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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를 보고 ‘졸업한 지 꽤 됐을 텐데 아직도 수학을 그렇게 잘해?’라는 호기심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재방송으로 보기 전까지 그에 대한 내 기억은 ‘서울대’, ‘얼굴 예쁜 가수’, ‘UN’의 세 가지 키워드가 전부였다. 처음에는 ‘얼굴 예쁜’의 내 기억이 의심 갔지만 노래방에서의 과거 모습을 보니 ‘아, 저런 얼굴이었구나’ 생각하며 의문이 풀릴 정도로 아는 게 없었다.

요즘 달라진 학교 모습도 재미있고 해서 그 프로를 보며 천천히 그에게 빠져들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며 귀엽고,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환하게 웃는 모습. 내가 만일 신이라면, 그래서 천사를 인간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 보낸다면 저런 웃음을 가진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어 보낼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진짜 좋아진 것은 그 프로가 끝난 뒤부터인 것 같다. 매주 새로운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못 보게 되니 보고 싶어져서 sweet propose를 비롯한 과거 영상을 보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사이트에 가서 과거 그가 찍은 영화와 드라마, 예능까지,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보았다. 나중에는 개인 블로그까지 돌아다니며 과거 사진, 영상과 인터뷰 등을 섭렵했다. 인터뷰가 제일 자신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인터뷰는 나를 더 세게 잡아당겼고, 처음에는 그다지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소년 같은 목소리가 나중에는 너무도 좋아져서 일본 앨범까지 사서 들으며 정말 많은 시간을 그의 목소리와 함께 살았다.

인간 종에 대한 흥미는 높지만 개개 인간에게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내게 그는 너무도 특별한 존재였다. 너무도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내게 누군가 왜 그렇게 좋은지 물었을 때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서로 상반되는 또렷한 성질을 그 안에 다 갖고 있고, 그것들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형태로 드러난다. 어린아이와 성숙한 어른, 남성과 여성, 지극히 산만함과 고도의 집중력, 까칠함과 순둥순둥함, 똘똘함과 허술함, 예민한 신경에 따스한 마음, 뜨거운 열정과 게으름, 여리지만 단단하고, 엉뚱하면서도 본질에 접근하며 자유분방하지만 결코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모습은 계속 그를 찾게 했다. 웃는 모습에 반했지만 화내는 모습과 찌푸리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그를 알아갈수록 더 빠져서 이제는 그처럼 생기지 않았어도 그처럼 말하고 그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우연히 호기심으로 펼쳤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더 깊이 빠지게 된 책과 같았다. 그렇게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냈다. 이 책은 내용은 물론 삽입된 화보마저 눈물 나게 아름다운, 마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연 페이지에 갑자기 삼류 잡지에 있을 법한 내용이 펼쳐져 있다. 내가 추측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당장 덮고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일어난 요란스런 언플은 짜증까지 유발한다. 그 소란 속에서 왠지 그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이제 이 책을 덮을 때가 된 것 같다. 그 동안 내 일에 장애가 될 정도로 매달려 살면서도 행복했고, 『수학에세이』 덕분에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고맙다. 그는 내게 너무도 좋은 선물이었다.

이 책은 이제 책꽂이에 꽂지만 가끔씩이라도 콘서트를 통해 그를 보고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목소리가 섬세하고 따뜻해서 소극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 같아 두 가수가 하루씩 빌려 공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공연 기대한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취소와 재예매를 통해 구한 좌석도 별로여서 표정 같은 게 보일지 모르겠다. 노래 한 곡도 모르는 가수의 공연도 보아야 한다는 부담을 무릅쓰고 가는 공연이기에 좋은 컨디션으로 많은 노래 들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