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목표로 했던 학과 가서 대학 졸업하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도 딸만큼 따고
관련 직종에서 보조로 근무도 해보고
군 복무도 마쳤으니 이제 남은 건 취직인가 했는데

목표로 하던 기업들은 채용 규모 줄이기만 바빠서 사람은 뽑지도 않고 줄여나가기만 하고
거기에 기존에 요구하지 않았던 새로운 스펙을 추가해 지원자를 또 한 번 걸러내고
채용 시험 문턱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주변에 같이 준비하던 사람들은 이제 다들 자리 잡아서 연애 결혼 행복한 소식만 들리는데
나는 아직도 취준생을 가장한 방구석 백수에 만나는 사람도 없고

괜한 자격지심에 스스로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점점 숨기만 하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연락이 끊기고
이제는 다른 길도 생각해 봐야 하나 싶어서 시작해 본 일도
생각했던 것 이하로 잘 풀리지 않았고

제풀에 지쳐 이제는 좋아했던 취미를 해도 즐겁지가 않고
어차피 불합격할 다음 시험을 위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 속의 글자들을 훑고
어두워져서 불 좀 켜놓을까 했더니 오랫동안 쓴 전등이 툭 나가버리고

만사 다 때려치우고 자리에 한 번 누우니 다시 일어나기가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