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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순애대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3 00:37:11
조회 2803 추천 8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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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쇼 12년(1923년) 관동 대지진.

9월의 그 날 일어난 재앙으로 말미암아,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피난민이 되었다.

지진과 화재로 인하여 건물 수십만 채가 소실되었고, 곳곳의 전기와 수도가 완전히 끊겼으며, 항구에 정박 중이던 상선이나 어선, 군함들마저도 파손되어 타격을 입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고, 돕고, 격려하려는 시도도 존재했으나, 곳곳에서 지진으로 인한 치안 공백을 틈탄 약탈과 범죄도 횡횡했다.

그런 가운데에서, 지금껏 무시받거나 차별 받아온 이들에 대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런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부라쿠민 놈들이 칼을 들고 복수를 하고 다닌다!"

"조선놈들이 내지인들을 약탈하고 죽인다더라! 우물에 독도 풀었다니까 조심하시오!"

"우마무스메들이 여자는 죽이고 남자들은 겁탈하고 다닌대! 식량도 뺏고 다닌대!"

"빨갱이 놈들이 이 틈을 타서 폭동을 사주하고 다닌다!"

자신들이 지금껏 그들에게 해온 일들이 있기에, 이런 재해를 맞이하여 그들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그런 헛소문으로 번졌다.

그리고 그런 헛소문은 두려움을 증오와 분노로 바꾸었다.

자신들의 가족은 죽었는데 저들은, 저 열등한 족속들, 저 빌어먹을 족속들은 살아 있다고. 살아서 우물에 독을 풀고 다니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모두가 한데 모여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도 모자를 마당에, 짐승 같은 놈들이 그 틈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니, 우리가 먼저 자경대를 조직해서 그 놈들을 쓸어 버리자!!"

"죽여라! 부라쿠민을 죽여라! 조센징들을 죽여라! 우마무스메를 죽여라! 공산주의자를 죽여라!"

조직적으로 규합된 자경대가 기관과 군대의 방조, 나아가 옹호 하에 모여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거나 일본어 발음이 어눌한 이들을 죽이고, 조금이라도 우마미미가 보이는 이들이나 꼬리의 'ㄲ'라도 보이는 여자들을 죽였다. 자기들이 먼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미리 예방한다는 이유로. 저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폭동을 조장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맹목적으로 믿으면서.

우마무스메들의 생존율이 그나마 가장 높았다. 이들은 튼튼했고, 달리기도 빨랐던 데다가, 일단 '일본의 국민'이었고, 군대와 산업의 주요 자원이었기에, 정부에서도 이들을 가장 먼저 '폭동 조장 집단'에서 제외하고 자경단으로 하여금 다른 이들에게 눈을 돌리도록 조치했다.

그런 그녀들 중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고 신뢰를 받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경단에 협조했다.

그녀들 중 한 명이, 자경단에 붙잡힌 나를 구해줬다.


자경단에 붙잡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나는 아무도 안 죽이고, 아무도 안 때렸고, 누구의 물건도 훔치지 않았다고.

일본에 건너온 지 4 달 밖에 안됐다고,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넘어온 것 뿐이라고, 그렇게 무릎을 꿇고 빌고 또 빌면서, 이렇게 외쳤다.

"천황 폐하 만세! 대 일본 제국 만세!"

그렇게 목숨을 구걸했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구타.

그렇게 쓰러진 나를 막 곡괭이로 내려쳐 죽이려던 자경단원들에게, 한 우마무스메가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 조장이 찾는다며 빨리 가보라고, 이 곳은 자기가 뒷 마무리를 하겠다고.

"어차피 사람 시체 묻어버리거나 강에 버리는 거 귀찮잖아요? 이런 녀석, 나 혼자서도 들어서 버릴 수 있는데."

"하기사... 그렇군. 그럼 뒷 일은 자네가 맡게."

그렇게 모두가 떠난 뒤, 그녀는 날 죽이지 않았다. 도리어 날 업고서 자기 처소로 데려가 주었다.

지진으로 인해 본래 살던 집이 다 박살나 사실상 움집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는 천만다행인 은신처이자 보금자리.

"...괜찮아요?"

그녀는 그렇게 물으면서 내 찢어진 이마를 치료를 해주었고, 배급된 곡물로 지은 죽을 손수 먹여 주었다.

나를 죽이려 한 놈들과 한 패면서, 나를 치료해 주는 그녀의 의도를 몰라, 처음에는 의심하고, 두려워 했다. 이렇게 안심시켜 놓고 내가 안심하는 순간 날 죽일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그렇게 상대를 안심시키는 척 사람을 죽인 이들을 봤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죽였을 거에요."


그녀는 아름다운 다홍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이고 나를 숨겨주고, 음식을 주면서, 치료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나에게 건네는 말은, 이랬다.


"...미안해요."


그렇게 그녀에게 간호를 받고, 보호를 받던 어느 날, 그녀에게 조용히 이렇게 물었다.


"왜 나를... 살려준 겁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왜 이렇게 보호하고 치료해 주는 겁니까... 당신에게 나는... 그저 한낱 조선인에 지나지 않는데..."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 ...전, 원래 지방에 살다가 요코하마로 올라와서 이 곳 공장에서 일했어요... ...벌이가 시골보다는 나았는데, 어느 순간 월급이 차일 피일 밀려서 집안 사람들한테 돈을 보내지 못했죠. 그러던 때에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말까지 들어서, 막막한 차에...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아저씨가, 대신 약값을 내줘서... "


내지인 우마무스메보다 임금마저도 훨씬 적은 조선인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본인도 월급이 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값을 보태준 그 에게,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왜, 자신을 도와준 거냐고. 자기보다 월급도 많고 대우도 좋은 자신이 질투날 법도 한데, 자기도 힘들면서 왜 돕냐고.


그 조선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이 어려울 때는 도와야지... ...같은 멋있는 이유를 대고 싶지만 말이지. 사실 조선에 두고 온 딸이 꼭 너랑 닮아서 말이야. 하하... 네 눈동자가 다홍색인 것처럼, 내 딸아이의 눈동자도 다홍색이었어. 그 아이의 엄마가 좋아하는 치마색처럼... ...그 아이를 시집 보낼 돈이라도 벌기 위해 여기에 왔지만, 그래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는 조금이라도 널 돕고 싶네."


.. 그러면서 이렇게도 말했다고 한다.


"혹시 나중에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한 걸 보게 되면, 너도 도와줘. 지금의 나처럼."


그래서, 나를 구해 주었다고 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눈에 띄는, 자신이 구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도.


"...당신은 부상이 너무 심해서 일단 여기로 데려와서 치료를 해드린 거예요... ...몸이 다 나으면, 바로 도망치세요. 여기는, 지금 모두가 미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내게 작달막하게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에게, 그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도저히 물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슬프게 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나는, 비로소 그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품은 채, 조금씩 몸을 회복해 나가며, 이 곳을 벗어나 도망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이, 그녀와 대화를 하고,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그녀와 함께 잠을 자면서... 조금씩 그녀와 가까워 지면서, 그녀와 떨어지는 것을 점점 아쉽게, 나아가 아프게 여기게 되었다.


그녀는 친절했고, 상냥했고, 무엇보다 내 목숨의 은인이었기에, 더더욱.


운명의 장난일까.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며칠을 함께 했을 뿐이지만, 이 극한의 상황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온기를 나누고, 밤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그처럼 그녀와 내 사이를 그리도 가깝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내 어머니 역시 우마무스메인 것, 그리고 내가 고아가 되어 버린 원인이, 그녀가 나에게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게 만들었다.


"...우리도, 돈을 이용해서 땅을 빼앗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리대금업자들이 사람들을 속여서, 사람들에게 빚을 지우고 땅을 빼앗고... 조선은 더 심하겠죠."


"...더 심하죠... 더 심해서...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그 가운데서 내가 물었다.


"...함께 도망칠래요? 여기서..."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런 곳 싫어... 소중한 사람들이 죽은 곳에 있기 싫어... 나랑 같이 내 고향에 가요. 거기서 함께 노력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그 말로 말미암아, 그녀가 나를 구한 계기가 된 '조선인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말에 마음이 미어진 상태에서, 그렇게 우리는 약속했다.


하지만 세상이 원망스럽게도,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자경단에게 덜미가 잡혔다.


"이쪽이다! 여기 조선인 놈이 있다!"


아직 몸이 덜 회복되어, 도망칠 수가 없었던 나는, 은신처로부터 그들에게 붙잡혀 끌려져 나왔다. 그리고 죽창이며 곡괭이며 칼을 쥔 수십여명에게 둘러 쌓인 채 인민 재판식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조센징놈! 죽여라! 죽여!"


"저 놈들이 우리 먹을 곡식도 축낸다! 저 놈들이 우리 물건을 약탈해 간다! 저 놈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죽였어!"


"죽여라! 죽여!!"


그런 그들에게 둘러 쌓여 돌을 맞으며, 비굴하게 고개만 숙인 채 목숨만 구걸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목숨 구걸은 한 번 했으니까, 당당히 반박하고, 당당히 좆까라고 하고 싶었다.


내가 조선과 여기서 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너희들의 뼈를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살려준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아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며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난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고, 그저 조용히 살아갈 뿐인, 당신들과 같은 한 소시민에 불과하다고, 나도 제국의 신민이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단 1푼의 확률이라도, 거기에 뭔가를 걸어 보고 싶었다.


"너 따위 조센징놈이 우리랑 어떻게 같다는 거야!"


"됐어! 그냥 죽여! 죽여버려!"


러일전쟁에 하사관으로 참전했다는 남자가 일본도를 들어 내 목을 내려치려 한다.


그제사, 조금 후회가 되었다.


아무리 빌고, 또 빌어도 죽일 거였다면, 그래도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을 걸 그랬나 싶다고.


그러던 차에,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그 총소리에 모두가 놀라 총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본다.


그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에는, 그녀가 끌고 온 것으로 보이는 경찰들이 서 있었다.


경찰서장으로 보이는 이가 외쳤다.


"해산하시오! 여러분에겐 이런 인민재판의 권리가 없소! 재판과 형의 선고, 집행은 민간이 자행할 것이 아닙니다!"


"경찰이 조선놈들을 돕는 거냐!"


"당신들은 우리를 도와야지! 가네다 경부는 우리한테 칼도 주고 도끼도 주면서 폭도놈들을 잡으라고 독려했건만!"


"다른 관할의 녀석의 일은 알 바 아니요! 난 원리원칙대로 합니다! 당장 해산하시오! 경찰의 명령을 거부하면 그 순간부터 당신들이 폭도들이 되는 거요!"


그런 강경책에, 드디어 자경단이 물러났다. 재수 옴 붙었다는 듯 침을 뱉고, 나를 발로 후려 치면서.


"빌어먹을 오카와 새끼..."


"저 놈도 조선놈들이랑 붙어 먹는 게 틀림 없다니까. 조선놈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니까 지가 마셔보겠다고 하질 않나..."


자경단이 물러난 뒤, '오카와 서장' 이라고 불린 이가 그녀와 함께 내게 다가와 밧줄을 풀어준다. 그러면서 내게 이렇게 말한다.


"이 처자가 경찰서까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 당신을 구해달라고 했소. 경주화도 신지 않고, 맨 발로, 지진으로 파손된 저 길을 달려서... 그러니 이 처자에게 고마워 해요."


이윽고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조심해서 데리고 가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서장에게 연신 감사를 했다. 그리고서는 또 다시 상처를 입어버린 나를 부축한다.


"...또 상처를 입어 버렸네요... 당신... 내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날 부축하면서,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나를 향해 눈물을 지어 보인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또 다시 저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 몰골이 되어서, 죽을 뻔 한 것이, 미안한 것 같았다.


"...당신이 경찰을 끌고 오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러니 미안해 하지 말아요. 오히려 당신에게 고마우니까."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작달막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상처 입은 나를 자신의 등에 업는다.


꼬리로 내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를 살짝 털어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마무스메의 등에 업혀본 적 있어요?"


"...많이, 업혀 봤어요. 어렸을 적에... 엄마가... 날 많이 태워줘서...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는, 단 한 번도 못 타봤지만..."


"...그럼, 앞으로 많이 타봐요. 어머니 몫만큼, 제가 당신을 태워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그녀의 등에 업힌 채, 요코하마를 떠났다.


그녀와 나 모두에게 악몽만 남긴 이 곳을 떠나, 그녀와 함께,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남은 상처를 치유할 곳으로.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이 어떨 지, 나는 예상할 수 없다. 그녀 역시 예상할 수 없다. 만난 지 고작 며칠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란 본시 예견할 수 없는 것이니까. 조선에 있었던 내가 이렇게 일본에 와서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나와 그녀는 생각한다.


함께 우리 삶에서 가장 아픈 시간을 견뎌내었으니까, 앞으로의 나날도, 함께라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다고. 헤쳐 나가지 못할 것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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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가를 방문한 참에, 본가의 서재에서 발견한 고조 할아버지의 다이쇼 12년 회상 일기를 한참 동안 읽어내려가다가 마침내 읽기를 끝마친 다이와 스칼렛. 그녀가 조용히 그 일기를 덮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참으로 어려운 삶을 사셨다고.


자신이 지금 트윙클 시리즈를 뛰면서 겪는 역경이며 고난은, 이 일기에 나오는 고조 할아버지와 고조 할머니의 고생에 손톱만큼도 미치지 못한다고.


그런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남고, 또 살아남으시며 함께 서로를 지켜내어가고, 두 분의 아이들을 지켜내어서, 이렇게 자신이 이 시대에 우마무스메 레이스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무척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그 일기의 겉표지를 자신의 손으로 슬며시 쓸어 넘기며, 그녀가 읊조린다.


"...저, 열심히 뛸게요. 고조 할아버지, 고조 할머니. 그래서 두 분의 핏줄이 일본의 심장부에서 당당히 최고가 되는 것을 보여드릴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한다.


"트레이너."


"어?"


스칼렛에게 그녀의 본가로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데려와져, 지금껏 그녀의 옆에서 그녀와 함께 일기를 읽어온 트레이너를, 그녀가 바라본다.


트레이너의 두 눈에는 눈물기가 맺혀 있었다.


"...뭐야. 감동한 거야?"


"...가, 감동할 수 밖에 없지... 이런 이야기를 보고 어떻게 감동 안하겠어?"


"...흐흥. 감동했단 말이지... 그럼 느낀 점을 말해봐."


"뭐? ... 어... 이런 참혹하기 그지 없는 시대, 참혹하기 그지 없는 시간 속에서도, 사랑은 싹튼다? 사랑은 위대하다? 이런 광기의 시대에도 선인은 있다?"


트레이너가 일기를 읽고 느낀 점들을 나열하자, 스칼렛은 팔짱을 낀 채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제대로 읽었네. 중간부터 말도 숨소리도 안 들려서 자는 줄 알았는데."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러는 너도 말 없이 조용히 읽었으면서? 그러니까 내가 자고 있는지 아니면 계속 읽고 있는지도 모른 거 아냐?"


"뭐, 그건 부정 안할게. 어쨌든, 당신의 처가가 될 집안의 역사를 깊게 이해하려는 당신의 태도, 마음에 들어."


"...처, 처가라니...?! 그게 무슨...!!"


당황하는 트레이너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킨 스칼렛이, 그를 향해 웃어 보인다.


"내가 여기에 왜 당신을 데려 왔는지 모르겠어? 참 바보라니까. 됐어.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같이 내려가자."


"우... 우와아아악! 부모님께 인사드리게끔 데려온 거였어?!! 자, 잠깐! 스칼렛! 잠시만!"


"잠시만은 무슨... 어서 어머님과 아버님께 예비 사위로서 인사 드리라고? 어머님은 안 그래도 해외 출장이 잦으신 분이라 이번에 인사 못 드리면 한참 기다려야 된단 말이야."


"잠깐만!!!"


"저런 시대에도 사랑이 싹트는데, 우리 시대에는 더욱 빨리 사랑을 싹틔워야 할 거 아니겠어? 잠자코 따라와!"


스칼렛의 손에 붙잡힌 채 트레이너가 어쩔 수 없이 서재 밖으로 이끌려 간다.


그렇게 두 사람이 빠져나간 서재의 문이 닫히고, 서재의 소파에는 스칼렛의 고조 할아버지의 일지만이 조용히 남아 있다.


그 일지 위에, 어디선가 날아 들어 온 다홍색의 아름다운 꽃잎이 살짝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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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카 생일 기념


괴문서에 등장하는 오카와 서장의 모티브는 실존인물 오카와 쓰네키치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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