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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올립니다 누구든 봐주세요

ㅇㅇ(1.244) 2021.01.26 01:00:04
조회 557 추천 4 댓글 3

제목: 웃음,


제1장.


A 마을에서 가장 실력 있는 광대는 요릭이다. 그는 특별한 날마다 마을 안에 있는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태양이 힘겹게 올라오고 파아란 하늘 아래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니던 어느 날, 요릭은 걱정을 표정에 잔뜩 묻힌 채 그의 작업실에 앉아있다. 그가 입고 있는 조잡한 형형색색의 광대 의상이 혼란스러운 그의 기분을 대신 대변해준다. 그는 내일 이 마을에 직접 행차하실 Z 공주에게 초연할 무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나에게 이 폭풍을 지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그는 소리쳤다. "아아.. 물이 필요해,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혹여나 어여쁘신 공주님께서 나의 무대를 보고 지루해하시면 아이고! 나 살려.. 지금 내가 내일을 위해 준비한 무대는 누구보다 웃음에 가까운 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코웃음이라도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이야.." 그는 이것저것 그의 극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작업실을 떠났다. 한참 후 태양이 요릭의 정수리 바로 위에서 그를 바라볼 시각 그는 커다란 저택의 문을 요란스럽게 두들겼다. "C 교수님? 안에 계십니까? 저에게 지혜를 나누어 주십시오!" 하지만 응답이 없었다. 요릭은 금방 우울로 적신 빵이라도 한 입 크게 베어 문듯 볼에 잔뜩 공기를 넣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C교수를 기다렸다. 몇 시간 동안 기다렸을까 요릭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안 되겠어 이러다간 시간이 다 갈 거야! 먼 길이긴 하지만 F 박사님 댁에 가서 조언을 구하는 게 더 빠르겠어." 그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여정은 전만큼 수월하지 못했는데 다른 마을로 넘어가는 부분에 있어 C 교수의 저택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고 무엇보다 그는 음식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팠다. 요릭이 F교수 집에 도착하기 일보 직전 해는 이제 막 달에게 하늘을 맡겨주었다. 요릭의 배는 배고프다면서 소리를 질러댔고, 그의 눈은 피로를 만나기 수줍었는지 틈만 나면 어둠 속에 숨고싶어했다. 발은 스스로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자신의 몸을 부풀렸고, 다리의 영혼은 이미 천국에 가버렸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웃음을 향한 갈구, 걱정 그리고 불안으로 실을 짠듯한 애처로운 광대 의상을 입은 요릭은 황량한 들판을 걷다가 결국 힘이 빠져 무릎을 꿁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이제 말할 힘도 없었다. 결국 그는 피로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제2장.


요릭이 눈을 뜨자 F 박사의 집이었다. 그러나 그를 간호하고 있던 자는 F 박사가 아니었다. "누구시죠? 혹시 F 박사님?" 요릭이 물었다. 의문의 남성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높았고 단호했다. " 아니 난 그의 동료네... Mappy가 내 이름일세. 내 보니 자네가 많이 피곤한 모양이던데. 아직 한밤중이니 편히 쉬세." 그러나 요릭은 당장 궁극의 웃음을 찾아야 했다. 그는 울먹이며 자포자기하듯 내일 일어날 일들과 자신이 창조한 연극 그리고 웃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인자하신 Mappy 선생님, 지금 저는 절박합니다. 저에게는 궁극의 웃음이 필요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내일 당장 이 나라의 공주님께서 A 마을에 직접 행차하시는데 저는 그분께 한심하고 지루한 단막극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상한 단편 극은 제가 우려한 가장 형편없는 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농담의 깊이 혹은 웃음의 기술을 이해 못 하는 몰상식한 멍청이는 아니니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륍니다." 말이 빨라져 요릭은 마지막 말을 절었다. "음.. 그렇다면 자네는 웃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말로 들리..”

"아이고." 요릭이Mappy의 말을 끊는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악마의 계약이라도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그가 희미한 한 줄기의 희망의 빛을 발견할 때 나오는 그의 반응의 일환이었다. 그는 이런 은근한 떨림 즉 설렘을 일부러 숨기지 않았다. 그러자 Mappy는 악마의 계약을 운운하며 그가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말해주기 시작했다. "먼저 극이 시작되기 전 헐렁한 의상을 입게나. 그러면 이제 자네는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네. 그리고 극이 시작되는 순간에 자네는 눈을 똑바로 뜬 채로 천천히 관객에게 땅이 보이도록 인사하게..." Mappy는 할 말을 다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정녕 끝이랍니까?”

"그렇다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요릭은 절망했다. "아아 내가 멍청이를 만났구나!" Mappy는 요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호탕하게 웃었다. "자네 매우 웃기는 친구구먼. 그러나 자네는 내가 일러준 대로 해야 하네, 자넨 웃음을 원했고 그것으로 인해 나 곧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이 맺져졌기 때문이지.." 요릭은Mappy의 기묘한 분위기의 대답에서 전혀 장난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아 놀랐다, 사실 Mappy의 대답이 장난스럽긴커녕 죽음이 그의 대답에 스며들어있는 듯 느껴졌다. Mappy는 요릭의 굳은 표정을 보며 슬쩍 미소를 흘려보내더니 방문을 열어 그의 고향 즉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요릭은 그가 일러둔 대로 해야겠다고 확신했다.






제3장.



그가 떠난 후 몇 시간 동안 눈을 붙인 요릭이 일어났을 때는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각이었다. 갈 길이 멀어 요릭은 부지런하게 보따리를 챙기고 어제 입고 온 광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바로 F 박사의 저택을 떠난다. 그가 왔던 길을 복기하며 반대로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고 마침내 그는 자기 작업실에 도착한다. 공주가 직접 행차해 A 마을에 방문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는 입고 있던 광대 의상에서 한층 헐렁한 옷을 입고 무대를 향하여 도약했다. 점점 무대에서 가까워지자 활기찬 사회자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곧 요릭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 사회자는 외쳤다. "무한한 익살과 기막힌 상상력의 소유자 요릭을 소개합니다!”


박수갈채.


무대 아래 요릭 등장.


그는 무대에서 한숨 한번 쉬고 눈을 부릅뜨고 천천히 그의 눈은 운을 띄운다.


하늘.


공주.


관객들.


3 정거장을 경유하고 마침내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다.



땅.



Finale.




요릭 그가 살던 땅은 건조하며 추웠다. 깨끗해서 벌레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평생 벌레를 본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요릭이 빛을 비추자 희미하게 노르스름한 색이 진한 갈색과 어우러져 마치 대변의 색과 비슷한 불쾌한 등딱지와 소름 끼칠 정도로 가느다란 다리들. 얼굴은 앙상했으나 그의 조그마한 몸을 본 순간 사자를 한 마리 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요릭의 발 옆에 그 작은 벌레는 여섯 마리가 있었다.

"아이고" 그는 공포에 소심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모자가 그의 놀란 머리와 함께 있지 못하겠다고 공표한 뒤 요릭의 머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허공의 줄을 타고 벌집을 건드렸다.벌집은 요릭의 머리가 모자에게 작별 인사한 것을 눈치챘는지 새로운 모자라도 되는 듯 살포시 앉았다. "아얏" 요릭은 이번엔 의아함에 질문했다. 무의식적으로 요릭은 벌집을 쳤다. 벌집에 안에 있던 독파리 여섯 마리가 그의 눈앞에 나타난다. "하" 그는 잃어버린 웃음을 찾듯이 체념을 찾았다. 독파리가 그의 팔을 문다. "으악" 순간 모든 것을 무장한 고통이 무방비의 요릭을 후려쳤고 요릭은 무기력한 비명을 질렀다. 요릭은 죽음의 고통을 느끼고 온 힘을 다해 도망친다.


"...? 으허?"


"아하하??"


"아하하하...!"


관객들은 공기에 떠다니던 웃음을 잡고 입속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요릭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의 광대 인생 최고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결합하여 웃을 수밖에 없는 동작의 연속을 1초마다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 하아 크--악" 훌렁한 옷이 벗겨져 그의 엉덩이에 독파리 두 마리가 그를 물었다. 요릭은 죽음이 바로 앞에서 사람을 직시하면 웃음은 의미가 전혀 없다고 관객들에게 최대한 -비정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의 비명은 소리는 작았지만, 발성이 너무도 청아하게 탁탁 끊어져 마치 바이올린의 스타카토 연주 같았다. 그러나 그의 미려한 경고의 아름다움은 이내 공주를 비롯한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변화되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웃음을 불러댔으며 웃음 역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마지막으로 파리 두 마리가 그의 성기를 물었을 때 요릭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생애 최고의 노래를 손으로 느꼈다. 손은 요릭의 입에서 나온 노래를 듣고 떨면서 소리쳤다. "으허 하하 나 죽네에…" 요릭은 곧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게 되었고 관객들의 웃음을 도리어 웃음으로써 견고한 조소와 심각한 냉소의 메세지를 던지려 했으나 우매한 공주와 관객들은 관객 자신들의 웃음에 대한 요릭의 냉소를 실성으로 받아들이고 요릭의 조소를 도리어 우스꽝스러운 자신들의 무식한 웃음으로 전락시켰다. 그의 장례식은 웃음으로 치러졌다. 시간이 지나 웃음이 잦아들자 사회자는 선포한다. "최고의 광대 요릭이었습니다.” 그저 참담했다. 웃음은 사회자의 지루한 발표와 함께 죽어버렸고 요릭과 함께 묻혔다. 공주는 그 자리에서 웃으며 떠났고, 관객들 중 한 명이 물었다.

"다들 나 오늘 일정 없는데 맥주 어때?"

"오 그래 오랜만에 맥주 좋다!”

"나도! 오늘 한잔 해야지!"

"나도 같이 가자!"

"그래그래 가자!"

"나도!"

"나도 같이 끼워줘!"

" 그래 가야지...!"

"음 물론 나도 가야지!"

"가야지.."

"당신도 가야지.."




"무대는 다 끝났으니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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