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딸이 태양빛을 받으며 부스스 눈을 떴다.

그녀는 28명의 병사들과 함께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녀는 뭔가 아차 싶었다. 눈이 동그래진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배가 나아가고 있는 곳은 오강(烏江), 그리고 저기저 강변에는 자신과 평생을 함께했던 서초패왕이 뒤돌아 서있었다.

그렇다. 패왕은 상처입은 이 말딸을 들쳐업고 오강까지 데려가서, 고향으로 도주하는 2명의 병사들과 함께 강을 향하는 배에 태워보낸 것이다.

패왕의 명이라고 병사들이 막을 새도 없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강으로 뛰어들어 패왕이 있는 곳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왜 거기 멍하니 서있는 거야!! 나와 영원을 함께하겠다고 했잖아!! 천하를 선물하겠다고 했잖아!! 이리 와!! 이리 오라니까!!"

울분 섞인 그녀의 윽박지름. 하지만 그녀의 헤엄은 힘들어 보인다. 해하에서 항우가 미련없이 도주할 수 있게 돕겠다며 스스로를 찔렀던 금창이, 그녀가 너무 흥분한 탓에 터져서, 피를 뿜어내며 동시에 물이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그녀를 몇번을 덮치니 그녀에게서도 점점 힘이 빠진다.

주마등이 보인다. 패왕과 박터지게 싸우던 첫만남, 그 패왕한테 아빠가 강제로 시집보내었던 혼인식날, 그리고 처음으로 뾰이하던 때와, 전장에서 함께 창칼을 휘두르며 나아가던 수많은 나날들…

그렇게, 우희로서 한번, 오추마로서 또 한번 목숨을 잃은 이 말딸은… 조용히 오강 기저에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