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드림웍스 창업자가 3년 안에 애니메이터들 다 ai에 따일꺼라는 글 보고 생각나는 사례들이 좀 있어서 주저리주저리 적어봄 ㅇㅇ....

일단 내가 지금 당장 떠오르는 사례는 요즘 망테크 가고 있는지 오래긴 하지만 블리자드의 사례가 떠오름...

시네마틱만큼은 여전히 맛집이고 명가라는 평가는 게임실적이 좆망한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블리자드의 최근 행보가 꽤나 인상깊음

블리자드는 대략 5~6년 쯤 전 부터 시네마틱 제작 과정에 모션캡쳐를 적극적으로 적용 했었음 물론 그보다 더 이전에도 써먹긴 했는데 비중이 대폭 늘어난 건 대강 이 시기 즈음임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 전후 구간이 그 기점일꺼야

그 이전엔 효율이 안 좋더라도 모션캡쳐보단 애니메이터가 직접 키를 잡아서 애니메이팅을 작업한 비중이 더 많았는데 격전의 아제로스 혹은 군단 확장팩 시기 즈음부터 모션캡쳐 비중도 엄청 늘어나고 이 뿐만 아니라 페이스 캡쳐 기술도 적용 했던 걸로 보임

페이스 캡쳐는 그...아바타 이후로 유명해진 기술이야 배우 얼굴에 점찍어놓고 표정연기 촬영해서 모델링에 반영시키는 그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면 요 시점부터 캐릭터들의 표정이 되게 다채롭고 리얼해진 것도 한 몫하는데,

더 큰 이유는 아예 캐릭터들의 페이스 모델링의 인상착의 자체가 전담 성우들의 인상과 흡사하게 변했다는 거임

똑같은 안면근육 좌표 데이터를 캡쳐해도 사람 얼굴 근육 쓰임새는 제각각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원본 배우의 인상과 모델링이 비슷해져야 결과물이 더 잘 나오니까 이런 선택을 한 거 같음

그리고 격전의 아제로스 시점엔 평소 확장팩마다 보통 한개, 많아야 두 개 정도 되는 단편 시네마틱 필름을 노병 사울팽의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거의 8개? 9개? 정도를 찍어내듯이 7~8분 길이로 엄청나게 공개했었는데 급격하게 다작이 가능해진 원리도 모션캡쳐가 한 몫 했다고 봄

근데 이 시점엔 내가 시네마틱을 볼 땐 움직임이 뭔가 묘하게 좀 거슬린다? 답답하다? 뭐 그런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었거든

대체로 내가 불호를 느끼는 구간은 군단, 격전의 아제로스, 어둠땅 이렇게 세 개 확장팩의 시네마틱들임 내용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애니메이션적으로 뭔가 이전과는 다르게 힘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흐느적 거린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었음

이런 느낌을 받았던 원인을 모션캡쳐라고 특정하게 된 계기는 블리자드가 이전에 공황장애로 퇴사했던 크리스 멧젠을 다시 불러오면서 멧젠의 주도 하에 새로 만들어진 내부전쟁 시네마틱과 거기에 대한 비하인드 인터뷰를 읽고 나서 부터였음

멧젠이 복직하고 앞으로 워크래프트 프렌차이즈가 이어질 새로운 3부작 시나리오를 대략적으로 집필 해 놓고 시네마틱 제작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가장 큰 변화점이 뭐였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션캡쳐 비중을 극도로 줄이고 움직임을 거의 다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키를 하나하나 찍어서 만들게끔 제작공정 구조를 올드스쿨하게 다시 되돌려 놨다는 거야

당장 내부전쟁 시네마틱을 보면 알겠지만,

이번 시네마틱은 생각보다 상당히 덤덤해
과한 액션도 없고 화려한 이펙트도 없지

과거의 실수에 후회하며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패자 안두인이 있고 그를 위로하는 선배 쓰랄이 있을 뿐이야

화려한 춤사위도 싸움도 없이 덤덤하게 두 인물의 감정을 애니메이팅 하는데에 충실해

그런데 놀랍겠도 이전에 보던 몇 확장팩들에서 느껴지던 답답한 느낌이 없더라 오히려 그 섬세한 눈빛, 미묘한 볼살과 입술의 떨림, 커졌다 작아지는 동공 같은 아주 작고 소소한 디테일들의 애니메이팅이

캐릭터를 진정 살아있는 것 처럼 표현한 듯이 느껴졌어

나는 이런게 결국 사람이 직접 키를 조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ai가 따라올 수 없는 감각의 영역이라고도 생각하고

정작 애니메이팅을 화려하게 잡지 않은 덤덤한 시네마틱인데 기어코 모션캡쳐 방식을 버리고 시니어급 3D애니메이터들을 대거 투입했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갔는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이해가 갔어 멧젠이 왜 그런 선택을 한건지 알거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