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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헤어진 지 두달이 되었다.

운영자 2010.01.07 18:26:49
조회 1034 추천 0 댓글 3

5월 8일 (일) 맑음

 

그와 헤어진 지 오늘로 만 두 달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 달이면 아직 모른다고 한다.

완전히 헤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첫만남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하도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간 그는 늘 나의 가까운 벗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나  정신적으로 어려울 때 그는 나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되어주었다.

고민을 거듭할 때나 결단을 내려야 할 때에도 항상 가까이 있어주었다.


그와의 관계가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를 만날 비용이 없어서 쩔쩔매던 시절도 있었다.

정확하게 한달 30일을 하루 세끼 모두 <까만소 라면>으로 때우던 때가 특히 그랬다.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 청주교도소를 전전하던 시절도 어려웠다.

우리의 만남은 <공권력에 의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를 비난하며 그와 결별할 것을 충고하는 민간인들도 있었다.

물론 그와의 이별을 시도해본 적은 없었다.

그와 헤어질 것인지 여부를 고민해 본 적도 지난 30년간 한번도  없었다.

그랬던 그와 두 달 전 헤어졌다.


지난 3월 8일 인천공항에서 빠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박보좌관에게 라이터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의원실의 재떨이를 치우라고.

 

그와 헤어진 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목에서 가래가 사라졌고, 생방송 전화인터뷰 도중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보름쯤 지나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라면> 국물 맛이 그렇게 깊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마주칠 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그의 등에다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와 헤어졌다 하니 뜻밖이라며 이유를 묻는 후배가 있었다.

섭섭함과 놀람으로 가득 찬 그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어머님 때문이다.

77세인 어머님이 그렇게 하길 원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만나서 얻는 즐거움이 아무리 큰들 그와 헤어질 경우 어머님이 갖게 될 마음의 평안함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부산으로 가서 부모님을 뵈었다.

기력이 쇠하신 어머님은 더 이상 새로운 당부가 없으시다.

바람 앞의 촛불을 보듯 가슴이 저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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