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감겨있던 눈이 뜨여진다.

언제나같이 침대에서 일어나 시끄럽게 울어대는 알림을 끄고, 침대 옆 탁자에 놓여진 안경을 집어든다.

그리고 안경을 눈가에 가져갔다가,

이내 다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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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웅성-

시끌벅적-

항상 레이시프트 전은 언제나 이렇다.

일부의 영령은 호쾌하게, 가끔씩은 진지하게 특이점에서의 모험담을 말해보기도 하며,
새로운 영령들을 독려하며, 지나친 자신감을 억제하기도 한다.

그 사이에 낀 한 사람.

인류 최고最古최대最大최강最强의 영웅들과 눈을 맞대며, 시시껄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

인리계속보장기관 피니스 칼데아의 활동중인 유일한 마스터.

대다수의 영령들은 그를 마스터, 혹은

'후지마루 리츠카' 라 부른다.

방금전까지 영령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는,
이내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에게 다가왔다.

'다빈치 쨩! 레이시프트 준비는?'

그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건다.

레이시프트 준비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남은 건 코핀에 들어가는 정도일까,
그에게 준비는 끝마쳤다고 말해주자, 그는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며 다시 영령들을 옆에 끼고 코핀으로 향했다.

그는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말한다.

'다빈치 쨩! 나 힘낼테니 응원해줘!'

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한다.

[레이시프트 코핀 가동까지 5초 전...]




[레이시프트 완료.]


숨을 몰아쉰다.
똑바로 일어서 있는 것 조차 힘겹다.
나는 균형을 잡지 못하는 다리를 억지로 끌어서 벽에 기댄다.

알고 있다.
마스터가 자신을 여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사춘기의 남성에겐 동생이자 방패같은 후배도 아닌,
존재감을 내뿜는 영령도 아닌, 맨 처음부터 보게 된
나【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고의 걸작이자
인류 최고의 여체,
『모나리자』를 대면하고 그 매력을 견디기에는,
그는 아직 너무 미숙했다.

그러나 그의 그 마음에 보답할 수는 없다.

나는 남성이다. 이 여체『모나리자』는 어떨지 몰라도
나【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남성이다.

나는 그의 사랑에 보답할 수 없으며, 보답받을 수조차 없다.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없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나는 그의 마음을 찢어놓아야만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언젠간 내려놓아야만 한다─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상처받을 그를 위해선 내가 그에게서 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지금은 칼데아, 그리고 온 인류사를 통들어 최대의 위기,
인류사의 붕괴 직전을 유일하게 틀어막을 수 있는 자,
후지마루 리츠카는 내가 사라지면 인리를 수복할 수 있는가?

참아야 한다.

적어도 인리, 인류사가 모두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나는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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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수복 완료.]

[레이시프트 대상자 칼데아로 복귀 중...]

잊으면 안 된다.

[복귀 완료.]

나는 칼데아 숍을 책임지는 지도자.

'다빈치 쨩! 다녀왔어!'

...

'수고했어! 다빈치의 칼데아 숍에 어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남아 있어야 한다.



+ 댓글하나 없어서 재업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