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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딸에 실장된 말들 중 누가 가장 강할까? (90년대)(2)

ㅇㅇ(182.213) 2022.06.28 09:20:07
조회 2957 추천 15 댓글 12
														







오랜만에 돌아왔음. 이번에도 고증글들 바탕으로 정리해본 실장 마중 최강마는? 시리즈인데


쓸 말 리스트 정리하고 보니 황금세대에 3마리가 있더라...


점점 각 세대별 최강마 소개글로 바뀌는 거 같지만 일단 쭉 써보겠음. 이번에도 말딸갤에 있는 고증글들을 바탕으로 모아 정리한 글이니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칭호 관련 고증글이나 로렐같은 경우엔 로렐 열전이 핫산된게 있으니 그걸 찾아보면 좋을듯.



사쿠라 로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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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군단 최후의 G1마, 96년 연도대표마이자 같은 해 사쿠라 로렐-마야노 탑건-마벨러스 선데이의 고마 3강 중 최강으로 취급되는 명마. 커다란 역경을 몇 번이고 이겨내고 부활한 불사조. 말딸에선 오구리 캡의 신데렐라 그레이에 이어 코미컬라이즈 예정이기도 한 사쿠라 로렐 역시 90년대의 최강마를 논할 때 빠져선 안된다고 생각함.


91년생의 사쿠라 관명을 단 말 중에는 꽤 괜찮은 말들이 많이 나왔음. 나리타 브라이언에 밀려 사츠키상을 2착했던 사쿠라 스타 오나, G2 야요이상을 승리한 사쿠라 에이코우 오 등. 하지만 망아지 시절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말은 사쿠라 로렐이었음.


하지만 조정이 늦어지며 3세 신마전(현 2세)을 뒬 수 없었던 로렐이었고, 결국 데뷔는 4세 시즌으로 미뤄지게 됨. 진영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신마전에선 1번 인기를 받았지만, 그 기대를 떠안은 채 출주한 나카야마 1600m의 거리의 신마전에서 로렐은 게이트 안에서 난동을 부리며 출발이 늦었고, 제대로 된 스퍼트조차 해보지 못한 채 9착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야 했음. 똑같은 조건의 2번째 신마전마저 3착으로 끝마친 로렐은 승격의 기회를 놓친 채 미승리전으로 떨어지고 말았고, 미승리전 첫 경기에 이기긴 했지만 그 경기는 더트 1400m, 일본 경마의 주류인 중장거리 잔디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진 레이스였음.


그 이후로도 사쿠라 로렐은 잔디에서 6착, 더트에서 2착, 그 후에야 더트 1800m에서 우승하며 간신히 연패를 끊었지만, 6전에서 연대한 경기는 모두 더트, 잔디에선 9-3-6이라는 처참한 착순을 보였음. 이는 조교사의 기대치와는 한참 동떨어진 성적이었음. 사츠키상을 보고 있었지만, 미승리전에서의 부진은 자연스레 사츠키상을 건너뛰게 만들었음.


괴물 나리타 브라이언이 하이페이스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사츠키상에서 3마신 반 차의 대승을 거두는 걸 본 로렐 진영은 로렐의 혈통을 믿고 아오바상을 향해 조교해나가기 시작했음. 아무리 생각해도 잔디 중장거리에서 강할 거라 예상되는 혈통이었으니, 잔디에서도 마일이 아닌 더 긴 거리에서라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한 것임. 이윽고 시작된 더비 트라이얼 아오바상에서, 로렐의 기수였던 코지마 기수는 나리타 브라이언과의 승부를 대비해 마군의 중앙에서 뛰는 경기를 진행함. 하지만 사행 등이 발생하며 흐름에 휘말리며 마군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 로렐은 결국 3착, 기수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며 아쉬워했음. 더비의 문은 3착에게까지 열려있었기 때문에 더비에는 출주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불운은 고작 아오바상을 3착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는데, 이 경기가 끝나고 굴건염이 발생한 것. 결국 기껏 따낸 더비행 티켓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날아갔고, 로렐의 4세 봄 시즌은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음.


다행히 굴건염은 가을이 되자 회복되었고, 이번엔 킷카상을 향해 조교해나가기 시작한 로렐의 조교사였지만 이번에도 악재가 겹쳤음. 상금이 부족했던 사쿠라 로렐은 킷카상 출주를 위해 상금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출발선이 되는 사도 스테이크스에서 3착하더니, 이후 세인트 라이트 기념에선 중마장에 묶이며 8착에 머물렀음. 이후 킷카상 최후의 트라이얼인 교토신문배 대신 조건전에서 3승을 채워 출주하려 했던 판단마저 실패하는데, 조건전인 로쿠샤 특별(900만 이하)에서 대도주를 견제하지 않았다가 그대로 참패해버린 것. 결국 4세 클래식의 마지막 관문마저 닫혔고, 사쿠라 로렐은 그 후 조건전을 전전해야만 했음.


로쿠샤 특별 이후의 슈쿄 특별에 마저 2착했지만, 최강의 단거리마 사쿠라 바쿠신 오와 함께 서쪽으로 간 로렐은 히라산 특별(900만 이하)에서 3번째 승리를 챙겼음. 압승이라 할법한 깔끔한 승리였고, 이후 12월 준 OP급인 토지 스테이크스를 우승하였음. 여담으로 이 날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G1 스프린터 스테이크스, 사쿠라 군단의 에이스였던 사쿠라 바쿠신 오가 자신의 라스트 런을 압도적인 모습으로 승리하며, 사쿠라 군단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는 듯한 그림이 되었음.


물이 오른 듯한 사쿠라 로렐은 95년 1월, 중앙 경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중상인 G3 나카야마 금배마저 우승했음. 토지 스테이크스에선 페이스 배분에 실패하며 4코너부터 선두에 서거나, 역으로 나카야마 금배에선 중마장에서 펼쳐진 하이페이스 경기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우승하며, 95년의 시작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음.


그 다음 경기는 2500m의 G2 메구로 기념. 일련의 레이스를 통해 강함을 인정받은 로렐은 1번 인기로 지목받고 있었고, 코지마 기수는 1번 인기다운 힘을 보이겠다며 3번 코너부터 가속, 선두에 서는 레이스를 했음.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빨리 스퍼트를 잡으며 마지막에 힘이 빠졌고, 뒤에서 하기노 리얼 킹에게 찔리며 목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음. 레이스를 주도하며 레이스 레코드를 쓴 경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패했기 때문에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음.


하지만 그럼에도 강하단 인상을 주긴 충분했고, 한신대상전을 압도적으로 승리한 나리타 브라이언이 고관절 부상으로 봄 텐노쇼를 회피하며, 사쿠라 로렐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 역시 많이 생겨나게 되었음. 데뷔 초의 부진, 굴건염으로 인한 더비 출주 실패, 닫혀버린 킷카상의 꿈까지, 역경 투성이였던 로렐에게 드디어 벚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음.


하지만 사쿠라 로렐에게 닥친 역경은 이게 끝이 아니었음. 브라이언이 출주를 회피한 이후, 로렐에게도 부상의 악령이 따라붙고 있었음. G1마는 라이스 샤워 한 마리에, 비록 연승은 끊겼다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던 사쿠라 로렐은 이미 봄 텐노쇼의 유력마였음. 조교 역시 순조로웠고, 자연스레 로렐에게 시선이 가게 될 수밖에 없었음. 하지만 릿토로 옮겨 진행한 마무리 조교, 여기서 로렐의 앞다리에 이상이 발생함. 곧바로 수의사에게 진찰을 맡겼는데 그 결과는 양 앞다리의 중수골 골절.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경주마로서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진단이 내려짐. 호성적 속에 가려졌던 다리의 피로가 결국 마지막 순간 터져버리고 만 것임. 작년 봄의 부상은 가벼운 굴건염이었기에, 회복한다면 돌아올 수 있다 믿었음. 하지만 이번의 골절은, 사실상 잔디에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만큼 큰 부상이었음. 아이러니하게도 벚꽃의 계절에, 로렐은 꿈의 무대를 등진 채 95년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음.


보통이라면 이런 진단을 받은 순간, 서러브레드는 은퇴하기 마련임. 하지만 로렐의 조교사였던 사카이 조교사는 로렐을 포기하지 못했음. 포기하기엔 94년의 늦가을부터 보여준 로렐의 모습에는 분명히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임. 뼈만 붙는다면 달릴 수 있다 믿은 조교사는 모든 노력을 다해 로렐의 다리를 고치려 들었음. 물론 수의사가 섣불리 주행 능력 상실을 논하지는 않기에, 이를 위해 사카이 조교사와 마사의 스태프들은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음. 보통 나을 수 있는 골절이래도 고통에 몸부림치다 상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은데, 아예 치명적인 골절이라면 논할 것도 없을 것임. 하지만 로렐은 고통을 끝끝내 참아내고 있었음.


이러한 노력에 보답한 건지, 골절 이후 반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 로렐의 골절 부위가 붙었음. 이후 가벼운 재활 운동부터 강도높은 조교까지 소화했지만 말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없었고, 조교를 거치자 다시 부상 이전의 모습이 돌아왔음. 야성을 반하는 투병 생활을 이겨낸 로렐과,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마사의 스태프들에게 찾아온 기적이었음. 2년 후 은퇴할 예정이었기에 96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카이 조교사는 96년 목표로 "이 마사의 말로 10개의 중상을 들겠다!"는 선언을 하고, 그 에이스로 사쿠라 로렐을 지목했음.


약 1년 만에 복귀한 사쿠라 로렐, 로렐이 치른 첫 실전은 GII 나카야마 기념이었음. 다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트 중상을 고려했던 진영이었지만 이게 무산되며 출주하게 된 것임. 은퇴한 코지마 기수 대신 새로운 관동의 리딩 자키 요코야마 노리히로 기수를 선택한 로렐은 이 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경주마 중 G1 경력이 있는 말은 1번 인기의 제뉴인 뿐이었음에도 로렐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음. 강한 말이라곤 1번 인기뿐인 상황에서마저 로렐의 인기는 9번 인기였는데, 마무리 조교를 마친 기수마저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임.


말과 기수의 호흡이 맞지 않는 건지, 경기 시작 후 최후미로 밀렸던 로렐이 마지막 코너에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순간까지도, 사람들의 시선은 제뉴인에 몰려 있었음. 하지만 밖에서 예리하게 찌르고 들어가는 스퍼트로 사쿠라 로렐은 제뉴인을 상대로 1과 3/4마신 차의 승리를 거두며, 역대 2번째인 385일만의 장기 휴양 후 중상 제패의 위업을 세우게 되었음.


기적의 부활을 이룬 로렐이었지만, 경마계에선 한신대상전에서 역사에 남을 일기토를 펼친 두 말, 나리타 브라이언과 마야노 탑건을 주목하고 있었음. 부상과 부진을 털고 일어난 94년의 연도대표마 vs 그 브라이언과 대등한 승부를 펼친 95년의 연도대표마라는 구도는 자연스레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고, 나리타 브라이언이 이기거나, 마야노 탑건 정도만이 나리타 브라이언을 막아세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음.


1번 인기 나리타 브라이언, 2번 인기 마야노 탑건, 3번 인기 사쿠라 로렐이라는 구도였지만 로렐의 배당은 한참 뒤떨어져 있었음. 사실상 나리타 브라이언과 마야노 탑건의 2강 구도, 나머지는 자릿수 채우기나 다름없다는 취급을 받았던 것임. 1년을 기다린 무대, 말을 강하게 조교하기로 유명한 사카이 조교사마저 "너무 조교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혹독한 조교를 거친 사쿠라 로렐의 몸은 완벽했음. 그에 반해, 사카이 조교사의 눈에 비친 나리타 브라이언은 더 이상 94년 사츠키상에서 그를 충격에 빠뜨렸던 그 괴물이 아니었음.


봄 텐노쇼가 시작하기 전, 마야노 탑건은 지나치게 움츠러 들어있었음. 타바라 세이키 기수가 달래려 했지만 의미가 없었음. 이런 상황에서 레이스가 시작됨.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야노 탑건은 첫번째 스탠드에서 과하게 흥분했고, 중단 뒤에서 뛰던 로렐보다도 뒤에서 스퍼트를 끊어버렸음. 유력마인 탑건이 이런 레이스를 펼치자 레이스의 흐름은 자연스레 요동쳤고, 다른 말들 역시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음. 그 나리타 브라이언마저, 마야노 탑건이 움직이자 교토의 2바퀴째의 오르막에서 스퍼트를 걸기 시작했음. 오랫동안 나리타 브라이언과 함께했던 미나이 기수가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나리타 브라이언을 말릴 수는 없었고, 레이스는 자연스레 한신대상전처럼 두 연도대표마의 싸움으로 흘러가는 듯 했음. 이런 상황 속에서, 사쿠라 로렐과 요코야마 기수는 침착하게 기회를 노리며 스스로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음.


이윽고 2번째 내리막, 겉보기엔 한신대상전의 구도처럼 보였지만 마야노 탑건은 이미 힘을 잃고 있었음. 반대로 나리타 브라이언은, 이른 스퍼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을 유지하고 있는 듯 했고, 경기를 보던 관중들 역시 나리타 브라이언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음. 하지만, 이런 나리타 브라이언의 뒤에서 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음.


탑건의 바깥을 찌르고 들어온 나리브, 그리고 나리브의 바깥쪽에선 힘을 아끼고 있던 사쿠라 로렐이 그 특유의 벼락같은 스퍼트로 따라붙고 있었음. 전성기의 나리타 브라이언은, 그 압도적인 각력을 바탕으로 스퍼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 압도적인 마신차를 내며 승리하는 전법을 취했음. 부활한 것처럼 보였던 이 경기에서도, 탑건을 포함한 다른 말들은 따라오지 못할 것처럼 보였음. 하지만 이번에는 한 마리가 나리타 브라이언을 쫓고 있단 것이 달랐음. 이윽고 200m를 앞두고 사쿠라 로렐은 나리타 브라이언을 역전, 2마신 반 차의 승리를 거두며 봄의 방패에 사쿠라 로렐이라는 이름을 새겼음. 95년 봄의 유력마가, 1년이 지난 96년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방패에 새긴 것임. 위닝 레코드는 3분 17초 8, 봄 텐노쇼 사상 2번째로 빠른 레코드였음.


나리타 브라이언의 시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눈은 올해의 최강자는 로렐인가, 탑건인가에 시선을 돌렸음. 타마모 크로스에 이은 텐노쇼 춘추 연패를 노리고 사쿠라 로렐 진영은 봄 시즌을 마무리, 이후 올커머를 가을 시즌을 여는 경기로 삼았음. 이 올커머에는 마야노 탑건도 나왔는데, 나리타 브라이언도, 사쿠라 로렐도 없는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마야노 탑건은 1착, 다른 말들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음. 하지만 둘의 가을 첫 맞대결인 올커머, 사쿠라 로렐은 2착과 2마신 반 차를 내며 압승, 반대로 마야노 탑건은 피로가 가시지 않은 것인지 4착에 머무르고 말았음. 그와 달리 사쿠라 로렐의 '최강'이라는 자리는 점점 굳건해지는 것처럼 보였음.


이런 기대 속에서 열린 가을 텐노쇼, 사쿠라 로렐이 상대해야할 말들은 마야노 탑건만 있는 것은 아니었음. 6연승, 그중 중상 4연승이라는 호조를 보이고 있던 마블러스 선데이, 봄 클래식을 쉬었지만 마이니치 왕관에서 3착하며 분전했던 클래식마 버블검 펠로우가 남아있었음. 하지만 당연히, 1번 인기는 사쿠라 로렐이었음. 17번 게이트중 16번이라는 최외곽 게이트, 가을 텐노쇼에서 최외곽을 받고 이긴 말은 1984년의 미스터 시비뿐이었음. 하지만 6세 시즌의 가을, 보통의 말이라면 쇠퇴하는 기미가 보였겠지만 여전히 강건한 모습을 보인 로렐은 이런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음.


하지만 게이트가 열렸을때, 로렐이 일어나며매우 늦어버렸음. 경기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나서야 했을 로렐과 요코야마 기수였지만, 늦은 출발에 이어 기수마저 위치를 올리려 들지 않으며 원래의 계획과는 다른 레이스를 펼치게 되었음.


강한 도주마가 없었던 레이스, 레이스 템포는 사카이 조교사의 예상대로 빠르지 않은 페이스로 흘러갔음. 원래보다 뒤에서 출발한 로렐은 그래도 스스로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바깥쪽에는 나아갈 길이 있어보였음. 하지만 요코야마 기수는 안쪽을 파고들려 했는데, 로렐 하나가 파고들 길은 열릴 것이라 생각한 것임. 간신히 길이 열린 순간, 천재 타케 유타카가 기승한 마블러스 선데이가 먼저 뛰쳐나가 길을 막아버렸고, 어느샌가 로렐의 앞에는 마야노 탑건과 버블검 펠로우, 그리고 바깥쪽은 마블러스 선데이에 막힌 채로 달려야 했음. 마군이 풀린 것은 다른 말들이 스퍼트를 끊기 시작한 뒤였고, 그럼에도 사쿠라 로렐은 특유의 스퍼트로 경기를 뒤집어보려 분전했음. 라스트 3펄롱의 속도는 출주마중 가장 빠른 속도였지만, 다른 말들 역시 강했기에 늦어버린 스퍼트는 결국 뒤집을 수 없는 차이로 다가왔고, 버블검 펠로우와 마야노 탑건을 제치지 못한 채 3위로 들어오는 데에 만족해야 했음. 결국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은 어떤 위치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가, 그것 하나뿐이었음.


경험 많은 기수였던 사카이 조교사는 이 결과에 격노했고, 요코야마 기수 역시 자신의 실책이 만든 결과였기에 고개를 숙여야 했음.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사쿠라 로렐이 재팬 컵에 출주하길 기대했음. 하지만 사카이 조교사는 "기수 교체도, 일정 변경도 없다. 로렐은 아리마 기념으로 간다"고 선언했고, 최강마가 재팬컵에 나가지 않는다는 말에 기자들은 조교사를 맹비난하였음.


하지만 로렐 진영에서도 선택지가 없었음. 그 누구보다도 재팬컵을 뛰게 하고 싶었던 로렐 진영이었지만, 이미 큰 부상을 당했던 적도 있었고, 피로 회복이 기본적으로 느린 편이었던 사쿠라 로렐에게 재팬컵 이후 3주 만에 아리마 기념을 나가게 했다간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던 것임. 거기에 사카이 조교사는 단 한 번도 아리마 기념을 우승하지 못했고, 그런 사카이 조교사에게 있어 아리마 기념은 모든 세대가 격돌하는 최강마 결정전이었기에, 아리마 기념에 집중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음.


해외마가 우승하고, 초대 추화상마 패블러스 라핀이 코차이로 석패하며 2착으로 끝난 재팬컵. 그 이후 사카이 조교사는 아리마 기념을 준비하며 "일본에서 질 말은 없다. 아리마는 절대로 이긴다" 며 호언장담했고, 당연히 기사들은 이 말을 대서특필했음.


이윽고 시작한 96년의 제 41회 아리마 기념, 기수는 이전에 말한 대로 가을 텐노쇼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을 가졌던 요코야마 기수였음. 레이스의 상대는 G1 3승이자 최강마를 놓고 다툰 마야노 탑건, 4착이었지만 큰 차이 없이 들어오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마블러스 선데이, 재팬컵에서 코차이 2착으로 분전했던 패블러스 라핀, 나리타 브라이언의 시대에도 여걸이라 불린 히시 아마존, 모래의 여왕 호쿠토 베가 등, 14마리의 말 중 9마리가 G1을 든 적이 있었던 쟁쟁한 라인업이었음. 하지만 이런 런 라인업에서도 사쿠라 로렐은 1번 인기였음.


중마장 속에서 치러진 아리마 기념, 마야노 탑건은 1코너부터 선두였던 카네츠크로스와 접근, 선두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어 나가려 들었음. 하지만 마장 상태에 영향을 받은 탑건은 원하는 만큼 나가지 못하고 있었음. 마블러스 선데이의 경우, 가을 텐노쇼에서 완벽에 가깝게 사쿠라 로렐을 견제했음에도 3착 싸움에서 로렐에 패했단 점을 생각하며, 마체를 맞댄 채 달리는 것은 불리하다 판단하여 본격적인 스퍼트가 시작되기 전 선두에 서고자 했음. 이윽고 3코너, 마블러스 선데이라면 롱 스퍼트라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타케 유타카는 이른 롱 스퍼트를 걸었고, 이윽고 마야노 탑건, 카네츠 크로스, 마블러스 선데이가 나란히 달리는 상황. 그 뒤를 사쿠라 로렐이 맹렬히 따라붙고 있었음.


마블러스 선데이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레이스를 펼치던 요코야마 기수와 사쿠라 로렐은 마블러스의 스퍼트를 보자마자 따라붙었음. 중마장 속에서 의외의 활약을 보이던 마이넬 브릿지까지, 모두 5마리의 말이 최종 직선을 비슷하게 통과했지만 마야노 탑건은 이미 지쳐있었고, 마찬가지로 지친 카네츠 크로스와 함께 떨어져 나갔음. 남은 두 마리 역시 중마장 속에서 고전하며, 150m를 남긴 시점부터 힘이 빠지고 있었지만 로렐만큼은 상식 밖의 주행을 펼치고 있었음. 지쳐버린 마벨러스 선데이를 2마신 반 뒤로 한 채 골인, 사카이 조교사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자, 사쿠라 로렐이 96년의 최강마임을 증명한 경기였음.


이 승리로 첫 아리마 기념, 그리고 10개의 중상을 딴다는 목표를 이룬 사카이 조교사는 "최고의 승리를 거뒀다"며 승리를 자축했고, 패한 타케 유타카 기수 역시 로렐의 강함을 인정했음.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97년, 사쿠라 로렐이 텐노쇼 이후 프랑스를 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음. 지금에서야 일본 말의 해외 도전이 흔한 일이 되었지만, 이 시점에선 굉장히 드문 일이었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도전자인 탑건과 마벨러스에게 이는 마지막 기회였고, 두 진영은 로렐을 정조준하고 있었음.


이윽고 펼쳐진 97년의 봄 텐노쇼를 앞두고, 탑건은 여유있게 전초전을 승리, 마블러스 선데이 역시 복귀한 오사카배에서 관중들이 던지는 신문에 놀라 마지막에 사행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무난히 압승을 거뒀음. 이와 달리 로렐은 봄 텐노쇼를 복귀전으로 삼았음. 아리마 기념 이후, 아주 경미한 골절이 한번 더 발생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럼에도 진영은 96년의 패자였던 사쿠라 로렐이 이번에도 승리할 거라 믿고 있었음. 누구에게 물어도 96년 최강의 일본마라면 사쿠라 로렐이었기에, 당연한 믿음이었을 지도 모름.


이윽고 시작한 봄 텐노쇼, '3강'이 1~3번 인기를 나눠먹은 이 경기를 리드한 것은 중상마 빅 심볼이었음. 기성에 발목이 잡혀 선행책 대신 후방에서 시작한 탑건, 이전처럼 선행책을 택한 사쿠라 로렐과 마벨러스 선데이. 레이스의 흐름은 사쿠라 로렐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며 달라지기 시작했음. 해설자마저 로렐이 흥분했다며 놀랐지만, 이번엔 기승의 미스는 아니었음. 옆을 달리던 노던 폴라리스, 각부 불안을 지니고 있던 이 말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고, 그렇기에 만약의 사태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스퍼트를 걸었던 것임. '로렐을 이기는 것이 레이스를 이기는 것'이라 판단한 타케 유타카 기수와 마블러스 선데이에는 선택의 순간이었고, 타케 유타카는 로렐을 따라붙기 위해 스퍼트하기 시작했음. 보통의 말이라면 3200m의 초장거리 레이스에서 이른 스퍼트를 냈다간 자멸했겠지만, 사쿠라 로렐은 이미 기적과 같은 스퍼트로 2번이나 마벨러스 선데이를 밀어낸 적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음.


결승점을 100m 앞두고 같이 따라붙은 마벨러스 선데이를 떨쳐낸 사쿠라 로렐, 하지만 최후의 순간, 후방에서 스태미너를 온존한 채 광기의 스퍼트에 돌입한 탑건이 뒤를 따라붙고 있었음. 당연히 요코야마 기수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미 롱스퍼트를 시도한 로렐이었기에 이번 기습은 떨쳐내지 못했음. 결국 1마신 반 차의 완패, 시간은 3분 14초 4, 라이스 샤워가 93년 기록했던 3분 17초 1의 기록을 2초7이나 앞선, 잔디 3200m 세계 신기록이었음. 이 경기 이후, '3강'으로 묶였던 3마리의 명마가 같은 경기를 뛰는 일은 없었음. 각자의 길이 갈리게 된,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할 수 있을 것임.


봄 텐노쇼에서의 패배를 뒤로 한 채, 사쿠라 로렐은 프랑스를 향하게 되었음. 물론 '봄 텐노쇼를 이기고 롱샹에 간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 경기 내용은 졸전과는 한없이 거리가 먼, 어찌되었든 왕의 모습을 보인 경주였기 때문임.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프랑스로 가는 것은 요코야마 기수가 아니었음. 해외 경험이 부족했던 요코야마 기수 대신, 이미 롱샹에서 G1을 딴 적도 있었던 타케 유타카가 나가게 된 것임.


사쿠라 로렐의 이름은 프랑스의 경마계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일본 경마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음. 그랬기에, 한 번의 레이스 만으로도 사쿠라 로렐의 평은 올라갈 여지가 있었음. 하지만, 개선문상을 앞둔 전초전인 포와상, 로렐의 페이스대로 위치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쿠라 로렐이 보여주던 스퍼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채 8착으로 들어오고 말았음. 당시 8번 인기였던 말이 1착으로 들어오고, 1번 인기였던 사쿠라 로렐이 8착으로 들어오는 상황, 더 큰 문제는 부진이 아니었음. 로렐의 오른쪽 앞다리 굴건에 파열이 생겼다는 진단은, 숱한 역경을 이겨낸 로렐의 커리어를 끝내는 부상이 되고 말았음.


당시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프랑스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프랑스 수의사가 안락사 처리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에서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이 "로렐을 죽일 셈이냐!"는 호통을 치자 뒤늦게 멈춰세웠고, 타지에서 안락사 당할 뻔했던 로렐은 간신히 안락사를 면한 채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었음. 이후의 종마 생활에선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고, 모부마로서 케이티 브레이브라는, 더트 G1을 여러개 우승한 말을 배출한 것을 제외하고 종마로서는 몇몇 중상마들을 배출하는데 그쳤음.


사쿠라 로렐은 커리어 초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잔디 중장거리마의 왕도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마생을 살았고, 처음으로 빛을 보려던 순간 보통이라면 완전히 꺾여버릴 부상을 당했음. 그럼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나,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 최강으로 군림했던 이 말은 분명 한 시대를 풍미한, 세대 최강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함.




마야노 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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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연도대표마, 로렐-탑건-마벨러스로 대표된 96-97년의 3강의 일원, 그리고 도주부터 추입까지 모든 각질로 G1을 우승했던 이례적인 말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듯. 물론 저 특이한 기록은 마야노 탑건의 기성난 때문이었지만, 물론 저 4각질 4우승이라는 괴업은 어떤 각질이건 소화할 수 있던 말의 능력과, 그런 말의 기분을 파악하고 달리게 할 수 있었던 기수의 조합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음.


90년대 중반까지 일본 경마계를 3분했던 대종마 브라이언즈 타임, 나리타 브라이언의 아버지 말이기도 하지만 이 말은 꾸준히 리딩 샤이어 랭킹에 이름을 올리며, 일본 경마계에 큰 영향을 끼쳤음. 그 중 종마 생활 2년차에 배출한 말이 바로 이 마야노 탑건으로, 고베의 마야 산에서 따온 마야노를 관명으로 썼음.


보통 브라이언즈 타임의 자식들은 빠르게 완성되어 3세 경기(현 2세 경기)를 뛰고 클래식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야노 탑건은 달랐음. 4세 1월이 되어서야 조정이 끝나고 신마전을 뛰었고, 발이 완성되지 않아 더트 레이스를 무려 7번이나 뛰고서야 잔디로 들어왔음. 그나마도 신마전은 5착, 이후 6경기에서도 6경기 2승에 그치는 등, 험난한 봄 클래식을 보냈음.


이후 전향한 잔디에선 타케 유타카 이전의 천재 기수 타바라 세이키가 기승했고, 이후 이 둘은 탑건의 은퇴전까지 함께한 듀오가 되었음.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벌이고, 숱한 충돌을 낳던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타는 말에 대해서는 진심이었던 타바라 세이키가 고삐를 잡자, 더트에서 헤매던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였음. 잔디 경기를 뛰기 2번째의 경기만에 우승하며 900만 이하 조건전을 뚫더니, 이윽고 가을에는 2개의 중상인 고베 신문배와 교토 신문배를 연달아 출전, 각각 2착에 들어가며 킷카상에 출전할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했음. 봄 클래식에선 이름을 들어본 적 조차 없었을 말이, 가을 클래식에서 킷카상 유력마중 하나로 들어온 것임.


혼란한 페이스로 굴러가던 킷카상, 봄 클래식의 주역 제뉴인이 거리 적성의 문제로 가을 텐노쇼로 간 상황에서(96년 로렐의 복귀전에서 패한 그 친구다), 더비 우승마인 타아스 츠요시는 더비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었음. 오크스를 우승했다지만, 암말이 3000m에 도전하는데 그 암말이 인기 1위인 촌극이 발생할 정도였음. 탑건을 교토 신문배에서 꺾었던 나리타 킹 오가 2번 인기였고, 탑건은 3번 인기에 머무르고 있었음. 타바라 기수는 2번의 패배를 복기했고, 고베 신문배에선 선행책을 잡다가 추입에 찔리며 2착, 반대로 교토 신문배는 후방 추입을 노리다 나리타 킹 오를 따라잡지 못해 2착하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판단했음.


이윽고 타바라 기수는 4번째 위치에서 레이스를 진행, 그 후 3코너에서 선두에 붙은 뒤 4코너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을 짠 채로 킷카상에 도전하였고, 결과는 1과 1/4마신 차의 여유있는 승리. 더트 조건전을 헤매던 말이 반년만에 킷카상을 레코드로 우승하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음.


12전을 치룬 상태였지만 참석한 아리마 기념에선 여걸 히시 아마존이 1번 인기, 그리고 계속 부진한 채였지만 그 강함에 기대를 건 나리타 브라이언이 2번 인기였음. 탑건은 킷카상 레코드홀더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6번 인기. 타바라 기수는 "아리마에선 도주하겠다" 선언하였는데, 이전 12전을 전부 선행/선입책으로 뛴 말이었기에 세간에는 헛소리로 받아들여졌음.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치고나간 것은 마야노 탑건이었음. 전반엔 페이스가 중간 이상인 것처럼 속이고, 900~1300m 구간에서 체력을 아끼며 서행, 아리마 기념을 슬로우 페이스로 만들어버렸음. 일반적인 도주마의 승리패턴이었고, 나리타 타이신과 히시 아마존을 포함한 다른 말들을 모두 뒤로 한 채 2마신차의 압승을 거둠. 이 킷카상과 아리마 기념의 활약으로 마야노 탑건은 JRA 연도 대표마와 최우수 4세 수말의 타이틀을 획득했음.


해가 바뀐 1996년, 한신대상전에서 마야노 탑건은 나리타 브라이언과 맞붙게 되었음. 둘다 브라이언즈 타임의 자마이자, 관동과 관서, 94년과 95년의 연도대표마 대결, 기수마저 타케 유타카와 타바라 세이키라는 '천재 대결'이 되어버린 것임. 이 레이스에서 마야노 탑건은 다른 말들을 저 뒤에 버려둔 채 나리타 브라이언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으나, 어느 정도 살아난 나리타 브라이언이 결국 우승, 일기토에서 머리 하나 차이로 석패하고 말았음. 비록 패했지만 전성기가 아닌 나리타 브라이언이었기에, 나리타 브라이언이 1번 인기, 그리고 만약에 나리타 브라이언이 진다면 그건 마야노 탑건이 상대일 경우일 수밖에 없다고 믿었음.


하지만 봄 텐노쇼에서 경기장에 들어선 마야노 탑건은 주눅든 모습이었고, 오히려 이런 상태에서 관중의 환호성을 받자 급격히 발진, 계획과 달리 한참 위에서 경기를 운영하다 자멸해버렸음. 나리타 브라이언을 꺾고 우승한 것은, 96년 내내 탑건의 앞을 가로막은 강적, 사쿠라 로렐이었음. 탑건은 5착에 머무르며, 다음을 기약행만 했음. 이 경기를 기점으로, 원래 심하지 않았던 마야노 탑건의 기성이 심해지기에 이름.


사쿠라 로렐도, 나리타 브라이언도 없는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마야노 탑건은 1번 인기로 출주, 인기에 걸맞는 완벽한 선행책으로 승리를 거뒀음. 카네츠 크로스나 댄스 파트너같은 다른 말들은 이미 탑건을 상대하긴 버거웠고, 사실상 탑건의 앞에 서있는 것은 사쿠라 로렐밖에 없어보였음.


하지만 올커머에서 로렐과 맞붙은 탑건은 4착으로 완패했음. 사실상 로렐의 승리가 굳건해보였던 가을 텐노쇼, 사쿠라 로렐의 기수가 치명적인 기승 미스로 마군에 갇힌 동안 탑건은 완벽한 자리에서 스퍼트를 준비했지만, 결국 최후의 순간 힘이 다하며 봄 클래식을 스킵했던 버블검 펠로우에게 밀려 2착에 머무르고 말았음. 연말의 아리마 기념에선, 기분에 따라 기수의 지시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멋대로 뛰쳐나가다가 중마장에 잡아먹힌 채 침몰며 7착. 3강 경쟁이라지만 사쿠라 로렐이 나머지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결과를 맞이한 채 96년을 마무리하게 되었음.


탑건이 로렐 상대로 완패했던 2번의 경주는, 고저차가 높은데다 거친 나카야마라는 점도 문제였지만 탑건의 기성난이 더 큰 문제였음. 멋대로 계획한 것보다 앞으로 나가놓고는 정작 스퍼트가 필요할 땐 다리가 굳으며 제대로 뛰지 못한 것이 문제였음. 사실상 미리 계획을 정해놓고 들어간단 것이 무의미한 수준에 이른 것임.


97년의 한신 대상전, 59kg라는 근량을 부담해야 했지만 1.9배라는 압도적 인기를 쥐었고, 이 경기에서는 후방에서 시작하여 압승하며 봄 텐노쇼에서 설욕할 기회를 잡았음. 경기 이전에는 1번 인기 사쿠라 로렐, 2번 인기 마블러스 선데이, 3번 인기 마야노 탑건이라는, 마야노 탑건 입장에선 굴욕적인 인기였지만 기수의 일갈이 도움이 된건지 몰라도 경기 당일엔 2번 인기로 올라왔음. 시작된 봄 텐노쇼, 마야노 탑건은 한신 대상전 때처럼 후방에서, 사쿠라 로렐과 마블러스 선데이는 탑건보다 앞자리에서 레이스를 진행했음. .골까지 무려 1800m를 앞둔 상황부터 사쿠라 로렐이 스퍼트, 마블러스 선데이가 이를 따라붙었고, 4코너에 들어서자 이 두 마리가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음. 로렐의 손에 이끌려 예상치 못한 극한의 하이페이스로 흘러가는 경기, 마야노 탑건과 타바라 세이키는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한 채 비수를 준비하고 있었음. 마치 저번 봄 텐노쇼의 로렐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최종 직선에서의 승부, 사쿠라 로렐이 마벨러스 썬데이를 떨쳐냈지만, 로렐에겐 아직 한명의 도전자가 더 남아있었음. 힘을 아낀 채 최종 직선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스퍼트하며, 엄청난 스퍼트로 사쿠라 로렐을 1 1/4마신 뒤에 떨어뜨려놓은 채 가져온 봄의 방패. 이날 세운 기록 3분 14초 4는 라이스 샤워의 봄 텐노쇼 기록을 무려 2초 7이나 경신한 결과였고, 사쿠라 로렐이 96년 이후 단 한번도 놓친적 없던 라스트 3F 1위라는 기록 역시 뺏어왔음. 하지만 이 레이스의 여파는 가혹했는데, 사쿠라 로렐은 프랑스 원정에서 굴건부전파열을 일으키며 안락사당할 뻔했고, 마블러스 선데이는 타카라즈카 기념을 이긴 후 골절로 장기 휴양, 그리고 마야노 탑건 역시 가을 출주를 목표로 조교하던 도중 굴건염이 발생하며 은퇴하고 말았음.


마야노 탑건이 현역 생활을 한 건 4세 클래식에 데뷔해 6세 봄까지 겨우 2년 4개월, 그 과정 속에서도 G1을 4개나 들어올렸고, 2200부터 3200m까지, 중장거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말이었음. 하지만 말년의 기성난은 말의 강함보다도 기수의 능력을 더 주목받게 만들었고, 빛을 봤어야 할 시대에 사쿠라 로렐을 상대로 1무 3패, 그나마도 1무와 달리 3패는 압도적인 차이로 대패했다는 점이 이 말을 최강마의 자리에 놓기는 물음표를 갖게 만듬.


하지만 3세에 아리마를 땄다는 점, 그리고 이런 기성이 있었음에도 어쩄든 기수가 내린 사인에는 최대한 스퍼트하려 했던 말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킷카상과 봄 텐노쇼의 레코드를 갈아치운 적 있는 말이라는 점에서, 기성은 몰라도 그 강함마저 지나치게 저평가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결국 벽으로 군림한 사쿠라 로렐을 마지막엔 넘긴 했기도 하고.





로렐 파트가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끊고 다음에 황금세대 이야기와 사일런스 스즈카의 얘기를 해야할 것 같음.


번외로 90년대에 뛰었던 최고의 단거리/마일마인 사쿠라 바쿠신 오와 타이키 셔틀도 쓸 예정..


그리고 슈12카가 금지어네; 금지어 뜨길래 뭔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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