게도 비밀스럽게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언데드가 아닌 살아있는 멀쩡한 사람들임에도 흡혈귀들의 마술에 사로잡히면 어찌할 수 없게 되는 거죠.

프라그 시의 구역들.

1. 성문과 다리들.

프라그의 육중한 성벽에는 세 개의 큰 문이 나있습니다. 그중 남쪽 문은 '워터 게이트'라 불리죠. 도시의 중앙을 통과하는 린스크 강변을 따라 여러 선박들과 주요 가도가 통과하는 길입니다. 동쪽으로는 '마운틴 게이트'가 있습니다. 그대로 월드 엣지 마운틴 산맥까지 쭉 이어지는 길이죠. 마지막으로 북문은 '가고일 게이트'라 불립니다.

북문의 이 별명은 성루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흉측하리만치 생생하게 묘사된 가고일 석상들 때문입니다. 이 석상들은 배수구 역할도 해서 가고일의 입을 따라 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게 고안되어있죠. 허나 대전쟁 당시 혼돈의 힘이 도시를 휩쓸고 간 뒤로 이 가고일 석상들은 좀 더 이상한 무언가로 뒤틀려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북문 아래를 지날 때 결코 고개를 들어 가고일 석상들을 올려다보아서는 안된다고 여행자들에게 경고합니다. 석상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불운이 닥친다고요. 놈들의 사악한 눈길에 사로잡히면 그날 밤 가고일들이 당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먹어치우러 찾아온다나요. 이 경고들이 다 헛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북문을 방문했던 몇몇 여행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시야의 가장자리에 가끔씩 들어올 때마다 가고일 석상들의 얼굴이 뭔가... 매번 달라지는 것 같았다고 증언합니다.

흠터레스팅...

도시의 최남단에 위치한 다리는 '칼스브릿지'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프라그의 옛 지도자였던 즈'라 칼 12세의 이름을 딴 곳이죠. 칼 12세는 남부 키슬레브 옥좌의 폭정에 대항하여 처음으로 프라그에서 분리주의 독립운동을 일으켰던 군주입니다. 그만큼 강대했던 군주의 이름을 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리는 짐마차 두 대 정도는 가뿐하게 나란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규모 있는 건축물이죠. 다리 양쪽으로는 난장이 장인들의 손으로 건축된 우아한 탑들이 솟아있습니다.

도시의 북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거기에는 '엠티 브릿지' 혹은 '데스 브릿지'라고 불리는 다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왜 재수없게 이딴 이름이 붙었냐구요? 바로 이 다리가 전통적으로 구도심에서 징집된 민간인들이 병사로 훈련받기 위해 성채로 향하던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예 '텅 빈 다리'요. 전형적인 키슬레브식 말장난이 들어간 명칭이 아닐 수 없습니다.(대충 징집되어서 그 다리 지나갔던 애들은 다시는 안 돌아온다 이 말이야.)

야밤에 이 다리 위를 건널 일이 있다면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밤중에 이 다리 위에 서면 무언가로부터 뒤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답니다.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보면 저 멀리서 두건을 뒤집어쓴 어두운 형체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나요. 그 정체모를 것들은 금방이라도 당신을 낚아챌 듯이 바짝 뒤를 쫓아오지만 결코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죠.

무엇이지? 굳건이를 형상화한 것인가?

대충 도시 전체가 나폴리탄 괴담 집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