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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5,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운영자 2010.03.10 18:33:03
조회 2013 추천 0 댓글 5

4월 9일 (월) 맑음


D-365,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정확히 3 년 전 이맘때였습니다.  제 17대 총선 투표일을 며칠 앞둔 일요일, 여의도는 벚꽃놀이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그 시각 여의도 당사에선 중앙당 당직자들이 총선 비례대표후보이자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저에게  국회 주변거리로 나설 것을 강권하고 있었습니다. 벚꽃놀이 온 인파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 놀러 나온 사람들 속에 들어가 지지를 호소할 자신감도 부족했습니다. 다만 한표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기호 12번 민주노동당 어깨띠를 매고서  나섰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의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화창한 봄날 여의도. 하늘에선 하얀 벚꽃잎들이 폭설처럼 흩날리며 뿌려지는데 국회옆길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선 악수를 청하는 하얀 손들 때문에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한자리에서 30여분간 모델이 되어 서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현장에서 제가 체험한 것은 우리의 오랜 숙원인 대중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창당 4년만에 대중이 당을 찾고 당이 대중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처럼  2004년 4월 15일의 감격은 그 며칠 전부터 예고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로써 제 18대 총선일인 2008년 4월 9일은 365일 후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창당 8주년. 민주노동당 중장기적 발전의 분기점이 될 제 18대 총선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까?


창당한지 석 달도 안된 채 치러진 제 16대 총선은 우리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지역구 의석은 물론 전국 2% 달성에도 실패하면서 당은 등록취소라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전망이 없으니 당을 다시 만들자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제 17대 총선에서 당은 마침내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였습니다.  진보정당으로서 46년만에 처음으로 원내에 열석의 교두보를 만드는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반면 제 18대 총선 결과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는 안개 속에 갇혀 있습니다. 지금의 정당 지지율로는 제 17대 총선 결과의 절반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부터 17대에 비해 두배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제 2의 도약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낙관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선이라는 손바닥에 가려져 있지만 제 18대 총선이야말로 그 후 4년 이상 우리의 정치적 향방을 결정짓는 운명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제 17대 대선 법정선거운동일의 마지막 날인 12월 18일은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일입니다. 즉 대선이 끝나고 넉달 후에 다음 총선이 있는 게 아니라 대선과 총선이 하루도 쉬지 않고 연이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선을 마치고 총선 준비를 해서는 이미 늦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즉 대선과 총선은 지금부터 함께, 동시에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대선은 기업광고 국회의원 총선은 상품광고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철학과 정체성, 집권가능한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확립하는 것이 총선 승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대선과 총선을 분리해서 준비하는 경향이며 오는 12월 19일의 대선 득표 결과만으로 대선과 총선을 연결시키는 사고입니다. 특히 대선 돌파를 당내 경선이라는 흥행에만 의존하려는 태도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을 아끼는 많은 서민대중들이 당에 바라는 것은 당내 경선이 제공하는 흥미꺼리가 아니라 절박한 민생현실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즉각적인 대안과 적극적인 실천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침체 속에서 실망을 안겨준 지난 3년간의 부진함을 당장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노력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대선과 총선에 이르는 향후 365일동안에 과거 3년과 다른 현재의 모습을 실천으로 보이지 못한다면 우리가 약속하는 당선 후의 미래를 그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대선후보를 뽑고 총선후보를 선출하는 것만으로 대선준비와 총선준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대선과 총선의 공직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용지가 아닙니다. 한미FTA 반대투쟁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사회양극화와 민생파탄의 현장에서, 급변하는 남북, 북미관계에서 더 낮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대중의 바다 속에 뛰어들 당활동의 계획과 활동수단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내 냉담층의 마음을 다시 열게 하게하고 분회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위원회를 민생해결의 센터로 우뚝서게 하는 노력이야말로 지난 3년간의 부진함을 씻는 길이며 총선과 대선을 일선 당원의 힘으로 준비하는 올바른 과정입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여러분


민주노동당은 7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의 새지평을 개척해왔습니다. 7천명의 발기인들이 9만명의 진성당원으로 성장하고, 1%의 당 지지율이 창당 2년만에 8%로, 다시 2년후엔 13%까지 기록하고, 국회의원 당 한명도 없이 출발한 당이 불과 4년만에 10명의 의석을 확보한 예는 60년이 넘는 한국 정당사에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유례없는 신기록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자랑스런 역사는 무엇보다도 대중 속에서, 투쟁의 현장에서, 일상활동의 최전방에서 당활동을 해온 일선 당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하였습니다.


장기침체냐 제 2의 도약이냐를 판가름할 제 18대 총선을 365일 앞둔 지금 다시 당의 운명은 일선 당원들의 어깨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만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창당의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1% 지지율에도 실망하지 않고 오직 앞만 바라보고 민중의 바다로 뛰어들던 그 당시의 기백을 되찾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민심을 얻고 파탄난  민생을 바로 세우는 역사의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제 18대 총선을 승리로 기록하는데 당원동지 여러분들과 함께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하며 동지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7년 4월 9일 
 
                                                         당원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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