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플게에서 공항도 못가고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나타 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테가놈을 공항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헥사부사앞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네덕인 듯한 룩딸 쟁이를 강남 GGV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은화 3개, 둘째 번에 은화 5개-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 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 한 나타는 10000원짜리 은화가 서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만큼 기벘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8만크레딧 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 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포션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트레이너에게 우로보로스 꼬리를 푹고은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음이다.

트레이너가 김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맨드란 뿌리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부활캡슐 하나도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부활캡슐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캐롤리엘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수 없으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새로에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중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맨드란 뿌리를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나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맨드란 뿌리 한근과 5000원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나타의 말에 의하면, 그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잡아 뜯어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는 듯이 처박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 하고 눈을 흡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나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나타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흡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나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한 듯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우로보로스 꼬리를 고은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맨드란 뿌리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또, 처먹고 지랄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 보았건만, 못 사 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 줄 수도 있다. 트레이너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돼비아(열세살먹이)에게 사료를 사 줄 수도 있다.-8만원을 손에 쥔 나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개추크레용 이 글을 개념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