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줄까 한다.

일단 흡수라는 개념은 '인수 합병'이라는 개념과 동일하다고 봐야된다. 즉 여기서는 우월한 대상이 그렇지 못한 대상을 집어 삼킴으로서 크기를 키우는 것을 의미하지. 
과거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화 했을때와 유사한 방식이기도 하다. 조선을 근대화가 안 된 미지의 땅, 미개한 민족이 사는 땅이라고 보고 조선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어 근대화 시킨 후 대륙으로까지 진출하려했던 것과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력 인프라, 그리고 사회 교육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북한을 인수하려는 것, 둘 다 비슷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순히 기업의 M&A정도와 비교하기에는 남한의 북한 흡수는 수많은 문제점을 안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
첫번째로는 북한에 진출할 우리나라 대기업 재벌들의 부당한 행태겠지.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북한에 진출한 후 북한지역 경제를 빠르게 장악할 것이고 그들이 여기서도 보여줬듯이 골목상권 잠식과 각종 갑질문화 등을 북한에 고스란히 이식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과(필터링) 없는 대기업의 묻지마 북한 진출이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의 미래에 좋은 일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통일한국의 경제력이 더욱 커지려면 기존의 큰 기업들을 더 키우는 것 보다는 알짜배기 중소기업들, 스타트업 기업들을 더 키워서 파이를 늘려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일을 대기업의 방해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땅이 미개발 된 북한지역이지. 
예를 들면, 팬택을 북한지역의 주력 단말기기 생산 판매기업으로 선정하고 키워 삼성 LG못지 않은 기업으로 만들어 보는 것..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북한 지역이 희망의 땅, 기회의 땅이 되어야 되는데 기존의 대한민국 시스템의 안 좋은 것들이 필터링 없이 고스란히 북한지역으로 전파된다면 남한 대기업들의 특성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것이고 아이디어를 뺏어올 것은 자명한것 아닐까. 미지의 북한지역을 바탕으로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희망은 커녕 여전히 헬조선 수준의 북한땅이 되겠지.
성장하는 기업들 수가 많지 않으면 그만큼 도시갤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빌딩군을 갖춘 도시형성은 요원한 꿈이 될 것이고 연 10%정도의 고성장을 할 수 있는 북한지역이 기존 남한과 엇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는 땅으로 전락해버리게 될 것이다. 왜? 중소기업의 엄청난 성장기회조차 기존 대기업들에게는 살만 살짝 더 찌게 해줄 뿐,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질테니까.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재벌 특유의 갑질문화도 만연하게 될거다. 가진 자들이 없는 이들에게 위계의식을 바탕으로 각종 횡포를 저지르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 이것도 북한지역에서도 어쩔 수 없는 문화로 자리잡아야 할까?

대기업 재벌 뿐만 아니라 공교육의 부실을 등에 업고 세계최고수준으로 성장한 사교육 시스템 역시 북한으로 여과 없이 진출하게 될거고 이북 주민들도 결국 이런 사교육에 노출되서 스스로 창의적인 노력을 하기 보다는 스타 강사 등에 의지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시도도 못하고 적용하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여러모로 남한의 어두운 면들까지 고스란히 새로운 기회의 터전인 북한으로 진출하게 해서 오염시켜야 될까? 흡수를 한다는건 바로 그런 의미이다. 우리의 기존 것들을 다른 곳에 똑같이 적용해서 우리와 같게 만드는 것..
창조라는 건, 기존에 커져 있는 존재를 더 크게 키우려는 노오력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것, 또는 보잘것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거나 더 크게 키우는 걸 말하는 것 아닐까.

두번째로, 대등하지 않다는 것은 불평등을 수반하는 개념이 된다.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이 동등한 상태가 아니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동남아 등 후진국에서 건너 온 이주민 노동자들, 또는 조선족인데 이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동등한 민족으로 대우받고 있나. 오히려 우린 무의식적으로 이들을 3류 민족처럼 생각하고 차별하고 있잖아. 그리고 이들을 잘 대해주자고 주장하면 자국민 역차별이라고 하고.
이들이 그러할진데 오랜기간 북한 1인 독재정권의 교육에 세뇌당하고 교육 및 소득 수준도 형편 없는 북한주민을 과연 동등한 민족으로 인정해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동남아 이주민, 조선족 보다 훨씬 더 심한 차별대우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의식 속에 북한출신 주민들이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남북의 진정한 사회 통합이 이루어 지기는 힘들것이다. 게다가 북한 출신 주민들은 자신들의 차별에 당연히 반발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통일 한반도에서 재분리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즉,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현실이 바로 흡수통일 된 후의 북한지역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 일제가 그들이 말하는 합병으로 우리를 지배했을 때 조선인들을 미개하다고 보고 심하게 차별했던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남북간의 통일은 대등한 위치와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려면 북한의 리더와 남한의 리더는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시스템의 포맷이 용이한 북한지역을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거친 남한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덜 거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 할 수 있게끔 각종 선진적 시스템을 먼저 적용해 볼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경제 교육 스포츠 문화 등등에서..

남한이 북한을 흡수해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아서 왜 흡수통일이 문제가 많은지 설명하려고 한건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진 것 같다 ;; 
어쨌든 통일은 흡수 합병식이 아닌 대등한 관계의 통일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