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라이브러리에서 썩어가던 이 게임을 어렴풋이 플레이하게 됬다.

한 3일간 새벽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편의점 하이볼 한 캔씩 까며 야무지게 잘 즐겼는데, 낙성대 주위에서 실제로 발할라의 칵테일은 판다는 바가 있다고 한다.

발할라가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게임들 중 하나가 되기 전에, 여운을 더 느끼기 위해서 오늘 방문해봤다.

현재 기준으로 바에서 발할라 칵테일을 판매하던 바텐더분은 휴식 중이라고 했고, 대신 다른 바텐더분이 레시피를 찾아서 해주신다.

주문한 것은 슈가 러쉬, 피아노 우먼, 브랜티니.

슈가 러쉬는 발할라 최애 칵테일이다.

도노반 선생 때문에 외워버린 맥주와 더불어서 유일하게 레시피를 외운 술이기도 하고,

손님이 아무거나 달라며 징징대면 자신있게 내어주던 달다구리 시그니처 칵테일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애정이 많이 가는 칵테일이였는데, 실제로 마셔보니 술맛이 아예 안나는 달콤함의 정수였다.

피아노 우먼은 도로시의 최애 칵테일이다.

실제로 마셔보면 술의 향과 달콤한 맛이 합쳐져서 기분좋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도수가 생각보다 쎄다고 한다, 도로시도 천진난만하게 달콤함을 즐기지만 가끔은 고통을 잊고 취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은 알마가 자주 마시던 칵테일 브랜티니다.

지금까지 마시던 칵테일 중에 술맛이 가장 강했다, 하지만 도수는 피아노 우먼 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맛이였다. 어렸을 때 먹던 애기용 감기약에 알코올을 탄 맛이였다.

추가로 맥도걸이 시키던 거트 펀치도 시켜볼까 했는데, 달달한 칵테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쉽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세 가지의 칵테일을 즐기면서, 인상 좋은 바텐더분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술 얘기, 역사 얘기, 영화 얘기, 게임 얘기, 연기자 얘기, 바 얘기, 직업 얘기, 손님 얘기 등등...

지금 생각해도 장르 구분없이 다양하게 대화한 것 같다.

칵테일 자체의 가격은 꽤 나갔지만, 이것을 단순히 칵테일 자체의 값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 분위기와 힐링의 값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거 없는 좋은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