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턴 면접 떨어지고 방구석에서 뒹굴거릴때다

중앙아 갔다오고나서 당장 돈도 없고, 다음 버킷리스트였던 러시아 직행은 막혔고...

국내여행을 가고 싶었으나 천성 아싸찐따인 내가 제주 동해안 같은 곳은 어떻게 가며 또 갈 친구가 어디있는가...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지도를 보던 중에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충주의 붕탁골고개 라는 고개였다.

그래 급식 시절에 붕탁물을 꽤나 즐겨보았으니 옛 생각이 나는구만... 

옛날의 자취따라 모르는 곳으로 가는 것 또한 좋지 않겠는가

하면서 바로 아침에 바막만 챙기고 나왔다

완전 시골 그 자체인지라 농촌버스 시간표를 맞추지 못할 듯 하여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기차or고속버스를 타고 택시로 붕탁골고개까지 이동하는 계획이었다

우선 지하철을 타고 경강선 부발역에서 하차

부발에서 ANG성온천역으로 가는 KTX이음 열차표를 산다

서울까지 가지도 않는 열차인데 평일 오전에도 찍싸들이 많았더라

부발역에서 불과 20분만에 앙성온천역 도착

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까운 마을도 걸어가긴 너무 멀고 택시조차도 안보이더라

다행히도 서울에서 집까지 뭘 사시고 돌아오는 동네 아주머니분을 만나 콜택시를 탈 수 있었다.

마침 붕탁골고개 소재지인 소태면 복탄리까지 가신다고 하여 택시를 공짜로 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이렇게 앙성온천역에서 출발하면 충주시내까지 돌아가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군대 도하교마냥 높이가 낮은 다리로 남한강을 건넌다

잘 안보이지만 저기가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비내섬이라고 하더라

같이 타던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셔서 알았음

붕탁골고개로 가는 길목인 복탄리 마을회관에서 내렸다

이슬비가 오기 시작했으나 바로 그쳤다

빨간 살구꽃이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붕탁골고개의 시작점

대충 300m 높이의 고개이다. 진입하는 거리가 은근히 짧아서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위성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딱히 잘 닦인 등산로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알고보니 산등성이 아래가 전부 밤나무밭이었다...

입구는 괜찮았는데 가면 갈수록 비료+썩은밤송이 냄새에 밤송이 무더기가 지천이라 걷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ㅆㅂ... 빌리랑 반다크홈이 매직스틱으로 밤송이를 까댔나

저 수북한 밤송이길 아니면 낭떠러지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한시간반만에 도착

붕탁골고개 정상

는 냄새랑 썩은밤송이에 파리 존나 꼬여있었음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날씨가 흐려도 따뜻한 봄날씨라 그랬나 싶었다

올라온 곳 반대편으로 하산 시작

는 대충 길이랍시고 있는게 딱 이 수준이었다

거의 길이 보이지 않아서 눈대중으로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향로봉이라는 봉우리 정상을 찍고 산등성이를 따라 반대편으로 내려가고자 했으나...

는 시발 낙엽이 너무 많은데다 수풀 새순이 올라와서 발 아래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길이 너무 가팔라서 도저히 보통 걸음으로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결국 거의 굴러떨어지듯이 내려가다보니 반대편 밤나무밭이 보였다.

굴러가다보니 집체만한 댕댕이 두마리가 겁나 짖어대었다.

알고보니 밤나무밭 주인이 순찰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한거였더라

주인장이 여긴 왜왔냐고 물어보는데 곧이곧대로 답하기가 민망했음...

착한 갤러들은 함부로 사유지에 들어가지 말자.... 반성하고 있다

대충 저 곳을 굴러내려왔다는 거임

붕탁골고개 반대편은 오량리라는 마을이다. 소태면사무소 소재지라 나름 하나로마트랑 우체국도 있었다.

배꽃이 올라오는 때였다

시간대를 맞춰서 탄 충주시내 가는 버스

남한강을 바라보며 귀환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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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취직해서 출근하고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기록에 남겨두고자 여기에 올린다.

여기 갤러리 성격에 맞는 글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