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랑 본 영화 음악을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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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1

[일반] 오늘 너랑 본 영화 음악을 들었어앱에서 작성

멍멍이

2021.05.17 18:56:33

조회 100 추천 0 댓글 5

문득 스쳐지나가듯이 그 음악이 들렸어. 5년 가까이 된 노래인데 듣자마자 그 영화가 바로 떠오르더라. 정말 좋은 노래, 좋은 영화였나봐.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선명하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내내 그 음악을 들었어. 항상 여름밤이 떠오르는 노래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봄이 떠올랐어. 너와 함께 잠든 것처럼 몽롱하게 보내던 2017년의 봄. 1년 반 동안 만나면서 우리에게 봄은 딱 한번 뿐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서로에게 결코 쉽지 않은 때였어. 남들 다 가는 꽃놀이 한번 못 가보고 내가 떠나야했지. 그때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만 걱정했을 뿐 너를 진심으로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 나를 보내면서 넌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를 기다리면서 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사람은 이 노래가 소년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더라. 너랑 만나던 그때, 너랑 그 영화를 보던 나도 소년이었어. 21살이지만 나는 모든 게 서툴었고,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았지. 한달 만에 우리가 다시 만나던 날 기억나? 정말 미친듯이 가슴이 뛰었어. 봄날이 너무 예뻤고, 네가 너무 그리웠어. 목마름, 배고픔, 괴로움보다도 네가 그리웠어. 편지로는 다 담을 수 없던 마음을 모두 주고 싶었어. 바닷가를 걸으며 나눴던 그 애틋한 키스가 아직 기억나.

우리가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 내가 홀로 돌아오던 날, 그때도 봄이었어. 거짓말 같은 4월 1일이었고, 벚꽃이 바람 따라 불어오는 오후였지. 모두들 기뻐할 때 난 혼자 좀 서글펐고, 거리는 예뻐도 네가 없어서 허전하더라. 네가 함께 있었더라면. 네가 문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다 나를 보며 달려와줬더라면. 그때의 봄처럼 우리가 가슴 뛰는 사이였다면.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 네가 있었더라면. 네가 함께였더라면.

아직도 가끔 네가 꿈에 나오곤 해. 처음 우리가 헤어졌을 땐 괴롭고 슬픈 꿈을 꿨었는데, 어느샌가부터 좋았던 기억들이 꿈에 나와. 네가 나오는 꿈을 꾸다 문득 잠에서 깨면 웃고 있어. 그런 날은 종일 마음이 빈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더라. 정말 좋은 사람, 좋은 마음이었나봐.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아직 네가 선명해.

너는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다시 마주친다면 잠깐 앉아서 이야기 해보고 싶어. 요새는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 생각인지도 듣고싶어. 또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아.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싶고, 내가 이젠 괜찮으니 혹시라도 걱정하거나 마음에 두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싶어. 그리고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표현을 잘 못했는데, 많이 사랑했었다고도 말해주고 싶어. 정말 많이 사랑했어. 내 어린 마음이 전부 네 거였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조차 좋아했어. 이런 말들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미안했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기를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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