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조카 채린이가 지난 몇 년간의 심경을 담은 노래를 믹스테잎의 형식으로 발표했고, 난 앞장서서 홍보를 적극 도와야 하지만 막상 포스팅하려 하니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이 떠올라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빤짝이는 젊은 여성들이 세상의 악의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채린이의 멘탈은 그들과 비교해 매우 튼튼하다고들 한다. 허나, 깊은 동굴에서의 탈출, 그 이후 독립까지 채린이는 상상할 수 없을 감정의 격동을 겪고, 분노하고, 용서하고, 또 기대하고, 상상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했다. 그 반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새가슴인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라는 것을, 너무도 사랑하는 ‘무대’라는 곳에서, 그저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었을 텐데, 그것을 빼고 다 할 수 있었던 자유 아닌 자유, 뒤틀린 속박의 시간들.

인간은 결국 관성의 동물이라 다시 큰 조직이 가진 안온함에 기대려나 싶고, 이전처럼 크고 강하게 물량 공세로 빵 터트리는 한방을 선택하려나 싶었다. 아마도 그러자는 꿀같은 제안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채린이는 결국 가장 가벼워지는 방법, 즉 온전히 개인으로 돌아가 직접 자기 생각과 손으로 주변의 동료들과 작은 것에서부터 평평하게 협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억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과정에 벗들이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이젠 채린이를 정말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배를 탄 누구도 대상화하지 않는 길을 택한 채린이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