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공연 올라온다고 했을 때 이렇게 낡은 극이 요즘에도 올라오냐는 비판적인 반응이 많아서 볼까 말까 좀 고민했었는데 지인이 영화로 봤는데 재밌었다고 추천해줘서 용기내서 보고옴

결론적으로는 고민했던게 무색할 정도로 재미있게 봤어ㅎㅎㅎ 사랑으로 희노애락을 겪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혹시 나처럼 고민하는 바발있다면 츄라이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쓰게된 만큼 약간 극을 위한 변명글처럼 느껴질 수 있음 주의ㅋㅋㅋㅋㅋ

극 올라온다고 했을때 갤 반응중에 내가 신경 쓰였던건 두 가지였는데 첫번째는 지나치게 수위높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거였고 두번째는 극 중 앨리스의 직업이 쇼 스트리퍼라는 점이였어

앗 그리고 소희배우가 연극을 잘 소화할수 있을지도 소소한 관심이였고

첫번째는 이번에 연출진이 잘 고쳐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낡아서(;) 그런건지 낯부끄러운 단어들이 '불필요할 정도'로 '남발되고 있다'라고는 전혀 못느꼈어

사실 성인들이 만나서 사랑 연애하고 심지어 환승에 바람에 불륜(!)까지 하는데 <너 쟤 사랑하니? 8ㅅ8(아련)> 여기서 끝나는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싶고

당연히 <ㅅㅂ 잤어???? 잤냐고!!!!!>까지는 가줘야지ㅋㅋㅋㅋㅋ

물론 극에서는 여기서 좀 더 나가긴 하는데ㅋㅋㅋ

아무튼 대화의 수위가 높은 부분이 있긴 있어 근데 일부 장면에서만 그렇고 그마저도 내 기준 눈살 찌푸릴 정도는 아니였음

근데 좀 생각해봐야 할 건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느껴지는게 다를거 같다는거야

극 중 등장인물들의 상황 중 경험해본게 많을 수록 맞아 저렇지 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반면 20대 초반이거나 연애 경험이 없거나 성관계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들이 뱉는 대사가 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긴 하거든

그래서 오히려 부모님 보여드리기 좋은 효도용 극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함ㅋㅋㅋㅋ

직접 다 겪어본(바람 불륜 이혼 빼고)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게 보실듯

앨리스의 직업과 그 직업이 극 내에서 표현되는 정도도 그냥 적당한 수준이였던거 같아

진짜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지만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앨리스의 성격과도 잘 어울렸고 눈요깃거리로 보여주기 위해 앨리스 역 배우를 노출시키는 연출도 없었어

스트립쇼를 하는 장면이 있긴 한데 그냥 짧은 원피스에 가운 걸치고 나와서 워킹하는 정도?

그 장면도 어쨌든 극 중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라서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고

마지막으로 캐스팅 얘기를 해보면

몽댄은 원래 내 믿보배라서 무난하게 재밌게 잘 봤어ㅋㅋㅋㅋㅋ

아니 사실 연기 어땠는지 얘기를 하고 싶은데 팬이면 회전돌맛 나겠다 싶을정도로 진짜 옷빨이 개쩔어서 그게 너무 크게 남음...;;

앨리스랑 처음 만났을때는 어버버대는 찐따였던 주제에 앨리스가 만나주니까 갑자기 자신감에 뽕차서

안나를 꼬셔내는 폭풍 직진남으로 레벨업하는데 그 두 모습이 다 잘어울려서 좋았음

소희앨리스는 생각보다 연극 발성 잘하더라 일단 캐릭터 자체가 약간 고양이 속성인데 첫 작품으로 본인 이미지랑 잘 어울리는 배역을 선택한거 같아

감정 연기가 딥하게 들어가면 약간 어색한가?싶은건 있었는데 스케줄 맞춰봤을때 티켓잡기 망설일 정도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함

진희안나는 이번에 배우 자첫이였는데 감정연기가 너무 좋더라

개인적으로 캐릭터들 중에 안나가 제일 머릿속이 복잡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지도록 표현하는게 진짜 와 배우다라는 느낌이였어

다흰래리도 진짜 너무 잘해! 어떻게 사람이 래리ㅋㅋㅋ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서 래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이중적인 부분이 많고 비호감으로 비춰질만한 요소들이 많음

그래서 설정만 놓고 보면 아 진짜 저런 사람이 어딨어 최악ㅠ 여자들이 왜 만나주지 싶은데 다흰래리는 진짜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느낌이고 심지어 못할짓을 하는데 매력적이고 밉지가 않더라

개인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입체적인 존재인지, 또 사랑 앞에서 얼마나 이기적이게 되는지가 잘 보이는 극이라서 흥미진진하게 봤고

"어느 시대에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창작진의 말에 공감추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 캐릭터가 모두 주체성을 가지고 선택을 한다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음ㅎㅎ

극 보기 전에 걱정했던 요소들은 사실 어떻게 보면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진 극일까봐'로 요약될 수 있는데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오히려 전혀 반대의 경험을 했거든. 그 경험만으로도 너무 즐거웠어

진희배우가 관객과의 대화에서 안나가 래리 또는 댄과의 관계에서 수동적인 피해자로 보이지 않도록, 안나한테 벌어지는 상황이 다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는데 배우를 비롯한 창작진의 이런 고민들 덕분에 좋은 관극 경험을 한 것 같아ㅎㅎ

아직 갤에서 많이 언급되는 극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봐서 클로저 얘기도 많이많이 할 수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