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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핫산] 악몽을 꾼 일등성앱에서 작성

야부어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1.27 11:14:17
조회 3613 추천 4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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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따르르르르릉!!​





"우와아앗⁉+"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등에 찰싹 달라붙은 잠옷의 촉감이 기분 나쁘다. 자고 일어나 권태감이 느껴지는 몸에 겨울 아침 특유의 추위가 감쌌다.


"우와, 땀이 엄청나네.."


등 뿐만 아니라 목과 겨드랑이도 땀투성이였다. 원래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인 나로서는 처음 보는 양의 땀이었다.


'뭐지, 속이 안 좋아...'


있을 리 없는 무언가를 억지로 비틀어 넣은 것 같은 불쾌감에 가까운 위화감이 든다. 잠옷을 넘겨 확인해봐도, 거기 있는 건 흠집 하나 없는 내 배 뿐이었다.


'기분 탓인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실제로 그럴듯한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신경쓰지 말자.


'몇 시지...'


어둠이 가득한 실내에는 커튼 너머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나? 머리맡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을 때...


'어? 그러고 보니 자명종 소리가...'


문득 깨달았는데, 내 방에는 자명종이 없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독특한, 묘하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가.


'무슨 꿈이었더라...'


다음으로 의문을 느낀 것은 자신이 꾸고 있던 꿈. 온몸에 흠뻑 젖은 땀을 보니 아마 나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엄청... 싫었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꿈의 잔재라고 생각되는 아주 작은 조각들이 있다. 그것들을 주워 모아 연상해 보기로 했다.


진홍색 물...


쇠냄새...


날카로운 칼...


뜨거운 통증...


싸늘한 몸...


흐릿한 시야...


찢어지는 절규...


그리고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것은,


'베가가 울고 있었던 것 같은...'


애마 어드마이어 베가의 슬픈 표정,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것이 기름때처럼 뇌리에 달라붙어 있다.


'왜 울고 있었지...?'


끙끙대며 고민하기를 몇 분. 불완전한 기억을 응시하던 중,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우와앗⁉+"


조용한 공간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 방문객에 의해 유린당했다. 짧은 간격으로 울리는 띵동 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부술듯 두들기고 있다.





​쿵 쿵​ 쿵 쿵 쿵!


띵동 띵동 띵동


달가닥 달가닥!




"뭐, 뭐야⁉+ 누구지⁉+"


방문객은 그것만으로 멈추지 않고 문고리를 계속 당기고 있는 것 같다. 시끄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다.


"겨, 경찰...!"


이런 아침 일찍부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심상치 않다.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난폭하기 짝이 없다.


순간 경찰을 부르려고 스마트폰에 손을 뻗었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트레이너! 지금 있지!? 나와!"


"...아야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통한 목소리는 바로 베가의 목소리였다.


"열어줘! 얼굴만이라도 보여주면 되니까!"


평소의 냉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쇳소리. 사정은 모르겠지만 예삿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부리나케 현관까지 달려갔다.


"나와, 나와줘! 혼자 두지 말아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절박한 정도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비상사태가 일어났단 말인가.


"지금 열게!"


현관에 도착해 밖을 향해 외쳤다. 문의 잠금을 푸는 순간,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앗, 아야베...!?"


문 너머에 서 있던 것은 확실히 베가였다. 그러나 그 모습은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궤를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공포와 초조함에 휘둥그레진 두 눈에, 묶지 않고 그대로인 머리카락. 잠옷 차림인 데다 신발조차 신지 않았다. 뭐랄까, 잠에서 깬 순간을 그대로 잘라낸 듯한 몰골이었다.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보니 뛰어온 것일까.


"트레이너... 트레이너지!"


"으응... 그렇지만..."


반쯤 멍하니 있다가 대답하자,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경악한 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잠깐...!?"


허를 찔려서 넘어질 뻔 했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베가는 내 등에 재빨리 팔을 두르더니 힘껏 껴안았다. 힘 조절은 했겠지만, 그래도 등뼈가 삐걱거릴 정도의 힘이다. 떨어지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망설여졌다.


"아야베 왜 그래...?"


"베가라고 불러줘."


물어보지만 베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아니다. 귀를 기울이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움직이고 있어. 차갑지 않아, 살아있어. 죽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베가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울고 있었다.


"음... 아야ㅂ... "베가라고 불러줘."


사정을 설명해 달라고 하려고 했지만, 베가가 막아버렸다. 그것보다, 호칭을 지적받았다..?


"어, 왜... "됐어. 베가라고 불러줘."


여부를 듣지 않겠다는 어투에 말문이 막혔다.꽤 친해졌으니까 언젠가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바라던 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럼, 베가. 무슨 일이야?"


"악몽을 꿨어.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악몽이었어..."


고작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차분한 성격의 베가가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워 할 정도라면 얼마나 끔찍한 내용이었을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아주는 것 뿐이다.


"그래, 무서웠구나.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잘 있어. 아무데도 안 가고 네 곁에 있으니까."


등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하자 베가의 포옹이 강해졌다. 서로의 몸이 밀착할수록 바깥의 추위로 식은 베가의 체온이 느껴진다.


"베가. 일단 안으로 들어갈까? 몸도 차가운 것 같고."


베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를 받은 나는 약간의 망설임을 벗어던지고 베가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가벼움에 놀라면서 거실 소파에 내려놓으려 하자, 싫은 듯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침대. 침대가 좋아."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베가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 괴리감이 크다. 거꾸로 말하면 그 베가가 이렇게까지 될 정도의 꿈을 꿨단 말인가. 기억하기도 싫다고 했으니 물어볼 수도 없고...


"침대라... 알았어."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침실의 문을 열었다. 침대에 베가를 눕혔지만, 목으로 돌려진 베가의 팔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옆에 있어줘."


"...알았어."


본 적도 없는 촉촉한 눈동자로 조르면 NO라고 할 수 없다. 튕겨냈던 이불을 끌어당겨 베가와 함께 뒤집어썼다. 싱글이라 못 들어갈 정도로 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종이 한 장 끼울 수도 없을 정도로 붙으니 누울 수는 있었다. 기우였군.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게."


"...고마워."


차가운 몸이 따뜻해지도록 나도 베가에게 팔을 돌렸다. 베가의 머리에 턱을 얹고 약간의 열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렇게 서로 껴안고 있으니 베가의 호흡이 점점 잔잔해졌다.


"안 추워?"


"당신 덕분에 안 추워."


아무래도 많이 진정된 것 같다. 그런데 떨어지기 싫은지, 다리를 꼬아서 더 바짝 붙어왔다.


'가슴이... 닿는데...'


동시에 나의 좁아진 시야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때문에 베가의 부드러운 몸의 감촉이 강하게 느껴진다.


'뭔가 좋은 냄새가 나고...'


코 바로 근처에 머리가 있는 탓에 샴푸의 좋은 냄새가 비강을 채운다.


'강철의 의지... 강철의 의지...!'


아랫도리에 피가 모일 것 같은 것을 기합과 근성만으로 어떻게든 버틴다. 어떻게 할 수 있냐고? 해야만 하는 거지, 안 그러면 내 사회적 지위가 죽으니까.


'귀라도 보고 있을까...'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려고 축 늘어져 있는 베가의 귀를 바라본다. 그 특징적인 멘코도 안 쓰고있다. 좀처럼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꽤 크다.


'...만져보고 싶네.'


사악한 욕구가 싹텄다. 귀를 만지게 해달라고 한 적도 없었으니,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다.


'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큰일이다, 너무 당황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이럴 때는 어... 그거다, 소수를 세는 거다. 1, 2, 3... 다음 뭐였더라? 4?


"좋아해..."


구구절절한 사고를 리셋하려고 분투하고 있는데 베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알아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해서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좋아해?"


"당신이 좋아..."


…엑?


거울이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굉장히 어벙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왜 그래? 갑자기..."


"이제야 알았어. 전하고 싶은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그러니까 말할게, 트레이너. 사랑해."


베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왠지 모르게 애틋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대답은 필요없어.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적어도 오늘만큼은... 계속 곁에 있어줘. 떠나지 마, 놓지 마."


"... 안 놔. 절대로."


나에게 매달리는 베가는 작게 떨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약하고 덧없는 그것을 놓을 수가 없었다.





=====





"언제까지 잘 거야. 자, 일어나."


흔들림에 묻혀있던 의식이 떠오른다. 희미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아침이 왔음을 실감하며 눈을 뜨니, 조금 어이없어하는 베가가 보인다.


"정말,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방심하고 있잖아. 내가 안 왔으면 계속 잘 생각이었지? 아침 식사는 다 됐으니 거실에 먼저 가 있어."


베가가 침대에서 내려가 커튼과 창문을 열자, 봄내음 가득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아내같네...'


작은 별이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있는 뒷모습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유부녀같은 느낌이 풍기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일단 인사를 했다.


"안녕, 베가."


"안녕... 벌써 9시야."


뒤돌아 보는 미인이라 것은 지금의 그녀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미소 짓는 베가의 옆모습은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왜 그래? 빤히 쳐다보고."


"아니, 예뻐서. 아침부터 좋은 모습을 봤네."


"당신은 정말..."


멋쩍은 듯 고개를 흔들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쫑긋쫏긋 정신없이 움직이는 귀는 왠지 붉어진 것처럼 보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찍 일어나... 모처럼 만든 아침 식사가 식을 거야."


"고마워, 항상."


날뛰는 꼬리를 보고 조용히 웃으며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식욕을 돋우는 아침 식사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늘도 왔구나...'


그 날 이후로 베가는 여러 방면으로 바뀌었다. 단둘이 있을 때 한정이지만, 적극적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 오고, 집에도 자주 들락거린다.


최근에는 포기하고 여벌 열쇠를 준 이후, 일어나면 있다든가 돌아오면 있다든가 하는 생활이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베가도,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의 악의도 없는 순수한 호의.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어렵고, 그래서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당신이 좋아..."





마음을 토로하는 듯한 고백은 지금도 내 뇌에 박혀있다.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베가에 대한 처신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베가도 분명 노리고 있는 거겠지...'


베가는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집에서 자고 간다. 그것뿐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베가가 은근히 권유해 올 때가 있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있거나, 뒤에서 끌어안고 가슴을 꾹꾹 눌러대거나...


특히 저번에 갔던 온천여행 때는 정말로 심해서 꽤 위험했다. 강철의 의지가 없었다면 분명 손을 대고 말았을 것이다.


'...아마도 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베가를 좋아한다. 베가의 목적이 나를 매료시키는 것에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달성됐다. 하지만 그녀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트레이너니까...'


베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나는 물러나야 할 것이다. 베가는 아직 젊고, 언젠가는 나보다 훨씬 멋진 남자를 만나는 날이 꼭 올 것이다.


나이 어린 소녀는, 지금 있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라고, 세상은 넓다고, 그렇게 가르쳐야 할까. 일단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도.


"뭐 하고 있어? 자, 앉아."


식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사이에, 침실에서 베가가 나왔다.


"아니, 맛있을 것 같은 밥이라고 생각해서."


"응, 그럼 식기 전에 먹어."


재촉을 받자마자 자리에 앉았다. 반대편에 앉은 베가와 함께 손을 모으고, 잘 먹겠습니다를 말하며 먹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계란말이를 집어 입으로 옮긴다.


"음, 맛있어."


"고마워. 별거 아니지만."


베가가 손수 만든 요리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린다. 손을 뻗은 나보다 더 빠르게 베가가 스마트폰을 잡았다.


"앗."


"...자, 잠깐."


베가는 화면을 보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들이대듯이 나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거기에 표시되어 있던 것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동기 여성 트레이너의 이름이었다. 동기지만 내가 3살 연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배로 불리고 있다.


"몇 번이나 말했지? 이 여자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적당히 해."


예전에는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았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베가는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내가 그녀와 엮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말 걸어주는 걸 무시할 수는 없잖아."


"말대꾸하지 마. 알겠지? 앞으로, 이 여자랑 절대로 얘기하지 마. 말 걸어도 무시해. 알았지?"


이쪽을 보는 베가의 눈동자는 밤의 어둠보다 어두웠다. 그 모습에 고개를 흔들 생각조차 못하고, 한심하다는 것을 자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그 말, 믿으니까."


드물게 쉽게 물러난 베가는 조금 전까지의 압력이 거짓말처럼 온화한 얼굴로 돌아왔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변모에 눈이 크게 떠졌는데, 베가는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들었다.


"식사 도중이라 미안한데... 오늘은 당신한테 부탁이 있어."


"부탁?"


"작성해줬으면 하는 서류가 있어."


그렇게 꺼낸 서류는 내 생각을 정지시킬 만한 엄청난 물건이었다.


"...잠깐만."


"뭐야?"


"나 안과 가야 할지도 몰라. 혼인신고라고 써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잠이 덜 깼나 싶어사 눈을 비벼봤지만, 역시 거기에 있던 것은 혼인신고서였다. 이미 베가가 써야 할 항목은 채워져 있고, 내가 적어야하는 칸만 적으면 제출할 수 있는 상태다.


"정상이네. 잘못 본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해할 수 없어서 혼인신고서와 베가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양 손등에 턱을 얹고 있는 베가는 어딘가 고혹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를  줄 알았어? 당신, 나 좋아하지?"


"허어?"


예상 외로 정곡을 찔려 이상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띤 베가는 손가락 끝으로 내 코를 찔렀다.


"예전부터 예상은 했는데 온천여행 때 확신했어. 당신, 본심은 눌러놓고 있지?"


"...벼, 별로?"


순순히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작은 긍지 때문일까. 일부러 어깨를 으쓱였지만, 베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거짓말 안 해도 되니까. 대부분의 트레이너는 자신의 입장을 신경 쓰지?"


"..."


"침묵은 긍정으로 간주할게."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무덤 파는 짓 밖에 안 될 것이다. 나는 포기하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역시."


"그래도 베가. 역시 이건..."


"쓸 수 없어? 나하고 결혼하는 게 싫어?"


"싫지는 않은데..."


괜찮을까? 이 선택이 정답인가?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정말 이게 맞는 것인가?


"그렇게 고민할 일이야? 당신 덕분에 URA 파이널즈에서 이길 수 있었어. 저 별도 확실히 내 손에 닿았어. 이제 뛸 이유도 없고, 졸업만 하면 돼. 그렇다면 진로는 당연하겠지?"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1월부터 벌써 석 달. 반동거 같은 생활이었고, 사실상 연인이잖아. 아니면 더 사귀다가 결혼하고 싶어?"


뭔가 초이론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베가와 함께 보냈다. 온천여행도 같이 갔었으니,  단순한 담당과 트레이너 사이라고 우기는건 무리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저기, 트레이너."


"응?"


"기억나? 내가 여기로 들이닥쳤던 날 말이야."


"...너무 많아서 모르겠네."


"장난치지 말고. 그 날 말했지? 전하고 싶은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이쪽을 들여다보듯 베가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었다."


"...."


"...정말. 차려놓은 밥상을 먹지 않는 건 남자의 수치라는 말 몰라?"


"귀가 가렵네..."


이 대화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90%의 사람들이 나를 욕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직구로 마음을 전하는데 거절하려 한다니, 만약 내가 관객이었다면 필시 면박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안이하게 동의할 수는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은, 서로의 장래에 관련된 터닝 포인트다. 신중하게, 사고회로가 닳을 정도로 생각해야한다.


"답답하네."


베가가 조용히 일어섰다. 어딘가 선정적인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단점이 별로 없지만, 심사숙고하는 버릇이 있잖아. 그건 대부분의 경우에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우유부단함의 이면이기도 해."


그 때 갑자기 시야가 흔들렸다. 취했을 때의 감각과도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무언가가가 다르다. 그렇게 느낀 순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베가가 부축했다.


"아, 이거...?"


"효과가 있었구나? 괜찮아, 몸에 나쁜 건 아니니까..."


베가의 손이 뺨에 닿고, 억지로 마주보게 됐다. 베가의 단정한 얼굴을 포착하는 순간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당신이 나쁜 거야. 계속 꼬시는데 덮쳐주지 않으니 이런 수단을 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심박수가 올라가고 몸이 달아오른다. 느껴본 적 없는 이 감각은 이상하게도 기분 좋다. 오랜 속박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후후, 눈동자가 녹아내렸네. 마음에 들었어?"


"베가..."


"나는 당신을 사랑해. 당신도 마찬가지지? 그럼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사랑을 나누기에 좋은 날이네."


부서진 수도꼭지처럼 열정이 쏟아져 나온다. 베가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 오직 그것만이 사고를 지배해 간다.


"서류는 나중에 써주면 되니까, 그것보다..."


베가가 입술을 겹쳐왔다. 부드러운 그 감촉은 이미 붕괴 직전의 이성을 와해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만큼 해도 돼?"


약으로 짐승이 된 나는 베가에게 달려들었다. 그 때의 기억은 거의 없지만 딱 하나. 기분 좋았던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거사를 치르고 피곤해서 잠든 내가 깨어난 직후, 혼인신고서에 이름을 적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 끗 =

악몽이 현실이 되는 배드 엔딩 버전은 오늘 밤에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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