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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lgiornale.it/news/davos-classica-dove-incontri-i-big-strada-2516188.html
베르비에, 샴페인 그리고 별들
거리를 걷다 보면 거장들을 만나는 ‘클래식계의 다보스’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거장들을 끌어들인다. 이탈리아인들은 불참
피에라 안나 프라니니, 2025년 7월 29일
베르비에에서
작은 마을의 입구를 막 지나자마자, 휴대전화를 보며 걷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모두처럼 보이지만, 그의 방식은 아주 특별하다.
그는 바로 피아니스트 중의 피아니스트, 트리포노프다.
잠시 후,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난다.
그는 활을 한 팔에서 다른 팔로 옮겨가며 걷고 있고, 무척이나 연습에 몰두한 모습이다.
그는 손목 건염으로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키신.
또 하나의 경이로운 피아니스트다.
호텔에 들어가 방으로 올라가면, 옆방에서 교과서적인 바흐의 샤콘(Chaconne)이 흘러나온다.
그 음색, 그 소리, 그 테크닉!
주인공은 바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 카바코스다.
이곳이 바로 베르비에다.
알트슈테트, 아르헤리히, 바바얀, 보리소프, 부치코프, 부니아티쉬빌리, 카퓌숑, 쿠렌치스, 후지타, 그링골츠, 얀센, 로자코비치, 마이스키, 메켈레, 말로페예프, 임윤찬, 샤니 —
이들은 올해로 31회를 맞는 베르비에 페스티벌(8월 3일까지 개최)의 이름난 출연자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페스티벌은 고지대에서 열리는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 축제로,
콘서트, 마스터클래스, 두 개의 상주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진 클래식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알프스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와 있다.
이곳은 부동산 열기로 들끓고 있으며,
그 결과 곳곳에 크레인과 공사 현장이 펼쳐져 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샬레(전통 산악 오두막)들이 산비탈을 따라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그 끝은 스키장에 이를 정도다.
마르틴 엥스트룀(Martin Engstroem) — 이 페스티벌의 창립자이자 전체 기획자는 베르비에를 음악의 메카로 만들었다.
그는 하나의 시스템을 창조해냈다.
출연료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다시 이곳을 찾는 연주자들,
지역사회와 끈끈한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강한 후원자 풀(pool)이 있다.
그들은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자신의 샬레를 열어 아티스트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한다.
이 자리를 통해 관계가 되살아나고, 자신이 숭배하던 스타들과 한 식탁에 앉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2022년까지는 주요 후원자들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사들이었다.
그들은 대개 게르기예프(Gergiev)를 따라 이곳에 도착했으며,
그는 당시 이 페스티벌의 ‘신들의 창조자(demiurgo)’와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소란 없이, 그 자리를 동아시아인(orientali)들이 대신하게 되었다.
지정학적 변화는 이 알프스 고지대에서도 감지된다.
베르비에에서는 전설적인 거장들과 떠오르는 신성들, 교수들, 음반사 관계자들, 매니저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신예들에게는 도약대가 되고, 베테랑들에게는 실력을 입증하는 무대다.
그래서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의 악기 분야에서 ‘차세대 시너*’라 불리는 한 젊은 연주자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테니스 선수 야닉 시너 (Jannik Sinner) - 즉 "특정 악기의 새로운 시너"는 자신의 악기 분야에서 촉망받는 젊은 스타 연주자를 은유적으로 지칭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랬다간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저는 이탈리아에선 연주하지 않아요. 안타까워요.
이탈리아에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라 스칼라 필하모닉?
로마 산타 체칠리아?
"좋긴 하죠. 하지만 최고는 아니에요."
주변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찬물을 끼얹는 말이지만, 동시에 이탈리아 오케스트라들이 세계 무대 최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사실 이번 베르비에 출연진 명단에도 이탈리아 솔리스트들은 거의 없다.
왜일까?
라나(Beatrice Rana), 파가노, 지보니 같은 뛰어난 인재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은 종종 ‘사막에 지어진 대성당’처럼 고립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선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음악 생태계가
이탈리아에는 부재하기 때문이다.
마오 후지타(Mao Fujita)를 보라.
뛰어난 연주자이긴 하지만, 월드 클래스(fuoriclasse)는 아니다.
그는 일본산 카와이(Kawai) 피아노를 들고 무대에 서고,
그를 따르는 관객들이 함께 따라온다.
한국인들은 어떤가?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열정적으로 자국 연주자를 응원한다.
임윤찬(Yunchan Lim)은 하나의 록스타다.
팬들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 환호하고, 박수치고, 쫓아다닌다.
온라인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그들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며, 조직적인 음악 애국심을 보여준다.
우리(이탈리아인)는?
외롭게 방치되어 있다.
매니지먼트도 종종 아마추어 수준이고,
잔혹한 시장 속에서 버티는 데 급급하다.
이제 러시아 이야기를 해보자.
러시아는 뛰어난 음악가들의 보고다.
하지만 젊은 러시아 연주자들은,
이탈리아와는 다른 이유들로 인해,
현재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다.
게르기예프(Gergiev)는 지난 30년간 등장한 거의 모든 주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냈다.
네트렙코(Anna Netrebko)부터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까지,
그들을 세계 무대로 이끌며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았다.
그저 한 사람의 예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겼다.
말로페예프(Alexander Malofeev)부터 보리소프(Borisov)까지.
그리고 당신이 1944년 작곡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삼중주 2번(Trio n. 2)을 듣는다면,
연주자는 피아노에 아르헤리히(Martha Argerich), 그리고 카퓌숑 형제(Capuçon Brothers)다.
그 연주는 거칠게 몰아치는 템포, 냉소적인 웃음, 갑작스레 몰려오는 유령 같은 분위기,
그리고 칼로 베어낼 수 있을 듯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는 오늘날 젊은 러시아 음악가들의 불안정하고 요동치는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트리포노프에게 집중해보자.
그는 말 그대로 자연의 힘 같은 존재다.
별들이 총출동한 이 무대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그는 건반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연주에 몰입하고, 끝나고 나면 완전히 탈진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나온다.
그의 연주는 일종의 트랜스 상태 같고, 그의 리사이틀은 영적 강령회(降靈會) 를 연상시킨다.
한 번 그의 연주를 듣고 나면, 그 이후로 다른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세계가 흑백처럼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는 마지막 세포 하나까지 철저히 러시아인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음악 학교나 스타일이 섞이기 쉽지만, 출신 문화가 가진 섬세한 감성은 여전히 남는다.
베르비에에서는 음악가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함께 어울린다.
트리포노프는 아내와 네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 아이는 엄마를 닮은 또렷한 눈빛으로 아빠의 연주회를 지켜보며, 작은 비행기 장난감을 꼭 쥐고 앉아 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아직 공부하지 않아요. 음악을 즐기고 있어요.”
그녀 역시 피아니스트이기에, 악기를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옆에는 바바얀도 있다.
그는 트리포노프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 그림자 같은 존재다.
그리고 메켈레,
그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이며, 곧 리카르도 무티의 뒤를 이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단연 중심인물로 활약하고 있는데,
등장 빈도가 워낙 높아 게르기예프의 공석을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유자 왕(Yuja Wang)과의 결별 이후 새 연인과 함께 다니고 있으며, 사적인 자리에서도 주도적인 성향을 보인다.
아침 공연을 마친 뒤 점심 식사 자리에서는 샴페인을 주문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은 키신의 ‘부족(tribe)’도 있다 — 아내, 아내의 친구, 이모… 그리고 또 다른 가족들.
마이스키도 비슷한 식구를 데리고 다닌다.
마지막으로는 마르타 아르헤리히.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절대적인 여신이며, 84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고 생동감 있다.
베르비에, 샴페인, 그리고 별들 - 이곳은 오늘날 예술 음악계의 현실을 가늠하게 해주는 온도계와도 같다.
이탈리아인들은 여전히 거대한 국제 음악 무대에서 조연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이 국가적 자부심으로 표현되는 반면,
이탈리아는 그저 희망과 아마추어식 매니지먼트 사이에서 방향 없이 떠다니고 있는 항해일 뿐이다.
재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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