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녀전기는 전체적으로 나노하 AFG와 전쟁소설에 굉장한 영향을 받은 소설임. 유녀전기를 가져다놓고 ts 클리셰와 대립시킨 관점은 아주 좋았지만, 여기선 왜 카를로 젠이 굳이 유녀를 가져다놓고 한 이유를 더 근본적인 면에 잇다.

1. 영향
한국 작가들은 은연중에 40-50년대식 만연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라고 해도 독백의 양식이 형식을 지켜버리는 경우가 잦은데, 이건 그 시절 작품부터 재생산된 이른바 "문학"의 어투를 철저하게 지키며 재생산해온 문단의 특징 때문이야. 문단의 소설을 많이 읽은 작가는 문단의 방식에 무의식적으로 강한 영향을 받게 된다. 양판소 시절에도 팔란티르, 드래곤 라자, 태양의 탑, 룬의 아이들, 후기에 와선 달빛조각사 같은 메이저 타이틀이 나오면 그 타이틀에 영향을 받은 아류작이 쏟아져나오게 됨. 일본 라노벨 타이틀이 더럽게 긴 거나, 마법 학원물이 많은 것도 이런 부류임. 주류의 소설에서 아류의 소설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재생산물이 나오는 거지. 닷핵에서 소아온이, 소아온에서 로그 호라이즌, 오버로드로 뻗어나가며 진화하는 거랑 같음.

유녀전기도 이 진화하기 전 단계가 존재함. 우리나라에도 흔한 전쟁 대체역사물이 그 한 쪽이고, 나머지 하나는 유녀 착각물이라는 장르임.  유녀 착각물을 본 적이 없다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는데, 위에 잠깐 이름만 언급한 걸출한 유녀 착각물이 존재했었음.

나노하- another fxxking great라는 팬픽 말야.
우리는 팬픽? 고작 팬픽? 싶을 수 있지만, 소설가가 되자 니지판 삭제 이전까지는 일본 오리지널 인터넷 소설의 총 양과 규모는 연애소설과 드림계 소설을 배제하면 팬픽과 동일하거나, 더 작았을지도 몰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함. fate in britain이라는 팬픽은 렌탈마법사의 설정과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작가가 같은 인물이라는 추정도 존재함), 저 팬픽도 그와 같은 유형임.

유녀전기가 연재가 시작되었을 때는 저 나노하afg에 영향을 받은 유녀물이 수십 개 이상 선작에 올라오던 시절이었음. 나노하 afg는 나노하라는 이름을 달고 잇음에도 설정과 컨셉만 빌린, 하드코어 전쟁물이란 점이 굉장히 특이해서 인기를 끌었지. 나노하afg의 주인공은 본인이 무의식적에 취하는 어린애다운 행동이 주위에겐 다른 무언가, 진지한 무언가로 비치며 착각을 시켰고, 그 착각이 불어나서 주인공은 영문도 모른 채 위대한 장군 취급 받는 착각물이 이 소설의 최대의 특징이 되었지.

초기 연재판의 타냐에서 이런 흔적이 발견되는데, 연재판에선 비트리사가 없고 비트리샤가 하는 행동의 상당수를 타냐가 하고 있음. 타냐의 초기의 비정함을 자랑하는 다키아 습격도 없고. 드 르고 장군을 뒤좇아서 그 자를 잡고 전쟁을 끝나겠다고 타냐가 발악하는 장면까지 타나의 행동은 주위에서 이해되지 못하고, 전쟁기계라는 평가와 더불어 이런 소녀가? 하는 형태의 착각도 뒤섞여 있어.  남부 전선에 파병되며 203대대가 공중분해되기 전까지의 타냐는 서적판의 타냐보다 좀 더 가볍고, 여자아이다운 이미지가 강함. 애초에 여기까지 가지 않고 203대대 창설쪽에서의 연재판 묘사는 완전히 착각물임. 제국측에 루덴도르프 장군이 없는 연재판에선 이 시점에선 두 명 외에는 타냐에 대해 전쟁광임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묘사가 명확해.

그리고 작가의 초기 연재주기에서 알 수 있는 건데, 작가는 203대대 창립화의 후기에서 "일본"을 어덯게 처리할지를 고심하고 있었음. 생각 안 했는데 그 나라는 1차와 2차의 스탠스가 달라서 취급하기 어렵다는 코멘트가 작가의 말에서 계속 등장했고, 캠퍼스 라이프 편 이전까지는 타냐에게 전략안을 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은연중에 드러나.


2. 임팩트

한 작품이 팔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임팩트야. 좋은 예시가 있지. 나리타 료우고의 소설 중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소설은 바카노고, 그 다음이 뱀프, 듀라라라 순이야.(엣사대교는 제외) 하지만 일반적으로 팔릴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뱀프는 애니화는 꿈도 못 꿨고,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복선을 가진 바카노는 당시에 1920년 배경, 마피아 배경이라는 생소한 배경과 캐릭터성 탓에 2기 제작이 좌절됨. 미국에서 대성공을 했지만 이미 2기 차는 놓친 뒤였지.

하지만 부녀자와 bl 팬덤을 뒤에 은근슬쩍 업어버린 듀라라라는 굉장한 속도로 애니화가 이어졌고, 처음으로 완결까지 애니화가 됨. 이게 임팩트의 차이로 인한 인기의 예시야. 팔리는 작품은 퀄리티가 일정 수준만 도달하면 임팩트의 유무가 대중 군집 여부를 가름. 그 팬덤이 계속 마무를지 떠날지는 필력에 의존하지만 어차피 1기 애니 팔아치우는 요즘 세태에는 그런 거까지 가지도 않지.

유녀전기는 그런 면에서 유녀라는 오타쿠를 대상으로 한 임팩트가 필요했음. 유녀전기란 이름에서 뭐가 생각나? 여자아이들이 싸우는 칸코레나 스트위치, 걸판이 떠오르거나 국내 소설인 강철의 누이들 같은게 떠오르지 않을까? 하나라도 더 많은 고기를 낚기 위해 유녀라는 떡밥을 던졌고, 그 떡밥을 문 고기 중에서 작가의 필력과 스토리에 반해서 남는 고기만 찾아도 이득이지. 유녀전기에서 유녀의 요소를 떼면 저기 동네 서적 대여점 가면 널린 가상대체역사물에서 고유명사 좀 바꾸고 일부 개념만 바꾸면 같은 내용이 드긒드글함. 유녀전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절망적인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지만, 그걸 제목에서 드러낼 방도가 없으니 유녀로 낚시하는 거지. 연재때 코멘트창에서 유녀/판타지에 낚였다가 이게 뭐냐고 화내는 오타쿠들 코멘트가 많았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임. 작가는 어느 시점부터 유녀자체가 잘 팔리는 거라는 걸 감지했고(연재 당시는 순위도 매우 낮앗었음. 일본에서 전쟁물은 최근까지 수요가 그닥 좋지 못했음. gate 이후엔 많은데...) 그걸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적판에선 비샤를 등장시켜 타냐가 어린 여자애란 걸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해.


3. 작가 반영
작가 개인의 반영이 아님. 유녀전기엔 trpg나 워게임의 요소가 매우 짙음. 연재판 작가의 말에는 zap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파라노이아에서 "레이져로 쏨"을 의미함. (jap이 아님). 전체적으로 사고방식과 행동거지에서 trpg의 플레이캐릭터 이미지가 매우 강해. 사고방식과 대사의 괴리, 행동의 괴리, 정형적인 단어의 출력은 trpg 리플레이 소설에서 흔한 방식임.  플레이어가 사고한 뒤 주사위를 굴려서 결과를 내고, 그 결과를 캐릭터에 맞춰 재사고하는 것이 trpg 캐릭터 묘사의 기본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시점에서 일탈하는 선택이나 판단이 자주 나옴. 연재판의 타냐의 중반부 행동에서 이런 느낌이 강함. 이런 게 어떤 위화감을 주는지는 오버로드를 보면서 d&d 3판이나 4판 에센셜을 꺼내보는 것도 추천. 즉 타냐는 작가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란 소리임.


3줄요약
유녀전기는 유녀 착각계 전쟁 팬픽과 전쟁소설에 영향을 대놓고 받음
어느 시점부터 작가가 유녀라는 점이 인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인지하고 이용하고 있음
타냐는 작가의 "trpg 플레이 캐릭터"적인 언동이나 사고방식이 잦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