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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vii 공백 너머의 승리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5 10: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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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vii 공백 너머의 승리



이번에, 타이퍼스의 격노는 멈추지 않는다. 데스 가드 군단의 군세는 공격을 하는 것도, 후퇴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끝없이 압력을 가할 뿐.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통로 전체가 반역자들의 격노로 뒤흔들린다. 밀려드는 전사들은 절벽의 방어선과 토루 전체에 공세를 가한다. 마치 산을 통째로 무너뜨릴 기세다.


지기스문트는 저들이 그럴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지 못한다. 창백한 왕의 아들들이 원하는 바라면 다 이루어질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지금 지기스문트는 부분적으로 함락된 전투 플랫폼의 침하된 끄트머리에서 싸우고 있다. 플랫폼은 관문 절벽 지점의 누벽에 위태로이 매달려 있을 뿐이다. 데스 가드 군단의 전사들은 깎아지른 듯 솟은 바위를 올라 그에게 밀려든다. 절벽을 자신들이 디딜 대지로 삼아, 절벽 위에서 위태로이 싸우는 그를 조롱한다. 사방을 향해 베어내고 휘둘러지는 흑검이 피로 축축하게 물든다. 데스 가드 군단병은 죽기 전까지 추락하지도 않는다. 지기스문트는 그렇게 추락한 놈들이 다시 몸을 일으켜 절벽을 재차 오르지 못하리라 확신하지 못한다.


”후퇴!“


폰티스가 소리친다. 그와 아르톨룬은 지기스문트의 배후에 있는 무너진 통로에 있다. 휘하의 입회인 태반은 제1군단의 형제들을 돕기 위해 올라온 채다. 지기스문트는 콜스웨인이 어디 있는지 볼 수 없다. 쏟아지는 격류 속에, 20미터 너머를 보는 것조차 어렵다.


”후퇴!“


폰티스가 다시 소리친다. 지기스문트는 지주가 흔들리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고통 속에 있는 플랫폼이 더 가파르게 내려앉고 있다. 지기스문트는 흑검을 휘두르며 데스 가드 군단병 한 놈을 아래로 추락시킨 다음, 난간을 붙들고 다시 올라간다. 폰티스와 아르톨룬이 그의 팔을 붙잡는다. 셋은 플랫폼이 완전히 추락하기 직전의 찰나에 석조 누벽 위로 몸을 끌어올린다.


플랫폼이 추락하면서 수백에 달하는 데스 가드 군단병이 절벽에서 긁어지며 죽음으로 몰려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빈 자리를 더 많은 동족이 메우며 수직의 바위를 기어오른다.


폰티스가 지원 요청을 외치는 동안, 지기스문트와 아르톨룬은 부벽 위로 몰려드는 적의 첫 대열을 막아선다. 다크 엔젤 군단병들이 달려와 돌무더기 위에서 펼쳐지는 근접전에 뛰어든다. 지기스문트는 제1군단의 전사 중 하나가 팔 하나를 잃은채 달려오고 있음을 본다. 그 잘려 나간 자리 위에 붕대가 감겨 있다. 세상의 마지막 순간, 중상자들조차 전투에 함께 한다.


지기스문트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에게 집중한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팔을 타고 충격이 전해진다. 시커먼 피가 허공에 뿌려진다. 온 사방에 바글거리는 파리가 그의 입과 눈으로 기어든다. 다크 엔젤 군단병 하나가 부벽 가장자리에서 데스 가드 군단의 야수 두 놈과 함께 추락한다.


통로의 정점 모든 곳에서, 지기스문트가 벌이는 격렬한 전투에 버금가는 것들이 거듭 재현된다. 토루에서, 절벽 가장자리에서, 전투 플랫폼에서 전투가 이어진다. 사격이 쏟아내는 연기, 그리고 달아오른 금속과 신선한 선혈이 뿜는 열기가 뒤섞인 증기가 계곡의 목줄기를 타고 올라 얼어붙은 공기 사이를 오간다.


미래는 지금이 아니요, 이곳도 아니다. 그것은 지기스문트의 주문이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 궁극적인 결과로서 올 것이다. 죽음과 금속의 울림 속에, 지기스문트는 마침내 이곳에서 미래가 펼쳐지고 있음을 두려워한다. 누구도 원한 바 없을 미래가 여기 온다. 그들이 7년에 걸쳐 도래하는 것을 거부하며 싸워 온 바로 그 미래다.


그들 모두를 집어삼킬 미래.


그 순간, 지기스문트는 목소리를 듣는다.


처음에는 그것이 수가령, 혹은 아도펠이 저 위의 바위에서 필사적인 소집 명령을 외치는 소리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거기다, 그 음색은 다크 엔젤 군단의 음색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부드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하다. 두려우리만큼 분명하게 들린다. 저 아래의 어둠을 울리고, 저 위의 겨울 하늘을 울린다. 바위를 울리고, 얼음으로 덮인 벼랑을 울린다. 바위 자체가, 떨리면서 토하는 목소리다.


“인류제국의 아들딸들이여.”


목소리가 말한다.


“일어나라. 일어날지어다. 근위장의 명령에 따라, 무기를 들고 전진하라. 황제 폐하께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 홀로 버티고 계시다. 무기를 들고 폐하의 도움이 될지어다. 폐하께서 제군을 보호하시듯, 제군 역시 폐하를 보호해야 하노라. 제군이 곧 인류의 방패다! 함께 일어나 하나가 되어라. 지금 폐하의 곁에 서야 하느니, 그렇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리라. 테라는 버텨내야만 한다. 제국은 버텨내야만 한다. 호루스 루퍼칼은 쓰러져야만 한다. 황제 폐하는 사셔야만 한다.”


명령이다. 그의 아버지가 내린 명령이다. 그의 사랑하는 근위장이 내린 명령이다. 지기스문트의 육신에 순간 힘이 몰아친다. 격노의 힘이다. 아니, 어쩌면 힘의 격노에 휩쓸린지도 모른다. 그는 검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빠르게 군례를 바친다. 순간, 지기스문트는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힘을 느낀다.


굴복 없이, 그가 자신을 둘러싼 적들에게 돌진한다.


“황제 폐하는 사셔야만 한다!”


지기스문트가 외친다.


“황제 폐하는 사셔야만 한다!”






사이퍼 경은 킬러를 바라본다.


“들었나?”


그가 묻는다.


“지금도 들립니다.”


눈을 크게 뜬 채, 경이 속에서 그녀가 답한다.


둘 다 듣고 있다. 공백의 산에 뚫린 시추공에, 공간들에,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제군이 곧 인류의 방패다! 함께 일어나 하나가 되어라. 지금 폐하의 곁에 서야 하느니, 그렇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리라… 황제 폐하는 사셔야만 한다…


모두가 그 메아리를 들었다. 공포와 경외가 뒤섞인 기이한 감정이, 모인 군중들 사이로 퍼진다. 마른 수풀 사이로 번지는 산불처럼 파문이 인다. 방에서 방으로, 자연이 그 메아리를 증폭한다. 점점 더 깊은 곳까지, 그 메아리가 퍼진다.


“공명 활성화!”


카르테우스가 외치며 바위 위를 손짓한다. 공간의 벽 안에서 색색의 빛이 번쩍이고 이글거린다. 마치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처럼, 바위가 맥동한다.


빛이 사그라지고 다시 희미해진다.


“킬러.”


사이퍼가 입을 연다. 그의 어조가 다급하다.


“저 대중을 너에게 집중하게 만들어라. 일전에 그랬던 것처럼.”

“뭐라고 하면 될지요?”

“뭐든 좋다! 당신의 그 음울한 타령도 좋고, 책자에 박힌 설교도 좋아! 아니면 그냥 지금 메아리친 저 말을 그냥 반복해라! 저들을 다시 인도해 주기 바란다. 하지만, 지난번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

“그들을 인도하라 하셨습니까?”


킬러가 묻는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 킬러!”


잠시 그녀가 주저한다. 자신의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요, 자신의 목소리로 불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각하께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킬러가 말한다.


“너여야만 한다.”


사이퍼가 답한다.


“그리고 사서부가 그 울림을 조정하고-”


탄데리온이 입을 연다.


사이퍼는 손을 들어 탄데리온의 입을 막는다. 그의 시선은 킬러를 뚫어지게 본다.


킬러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사이퍼가 손을 뻗어 킬러를 현무암 대좌 위로 인도한다. 킬러는 자기 아래 겁에 질린 얼굴들로 가득한 바다를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 순간, 그녀의 입이 말을 찾는다.


“황제 폐하는 사셔야 합니다.”


크지 않지만, 분명한 목소리다.


“황제 폐하는 인류의 방패이자 보호자이십니다. 하지만 그분의 방패는 무엇이겠습니까? 기뻐하십시오, 여기 영광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 방패입니다. 황제 폐하는 어둠 속 인류의 빛이십니다. 하지만 그분의 빛은 무엇이겠습니까? 손을 들고 기뻐하십시오. 우리가 바로 그 빛입니다. 그분께서는 밤의 골짜기에서조차 우리 사이를 거니시고, 우리는 죽음에 맞서 그분의 곁을 걷습니다. 폐하와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폐하와 우리는 한데 묶인 영혼입니다. 하나가 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제 폐하는 사셔야 합니다. 저에게 이 말이 임했듯, 여러분도 이 말을 함께 하십시오. 황제 폐하는 사셔야 합니다.”





이제 2/3쯤 왔다. 아직도 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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