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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MEMORY 13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12 17: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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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강태욱'의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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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수면제 보다 따뜻한 우유 보다 더한 수면 효과를 가져다 주는 향기였다.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코끝을 찌르던 달달한 꽃향기. 오직 그녀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였다. 눈을 떴을 땐 그녀는 없었지만 그녀의 체취는 남아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웃음이 피식- 터져 나왔다.



"혜란아..."



그녀의 향기가 잔뜩 묻은 이불을 얼굴 위로 끌어안고 나직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입안에서 메아리 치는 이름에 입꼬리가 씰룩였다. 피부에 기분 좋게 닿는 미온수로 샤워를 하다 옆구리에 새겨진 붉은 자국을 보고 밤새 그녀와 함께한 순간이 문득 떠올라 두 귀에서 열이 뿜어져 나오는게 느껴졌다. 그녀가 남긴 흔적을 하나 발견하니 이곳저곳 붉으스름하게 오른 자국이 눈에 띄었다. 내 몸도 이 지경인데 그녀에겐 더 많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아...미치겠다..."



다시 한번 그녀의 아름다운 몸이 뇌를 탁- 스치자 온 몸에 부끄러움이 샘솟았다. 몇 십번이고 봤을 몸인데 기억을 잃고 나니 모든게 리셋 되서 민망함과 쑥쓰러움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 그 순간에는 몸은 마흔이지만 정신은 스물아홉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혈기왕성해져 그녀를 안고 놔주지 않았다. 이상한 소유욕이 들끓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근데 지금 머리에 물 맞으며 생각해보니 아주, 매우, 몹시 민망해 죽을 것 같다. 세상 모든 민망함을 다 끌어 안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

넓은 집에 혼자 있다는 것이 싫어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새 그녀의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 늘 늦은 저녁을 때우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그녀가 안타까워 그녀가 퇴근 하기 전 먹을만한걸 만들고자 주방에 섰다. 근데 막상 요리를 하려니 그녀의 식성을 잘 모른다. 이것도 기억을 잃은 나의 잘못이라 어쩔 수 없이 아무거나 만들어야 한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와 채소를 꺼내 다듬고 손질하여 전부 구웠다. 채소는 프라이팬에서, 고기는 오븐에서. 그리고 식탁에 와인잔과 접시, 포크와 나이프를 세팅하고 나니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띠리릭-


"혜란아, 왔니?"



앞치마를 풀고 그녀를 마중 나가는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몸이 압축기에 들어간 듯 짓눌리는 기분에 애써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서는데 무섭게 쏘아보는 눈빛에 돌아서야 했다. 아무런 말 없이 식탁에 앉아 붉은 빛이 매혹적인 와인을 먼저 한 모금 들이킨 그녀는 셔츠 맨 윗 단추를 풀러 목덜미를 가리켰다. 선명한 붉은 자국.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면 당황스러움에 뿜었을거다.



"어떡할래?"

"크흠…흠…미,미안해."

"다음부턴 절대 하지마.또 여기다 하면 그땐 용서 안해."

"…네."


삐익- 삐익-



숨막히는 정적을 뚫고 타이밍 좋게 오븐 알림 소리가 울렸다.



"다 됐나보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뜨거운 오븐을 여는데 뒷통수가 따갑다. 뒷통수에 닿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닿기만 해도 데일 것 같은 오븐 같았다. 처음으로 그녀가 무서웠다. 알맞게 익은 고기를 접시에 균일하게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 날, 나는 주변 공기만 삼켜도 체할것 같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식사를 했다.

-

첫 재판이 시작 되었다. 증거와 목격자 진술이 너무 많아 형이 확실한 사건이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겐 변호사로서 치루는 첫 재판이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샘솟았다. 엄숙한 재판장 안, 변호인석에 착석해 언제나 내 자리였던 검사석을 바라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묘한 설렘이 좋으면서도 씁쓸함이 공존했다. 피고인이 옆자리에 앉고 재판부가 판사석을 채웠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무심코 방청석을 돌아보는데 어둠에서 눈을 뜬 날, 병원에 찾아 온 형사가 기분 나쁜 미소로 내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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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촉촉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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