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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줌인] ‘너를 기억해’ 폼만 잡다 끝난 미스터리와 다른(종영①)
기사입력 2015.08.12 오전 6:54


차세대 로코킹 서인국과 공인 로코퀸 장나라의 만남. 가볍게 거들 뿐인 미스터리와 핑크빛 분위기가 일렁이는 로맨스를 예상했는데 오판이었다. 촘촘한 거미줄 전개는 마치 한편의 심리극을 보듯 치밀했으며 16회의 호흡에도 흐트러짐 없이 그 흐름을 이어갔다. 비록 ‘너를 기억해’의 시청률은 5%의 벽이 높게 느껴질 정도로 방영 내내 정체돼 있었지만 기록 이상의 값진 성과가 분명 존재했다.

◆ 때깔 좋은 게 재밌기까지 해서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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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에 곁들여진 반전 역시 이 드라마의 묘미 중 하나로 특히 모든 일의 시작이 되는 사이코패스 이준영(도경수/최원영)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은 전율까지 자아냈다. 살인자의 길을 택하게 된 비극적인 과거와 엉뚱한 법 의학자를 연기하는 현재를 연이어 그려내며 반전이 주는 충격을 극대화 했다. 작은 대사와 설정 하나하나가 복선일 정도. 그야말로 연출과 대본의 승리였다.

◆ 서인국·박보검, 너희들을 기억해

‘너를 기억해’의 부진이 아쉬운 건 이 드라마가 흔치않게 연출 극본 연기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데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스릴러물에 처음 도전한 서인국은 아픈 과거를 봉인한 남자 이현을 연기하며 일말의 가수 이미지를 완벽하게 씻어냈다. 로코퀸 장나라의 형사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이들이 내는 시너지는 분명히 존재했다.

극 초반 서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변호사에서 생이별한 친동생임이 밝혀지며 반전의 주인공이 된 이민 역의 박보검 역시 극명한 캐릭터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여기에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최원영까지 가세, 흔치 않은 남남 삼각관계까지 만들어내며 후반부의 전개를 주도했다. 청년 이준영을 연기한 디오의 경우 특별출연임에도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 전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결과 ‘너를 기억해’는 방영 내내 단 한 번의 연기력 논란 없이 기분 좋은 항해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결국 ‘너를 기억해’가 남긴 건 기록을 넘어선 드라마의 가치. 그러나 결말에 있어선 호불호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치밀한 전개로 시청자를 휘어잡고도 이 드라마는 오픈엔딩이라는 모호한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찝찝함을 달랠 수 있는 건 시즌2만이 아닐까.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사진 = KBS2 ‘너를 기억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