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단은 웹소판의 성공을 따라잡으려 노력해야 하는가?

ㅇㅇㅇ(221.142) 2023.08.09 23:50:00
조회 687 추천 15 댓글 108

어제 웬 어리석은 자가 던진 떡밥으로 한참을 논쟁했음

결국 그 자는

정통 문학은 재미 없고 웹소는 존잼이어서 성공했으니

문학은 웹소처럼 재미를 추구하고

웹으로 옮기는 시도를 해야 된다는 게 논지인 듯 했으나...

그 무지한 담장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는 것도 힘들었음

일단 그 자가 말하는 재미는 결국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문학이 추구하는 재미와 문학의 가치

그리고 웹소가 추구하는 가치와 웹소의 재미는 길게 댓글로 설명해서

별로 더 할 말이 없음

다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의견을 더 보태서 게시하고 싶음

왜냐면

일 할 게 남았는데 하기가 싫으니까 딴짓을 하고 싶네


일단 나름 웹소판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 시장도 지금 상황이 영 좋지가 않음

웹소는 웹소 자체로도 돈을 벌지만 OSMU를 통해 노블코믹스 + 드라마화 + 영화화를 노리면서 성장함

물론 작가의 입장에선 2차 창작물로 넘어갔을 때 기하급수적인 돈을 버는 건 아님

근데 회사의 입장, 플랫폼의 입장에선 그게 맞음

웹소에서 1000원 벌었으면 노블코믹스로 10000원 벌고 드라마와 영화로 100000원

정말 더 성공하면 100000000원도 버는 거임

그렇게 번 사례가 진짜로 있냐고?


작년에 웹소판 전체가 두 손 모아 흥행을 기도하던 게 재벌집이었음

웹소판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인데다가

주연 배우 캐스팅과 PD와 작가 섭외도 좋고 제작사도 좋았지

만약 재벌집이 망했다면

우리나라 웹소 시장 전체의 OSMU가 무너질 정도의 대충격이었을 거임

다행인지 불행인지 재벌집은 꽤 성공을 거뒀음

다만...

이게 시장 전체를 살릴 정도의 성공은 아니었음 들인 돈이 너무 많았거든

투자금에 비해 애매한 성과가 나옴


길게 얘기했지만 현재 웹소판이 처한 상황은 미국발 고금리 + 김진태발 채권 시장 불안정에 따라

대출 받는 게 어려워져서 발생함

세상에 돈이 부족함

이제까지 투자를 뭘로 받았겠냐? 다 빚이었음

대부분의 OSMU 웹소 출판사들은 여기저기서 투자금 잘 따내는 게 사업 확장의 키워드였음

자기 자본이 건실한 회사가 거의 없음

모기업이 빵빵하거나, 투자금을 잘 따내거나, 어쨌거나 대출과 채무로 무럭무럭 몸집을 키웠다 이 얘기임

현재 판교 IT 및 스타트업이 다 위기란 얘기가 돌지?

웹소판이 바로 그 스타트업 종목들 중 하나라는 거임

어쨌거나 OSMU 시도해서 새로운 재벌집 키워내려면 돈이 필요한데

재벌집도 애매한 성과였고

진짜진짜 검증된 회사가 아니면 이제 투자금 따는 게 어려움

또한 코로나가 끝나고 경제 위기가 오히려 본격화되면서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카카오페이지 및 주요 플랫폼의 매출이 직격타를 맞음

사람들이 모든 문화비를 줄이고 있고

웹소에 쓰는 돈도 줄이고 있음... 빌릴 돈도 없는데 버는 돈이 줄어드는 이중고임


어쩌면 웹소는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음

관계자들 사이엔 위기감이 상당함

그런데 여기서 웬 멍청이가 일반 문학이 웹소의 재미를 추구해서 성공을 따라잡으라고 하니

솔직히 현역에 있는 입장에선 같잖고 어이가 없었음;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옛날처럼 검증이 안 되거나, 역량이 조금 떨어지는 작가까지 출판사가 막 내주는 호시절이 지나버렸음

독자도 아무 작품이나 미친듯 읽던 메가 해비 독자가 거의 줄어드는 추세임

웹소도 레드오션이고 웹소처럼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성공한다?

웹소판에 그렇게 성공적으로 돈을 버는 작가 자체가 상위 10% 정도 밖에 없을 거고

그 10%의 노동량을 고려했을 때에

글먹을 한다는 자부심 외에 그들이 정말 노동만큼의 돈을 버는지는 고려해봐야 함


자, 여기서 일반 소설로 다시 돌아와서

일반 소설, 소위 순문 출판사들의 루틴과 산업 방식, 생태계는 

웹소랑 상당히 다르게 구성되어 있음


일단 순문 독자의 특징은

1. 작가 이름 빨에 현혹이 많이 됨

2. 어디에서 상 탔다는 소식에 현혹이 많이 됨

3. 내가 책 좀 읽는 독자라는 교양뽕을 원함

4. 책은 재미를 넘어서 내 교양과 지식에 도움이 되어야 함. 최근 SF 열풍도 이 연장에서 이해해야 함.

5. 에이 진정한 책은 종이지, 라는 생각이 아직도 있음


웹소 독자랑은 니즈가 완전히 다른 거임

웹소 독자가 상 탔다고 갑자기 ㅈㄴ 증가하는 거 봤냐?

작가 이름 빨? 아무 소용없다; 싱숑이라고 항상 전독시급 성공 하는 거 아니고

산경이라고 항상 재벌집급 성공을 하지 않는다

근데 순문은 아니다

한 번 고여버리면 시대에 엥간히 뒤쳐져서 도태되지 않는 이상 이름값이 거의 평생 간다

문갤 애들은 황병승을 아직도 찾고 있지 않니?

웹소의 독자가 1 ~ 2년 사이로 최애 작가, 최애 작품이 변한다면

순문의 독자는 옹고집이어서 한 번 꽂힌 작가, 작품을 평생 자신의 최애로 모시고 산다


또한, 순문 출판의 생태계는

을지로, 충무로, 파주, 강남출판단지 등 오프라인 거점을 통해서 형성되어있고

세계 각지의 도서전, 합평회, 낭독회, 대학, 도서관, 사설 강의, 독립 서점, 대형 서점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구성이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걸 갑자기 웹으로 이전하는 건 무리가 있고

순문 독자들에게 그런 급격한 변화는 소위 출판사의 급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순문 출판사가 그런 변화를 갑자기 할 이유도 없다

순문 출판이 돈이 안 된다고 가난라이팅을 하면서

저자에게 인세 10%를 지급하고, 편집자의 고혈을 쥐어짜며, 나라의 지원금을 타내며

무려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에서 시장 규모 2위를 차지하는 것이 출판이기 때문이다... (명백히 말하지만 웹소 시장 제외다)

그들에게 있어서 웹소로 뛰어드는 모험보단

차라리 맨부커급 상을 타는 작가 몇 명을 더 육성하는 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순문 작가들도 생각보다 웹소 성공에 관심이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1. 웹소 시장의 불안정성을 그들도 안다

2. 웹소가 그들에게 재미가 없다. 

3. 웹소의 노동량이 순문에 비해 너무 많다. 노동 대비 시급을 따진다면 웹소가 결코 돈을 많이 번다 말할 수가 없다.

4. 대부분의 작가는 겸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전업까지 하면서 웹소를 할 생각 같은 건 없다. 또한, 웹소는 전업이 아니면 상당히 뛰어들기 어렵다. 물론 상당히 웹소 작가도 겸업을 하긴 한다. (근데 그렇다면 진짜 웹소를 왜 해야 하는 거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웹소가 돈이 되어서 할 필요는 없다.)

5. 순문 작가는 자신의 커리어를 교수나 강사로 확장하고 싶어하는 경우들이 있다. 웹소는 그런 확장이 상당히 어렵다.


정리하자면

웹소의 성공에는 거품이 상당히 끼어있고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웹소 작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노동 대비 시급으로 산정한다면 그닥이다

순문은 가난라이팅을 하며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있고 그들도 웹소 시장의 불안정성을 잘 알고 있다

순문 작가는 저 돈 받고 어떻게 사나 싶지만 지원금도 타고 겸업도 하고 알아서 잘 산다

순문 출판사는 셋으로 나뉜다. 1. 굳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출판사 2. 참여할 깜냥도 안 되는 출판사 3. 간 보는 출판사


그러니

결론

웹소를 쓰고 싶다면 웹소를 쓰면 되는 것이고

순문을 쓰고 싶다면 순문을 쓰면 되는 것이다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0

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74759 2020년대에 평론가들은 '극찬'을 하지 않는다. [3] ㅇㅇ(175.193) 23.08.15 1152 12
274758 박준이 문단픽인가를 따져보기 전에 [27] ㅇㅇㅇ(221.142) 23.08.15 1228 21
274692 문창 국문 출신 작가가 많은건 그냥 통계적으로 당연한거임 [3] ㅇㅇ(118.235) 23.08.15 604 12
274684 문갤까지 와서 정치질하려는 애들이 제일 역겨움 [8] 문갤러(121.171) 23.08.15 371 19
274679 폄론가들이 "새로운 시"를 찾는 건 직업병임 [4] ㅇㅇ(118.235) 23.08.15 482 10
274668 밑에 글에 박준이 대중픽이라길래 반박함 [27] 문갤러(121.171) 23.08.15 529 4
274610 문갤에 쓰는 즉흥시 [26] 문갤러(121.171) 23.08.14 454 3
274585 문갤에 시 올리는 새끼 절반 이상은 들어야 될 피드백 [13] ㅇㅇㅇ(211.246) 23.08.14 1448 16
274541 뉴스페이퍼 여긴 뭐 하는 곳이야? [9] 문갤러(212.129) 23.08.14 365 6
274537 90년대생 스타 작가가 없는 게 아니라 [22] ㅇㅇㅇ(211.246) 23.08.14 1235 11
274510 요즘 시가 안 팔리는 이유? [9] ㅇㅇㅇ(211.246) 23.08.14 672 10
274498 여기가 소설 보다 시 비평이 주가 된 이유. [3] ㅇㅇ(121.165) 23.08.14 816 14
274487 한국 시인 티어표 [20] 문갤러(106.248) 23.08.14 1387 6
274482 씨발년들아 시나 문학이 쳐망한 이유는 단 하나지 ㅋㅋㅋ [4] 문갤러(124.59) 23.08.14 829 21
274476 90년대생 스타작가의 부재? [3] 125 128(118.235) 23.08.13 832 10
274475 평론하는 애들은 눈이 존나게 높음 [5] ㅇㅇ(118.235) 23.08.13 493 5
274473 뱅글에 이어 2020년대 시단 대충 정리해줌 [8] ㅇㅇㅇ(211.246) 23.08.13 1133 12
274415 요즘 시니 독립영화니 예술이니 한다는 씹새끼들은 이름이 왜 그모양들임 ㅋ [7] 문갤러(124.59) 23.08.13 512 7
274414 황인찬을 서정시로 분류하는 건 [12] 문갤러(211.222) 23.08.13 408 3
274399 김수영의 현대시 담론 [2] ㅇㅇ(116.36) 23.08.13 316 4
274397 新서정의 기원은 90년대에 있다. [6] ㅇㅇ(116.36) 23.08.13 264 4
274281 현대문학 들고 릴케 살던 시대로 가서 [4] 문갤러(180.68) 23.08.11 471 3
274260 올해 문예지 소설 신인은 셋밖에 없네 [2] 문갤러(211.36) 23.08.11 783 5
274254 채식주의와 여성에 대한 개잡설 [111] ㅇㅇ(116.36) 23.08.11 609 5
274218 가끔 원로의 시가 머리에 맴돌 때가 있음 [4] ㅇㅇㅇ(118.235) 23.08.11 309 4
274210 요즘 시집들은 깃털처럼 가벼움 [2] ㅇㅇ(118.235) 23.08.11 626 10
274208 문갤에 왜 바이럴을 [1] ㅇㅇ(121.149) 23.08.11 261 11
274197 나는 현대예술이 싫다 [3] ㅇㅇ(118.235) 23.08.11 398 11
274191 성다영 너많숫 최대한 절제한 해석 [7] ㅇㅇ(116.36) 23.08.11 599 3
274184 적당히 가능한 얘기만 하고 싶으면 문단 가서 해라 [3] 문갤러(121.171) 23.08.11 299 8
274178 성다영 심사평도 주의 깊게 읽어볼 만 함 [2] ㅇㅇ(116.36) 23.08.11 586 4
274177 등단작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성다영은 미쳤네 [10] ㅇㅇ(116.36) 23.08.11 877 4
274146 !!! 저자입니다 > 문학 신간 추천합니다 [8] #사말추_장정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10 483 8
274114 창비 당선됐다 [8] 문갤러(106.243) 23.08.10 1099 11
274095 창비 발표 났네 [6] 문갤러(61.80) 23.08.10 898 5
문단은 웹소판의 성공을 따라잡으려 노력해야 하는가? [108] ㅇㅇㅇ(221.142) 23.08.09 687 15
273958 황병승 문예지에 수록된 시 보니까 [13] 문갤러(58.79) 23.08.09 569 3
273904 예비 저자입니다 > 문학 신간 추천합니다! [8] #사말추_장정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8 470 9
273869 평가 없이 산 사람도 있긴 함 [24] 문갤러(121.171) 23.08.08 482 4
273868 고2 시 평가 ㄱㄴ? [10] 문갤러(118.222) 23.08.08 541 3
273851 시인은 나쁜 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음 [13] 문갤러(121.171) 23.08.08 668 15
273783 오늘의 시 [9] ㅇㅇ(118.235) 23.08.07 787 10
273738 2019~2023 소설 신인 모음 [19] 문갤러(110.35) 23.08.07 1182 10
273647 평론은 그냥 레고 해체임 [15] ㅇㅇ(118.235) 23.08.06 542 16
273645 근데 난 사실 너무 빽빽하게 분석하는 거 안 좋아함 [9] ㅇㅇ(211.222) 23.08.06 270 4
273640 죽은 아비 불알 만지는 것도 아니고 황병승 타령은 왜 자꾸 나오냐 [9] ㅇㅇㅇ(221.142) 23.08.06 476 12
273621 나는 황병승이 진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23] ㅇㅇ(116.36) 23.08.06 746 7
273487 김수영 최근 수상작이 너무 다 약하다 [4] ㅇㅇㅇ(39.7) 23.08.05 1150 18
273482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4] 되려(121.163) 23.08.04 412 13
273479 내 기준 그래도 실험적인 작품 많이 뽑는 덴 (신춘) [10] 김사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4 852 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