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군이 문제적인 이유는 이들이 국민당에서 전향한 기의부대(起義部隊)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래 국민군 60군이었다. 군장 쩡 쩌성(曾澤生)은 1948년 3월 인민해방군에 의해 봉쇄된 창춘(長春)을 3개월 이상 수성하다 결국 부대를 이끌고 해방군에 투항했다. 그리고 1949년 1월 중국인민해방군 50군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펑 더화이는 쩡 쩌성에게 지원군의 주력이 동부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열흘 동안 한강 이남을 방어할 것을 명령한다. 이들의 상대는 미 3사단, 24사단, 25사단, 제1기병사단을 위시한 제1군단과 9군단이었다. 「압록강을 건너」 24부에는 한강 이남에서 50군의 1, 2차 방어선이 무너지고 마지막 방어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열흘이 훌쩍 넘어간 가운데 방어전 중 50군의 사상자는 절반이 넘었고 그중 5개 연, 28개의 배, 118개의 반이 전멸하여 단급으로 부대를 재편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50군이 곧 전멸할 것이라는 부사관에게 군장 쩡 쩌성은 이렇게 말한다.


“철수 명령이 없는 한 최후의 한명이 남을 때까지 싸운다. 50군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도 할 수 없다. 조국은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 단장이 전사하면 사장이 나서고, 사장이 전사하면 내가 나선다.”(「압록강을 건너」 24부)

동부전선에서 작전이 끝난 후에도 50군은 서부전선의 본대와 부상병이 모두 한강 이북으로 철수할 때까지 한강 이남에 남아 방어했다. 관련한 내막은 2015년 펑황TV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혈전갱생: 50군조선전기(血戰重生: 五十軍朝鲜戰記)」에서 상세하게 소개되었다. 국민당 기의부대인 50군의 항미원조전쟁 참전기가 참전용사의 구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혈전갱생」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전 부대에 철수 명령이 내려졌을 때, 홀로 “진지와 함께 생사를 같이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50군 149사 447단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447단이 사수해야 했던 곳은 수원의 광교산 옆 백운산, 서울로 향하는 도로의 감제고지였다. 447단은 백운산에서 11일을 버티며 본대가 37도선 이북으로 후퇴할 수 있도록 미군의 진격을 최대한 지연시켰다. 50군이 한강 이남과 이북에서 방어했던 전체 기간은 50일이었다.


이 대목은 문제적이다. 본대를 지키기 위해 추격하는 미군을 몸으로 막는 역할을 국민군 출신의 부대에 맡겼던 것 아닌가. 50군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이같은 민감성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압록강을 건너」는 이 대목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부대가 거의 전멸해가는 시점에서 펑 더화이가 쩡 쩌성의 지휘부를 찾아온다. 사상자의 수를 묻는 펑 더화이에게 쩡 쩌성은 머뭇거리며 생존자의 수만 보고받고 있다고 답한다. 쩡 쩌성으로부터 생존자 수가 적힌 종이를 받아든 펑 더화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펑 사령관, 한강 전투에서 우리는 마침내 형제부대 앞에서 고개를 들게 되었습니다.”
“자네들이 기의부대라서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 혁명 앞에 전군은 모두 평등하니까. 아니라면 내가 왜 전군의 안위를 자네 손에 맡겼겠나. 자네 마음에 그런 응어리가 있을 줄 몰랐다. 이 펑 더화이도 구군(舊軍) 출신이야. 나는 너희를 한번도 배다른 형제로 생각한 적이 없어.”(「압록강을 건너」 25부)

백지운, 《항미원조: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창비, 2023


요약: 4차 공세 때 지평리에서 발리고 후퇴하면서 버림패로 쓴 걸 국민당군 출신 군의 속죄를 위한 고귀한 희생으로 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