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급된 보급품이예요. 뭐, 딱히 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내가 먹기는 더더욱 싫으니까."

홍시영은 여느 때와 같이 상자 속에 있던 포션과 위상 안정제를 꺼냈다. 저 여자가 주는 걸 받기는 싫지만 받지 않으면 다시 또 개목걸이가 난리를 칠 것을 아는 나타는 묵묵히 보급품을 받았다.

"이건 뭐야? 처음 보는 물건인데?"

투명한 유리 병에 담긴 하얀빛에 약간 노르스름한 액체.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홍시영은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내밀었다.

"신제품이예요. 마셔보세요."

"웃는 낯, 재수없어. "

나타가 홍시영의 손에 있던 병을 빼앗아 마실 때까지 홍시영은 나타를 바라보며 웃었다. 달달하지만 약간 좀 싱거운 느낌의 액체, 익숙하진 않지만 위상력 안정제보다는 괜찮은 맛이었다.

"한병 더 없어?"

"흠, 역시 남자들 취향은 모유인건가요?"

"뭐? 모유가 뭔데."

"여자들에 가슴에서 나오는 우유죠. 벌처스 자금난을 탈출시킬 아이템. 레비아의 이번 임무였죠."

"인간..아니, 차원종의 ... 모르겠다. 잘 팔리긴 해?"

"상관 마세요. 뭐, 그렇지만 지금 예약 주문이 밀려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도 괜찮겠네요. 자, 이제 잡담 그만하고 가서 박심현 감찰관이나 만나고 오세요."

참 기발한 여자야. 나타는 입맛을 다셨다. 입 안이 텁텁한게, 헹구어내고 싶은 것인지 더 마시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레비아의 우유라고 생각하니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기도- 그 여자, 날 마루타로 먹인 거 아니야? 나타는 투덜거리며 박심현이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어, 나타님! 무슨 일이세요?"

방금 막 정도연과의 대화를 끝낸 듯 저 쪽에서 레비아가 손을 흔들었다. 레비아를 보니 몸이 더 달아오르는 느낌에 나타는 발걸음을 빨리 박심현에게로 옮겼다. 그러나 지팡이를 타고 오는 레비아의 속도를 이길 수는 없어, 결국 레비아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야..뭐 홍시영 그 년이..너, 가...슴은 괜찮아?"

"네?"

레비아는 황당한 듯 되물었다. 오늘의 나타는 평소와 달리 얼굴도 붉었고,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지도 못했다. 또한 이 뜬금없는 질문이라니.

"그..임무 하면서 안 다쳤어?"

"조금 다치긴 했지만 전 괜찮아요. 나타님은 아프신 것 같은데 괜찮으신거예요 ?"

"....그런 임무 하면서 다칠거면, 아예 임무를 거부하라고."

"하지만 홍시영님이.."

"됐어. 다음부터는 나랑 같이가. 너한테 그런 행동 하는 새끼들, 다 썰어줄테니."

그런 임무를 하다 다쳤다니. 홍시영, 그 여자. 우유 짜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데 레비아를 시킨거야? 나타는 당장 따지러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엄청난 차원 압력이 올 테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 없었다.
레비아는 평소와는 다른 나타가 낯설었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타를 따라가려던 레비아는 정도연이 김가면에게 가져다주라던 체조직을 기억해내고는 자신의 임무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김가면이 웃으며 서 있던 그 자리에는 김가면이 없었다. 레비아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다 저 멀리서 축 쳐져서 들어오는 김가면을 보고 쪼로로 따라갔다.

"김가면님..? 오늘은 기운이.."


"휴..벌처스 자금난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이 이것 뿐이라니..읏, 아직도 아프네."






From DC W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