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주의
※ 이전 에피소드와 이어짐없음 주의
※ 자급자족 상플
익숙하게, 낯설게 EP 1.
https://gall.dcinside.com/reply1988/1073534
익숙하게, 낯설게 EP 2.
https://gall.dcinside.com/reply1988/1073991
익숙하게, 낯설게 EP 3.
1986년 12월
기다리던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이 찾아왔고, 고등학교 배정을 모두 마친 아이들은 이제 열일곱 고등학생 생활을 앞두고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택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불안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아... 야 엄청 추워
이른 아침, 덕선이 손을 비비며 택의 방으로 들어왔다. 고작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이지만 꽤 추운 것인지 덕선은 패딩에 목도리까지 단단히 한 모습이었다.
- 덕선아 왔어? 춥지? 이리와
- 으하 희동이 안녕?
덕선이 아침부터 택의 방을 찾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자신의 집 반지하는 너무 추웠고, 희동이네는 따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철이 조금 덜든 아이 같은 덕선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보다 긴 방학이 찾아온 것이 더 기쁜 모양이었다. 중3이라는 이유로 요리조리 눈치를 봐가며 머리를 길러온 그녀는 어느샌가 조금 길어진 머리로 곧잘 양갈래를 하곤 했다. 고작 한줌도 되지 않는 머리를 양 옆으로 묶어놓은 그 모습이 퍽 귀여워 택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단단히 준비를 해온 것인지 덕선의 손에는 만화책 몇 권과 귤 봉지가 들려져있었다.
- 택아 밥은? 밥은 먹었어?
- 응 먹었어. 너는?
- 나는 두 그릇 먹었지롱!
헤헤- 해맑게 웃는 덕선이 귀여워 슬쩍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이게 죽을 라고! 쬐그매가지구!’ 라는 말이 날아들었다.
- 참, 너 오늘은 기원 안가?
- 아.. 오늘은 집에서 쉴려구..
예정에 없던 대답이었다. 물론 오늘도 기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침부터 찾아온 반가운 손님 덕에 덕선에게 택은 마치 오늘은 안가도 된다는 듯 둘러댔다.
바둑판 앞에 앉아서 바둑을 두는 택을 지켜보던 덕선은 이불하나를 가져와 바닥에 엎드렸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택은 바둑을 두었고, 덕선은 빌려온 만화
책을 보며 낄낄거렸다. 그러다가 귤을 까서 제 입에 넣던 덕선이 옆에서 묵묵히 바둑을 두는 택을 보고 있으면 그 시선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입에 귤을 넣어주면 익숙한 듯 받아먹고는 살짝 미소를 짓는 택이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택의 방에서 뒹굴거리던 덕선은 따뜻한 방의 온도가 좋아서 살짝 잠이 들고 말았다. 몇 시간이고 꼿꼿이 앉아서 바둑을 두던 택이 목이 뻐근해질 때쯤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잠든 덕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느껴지는 마음의 편안함과 안정감에 조용히 미소를 짓고는 조심히 이불을 끌어다 덕선의 목 위에까지 덮어주었다. 이미 뜨뜻한 방바닥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따뜻했으면 좋겠는 마음에 택은 화장실을 가는 척 보일러의 온도를 더 올리고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와 또 옆을 돌아보면 여전히 꿈나라의 여행 중인 덕선이 얼굴을 보고 택은 그제야 다시 바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 택아..희동아
- 깼어?
- 으응..
한참 뒤, 그제야 잠에서 깬 것인지 누워있던 덕선이 살짝은 갈라지는 목소리와 반쯤 뜬 눈으로 그를 불렀다.
- 나 배고파 택아
- 아..
그제야 시간은 점심시간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 라면 먹을래? 내가 끓일까?
그녀의 한마디에 무언의 동의로 고개를 끄덕이자 덕선은 함박웃음을 짓고는 이불을 한쪽으로 개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 오늘 다른 애들은 조용하네?
- 그러게. 라면 맛있다 덕선아
- 라면이 거기서 거기지... 그리고 라면 하나 못 끓이는건 우리 중에 너 밖에 없어
익숙하게 시작된 성덕선의 잔소리에 택은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 선우랑 정환이는 아마 공부하고 있을 것 같은데 동룡이는 왜 안오지?
이때쯤 들이닥칠 때가 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 택의 방은 조용하기만 했다. 늘 너그러운 택이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아이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택아 너 오후에는 좀 쉬어
- 응?
- 오전 내내 바둑만 뒀잖아. 목 안 아프냐?
- 아.. 괜찮아
- 나 때문에 못 쉬는거 아니지? 나 갈까?
- 아니야 나 진짜 괜찮으니까 여기 있어
- 히힛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넌지시 물어본 덕선은 예상했던 답이 돌아오자 웃으며 그릇을 정리해서 다시 방을 나섰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 방이 덕선에겐 마치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 야 최택! 너 입술!
배부른 식사를 하고 다시 만화책을 핀 덕선이 잠시 찌뿌둥 한 듯 기지개를 폈다. 오랜시간 만화책을 읽는 것도 어쩔 땐 힘든데 ‘희동이 쟤는 도대체 몇 시간을 저러고 있는거야?’ 싶어 신기함에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매말라서 하얗게 일어난 택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고 덕선은 혀끝을 쯧쯧거리며 그를 타박했다.
- 야 너는.. 너 그러다 내가 웃기면 입술 다 터진다 응?
- 어? 아..
그제야 가스라니 매말라버린 제 입술을 쓰다듬는 택이었다.
- 이리와 봐
보다 못한 덕선이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들고는 택의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뚜껑을 열고 택의 얼굴을 잡은 덕선이 그의 입술에 몇 번 슥슥 립밤을 발라주었다. 코끗 가득 퍼지는 덕선의 향과 달콤한 립밤의 향기에 택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 너는 도대체 바둑 말고 신경 쓰는게 뭐냐? 지금 한겨울이야.. 입술 터..
- 응 고마워
- 너 이거 없어?
- ....
- 에휴..
그럼 그렇지.. 저 희동이를 내가 아니면 누가 챙겨 라는 마음에 덕선이 한숨을 폭- 하고 내쉬었다.
- 나도 하나밖에 없는데.. 야 너 돈 많으니까 당장 하나 사서 가지구 다녀
- ...
- 약국에 내가 같이 가줘? 아니다 내꺼 같이 써 그냥.. 하여튼 손이 안가는데가 없어 너는!
앙칼지게 택을 몰아붙인 덕선이 ‘너니까 빌려주는거야!’라며 그를 살짝 흘려보았고, 택은 뭐가 좋은지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 너 내가 다른 애들은 절대 안 빌려줘! 노을이도 얄짤 없어
- 응 고마워 내가 다음에 사줄게
- 됐네 니꺼나 사시지
그러고는 다시 이불을 덮고 엎드린 덕선이 만화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택도 다시 바둑판에 몰입을 하였다. 그러다가 또 덕선이 귤을 까주면 아무말없이 받아먹고는 바둑을 두었고, 덕선 역시 만화책을 보다가 주기적으로 그에게 귤을 까서 먹여주었다.
오후가 늦은 시간, 빌려온 만화책을 모두 본 덕선은 또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 한참을 보던 택이 조심스레 조막만한 덕선의 손을 잡아보았다. 분명 국민학교 때 까지만해도 비슷했는데 이제는 제법 덕선의 손을 모두 가릴 만큼 커져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더욱 덕선과 보낼 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쓸쓸했지만 여전히 골목 하나를 두고 마주볼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짧아서 어둑해질 무렵, 택은 덕선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한손으로 바둑을 두었고 그녀는 한참만에야 일어나 제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택은 오랜만에 단잠에 들 수 있었다.
*
며칠 뒤,
- 덕선아
- 희동아..
- 너 여기서 뭐해?
기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택은 평상에 앉은 덕선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 추운데 왜 나와 있어?
- 희동아...
- 덕선아..
무슨 일인지 코끝이 빨개진 덕선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 성보라가... 성보라가... 으헝..
덕선을 보아하니 또 보라와 한바탕을 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얼마나 나와 있었던 것인지 손과 얼굴이 모두 얼어있었다. 택은 급히 제 외투를 벗어 덕선에게 덮어주고는 그 옆에 앉았다.
- 야 너 추워
- 됐어 입고 있어
- ....
- 보라누나가 또 뭐라고 했어?
- 응.. 이씨.. 언니랑 같은 방 쓰기 싫어.
- 내 방에 가있지 그랬어.
- 너무 늦었잖아... 너도 없길래
-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는 내 방으로 와. 알았지?
- 으응..
- 가자..
- 어?
- 내방.. 가자구.. 지금 집에 갈 거야?
- 아니! 가자..
늦은 시간이라 내심 그의 집에 가지 못하고 있던 덕선은 택이 이끄는 대로 초록대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 춥지? 얼른 보일러 올릴게
- 응
택은 외투를 벗어줘 저도 추울텐데 오자마자 분주하게 보일러를 올리고 이불을 폈다.
- 앉아
- 고마워 희동아
- 뭘..
잠옷차림에 얇은 외투를 걸친 덕선이 그제야 바닥에 앉아 이불로 몸을 덮었다.
- 자 택아 너 옷
- 응
- 근데.. 너 옷 원래 이렇게 크게 입었어?
- 어?
분명 자신도 외투를 입었는데, 덮어준 택의 외투는 그런 자신을 모두 덮을 만큼 크고 따뜻했다.
- 옷이 큰게 아니라..
- ?
- 내가 큰거야 덕선아
- ....
분명 택은 성장해있었다. 매일아침 한통씩 먹는 우유 때문인지 아니면 천성이 건장한 무성을 닮은 것인지 중학교 2학년부터 부쩍 키가 자랐고, 밤에는 성장통에 다리가 아플 때가 있을 정도였다. 동룡과 정환의 키를 넘어서 가장 큰 선우와 비슷해져가려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건 덕선밖에 없는 듯 했다.
- 오.. 우리 희동이 좀 컸는데..
제 몸을 다 덮어버릴 만큼 큰 외투를 입게 된 택의 성장이 놀랍고도 낯설어 덕선은 괜스레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 조금만 있다가 갈게
- 아니야,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
- 응
- 자고갈래?
- 어?
아무렇지도 않는 말을 하는 택의 덕분에 덕선은 왜인지 얼굴이 홧홧해지는 것 같았다.
- 아.. 아니야
- 그래 그럼. 너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
제법 올라간 방의 온도에도 택은 덕선의 허리춤까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바둑판 앞에 가서앉았다.
- 너는 또 바둑이냐
- 마저 해야 해서..
- 하여튼..
그런 택이 안쓰럽다가도 또 대단해보이기도 한 덕선은 문득 심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쳐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했고, 바둑을 두는 택이 있어 티비를 틀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택아 귤 먹을래?
- 어? 응 식탁에 있을거야
- 앗싸 가져올게
빠르게 귤 몇 개를 챙겨온 덕선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택의 옆에 앉은 덕선은 귤을 까서 주었고 기보와 바둑돌을 들어서 손이 없어진 택은 익숙하게 덕선의 가까이에 입만 가져다 대고 있었다.
- 이번 귤 맛있다
- 응 그러네
- 근데 희동아.. 도대체 이게 뭐냐.. 뭐라는거야
알 수 없는 흑돌과 백돌들이 어지럽게 그려진 기보를 보는 덕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택은 또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알려줄까?
- 아니 괜찮아 하하하
급하게 손짓으로 괜찮다고 한 덕선은 다시 한 번 귤을 까 그의 입에 쏙-하고 넣어주었다.
- 심심해?
- 아니.. 어 조금
괜스레 택이 신경 쓸까 티내진 않았지만 이리저리 몸을 비비꼬는 덕선의 행동을 간파한 모양이었다.
- 비디오 볼까?
- 진짜? 뭐?
- 이 중에 아무거나..
책장에 꽂혀 있는 비디오 테잎을 가리키자 덕선이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이미 다 본 것들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재밌던 것을 고르는 덕선의 손길이 경쾌해졌다.
‘라붐’
덕선의 손에 들려져있던 것은 라붐이었다. 몇 년 전 처음 본 영화였는데 거기에 나온 소피마르소가 너무 예뻐서 몇 번씩이나 돌려본 영화였다.
- 너 이거 좋아하지?
- 응 소피마르소.. 캡 예쁘지 않냐?
호들갑을 떨며 비디오테잎을 넣은 덕선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덮었고, 옆에 앉은 택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바짝 붙어 앉은 덕선의 체온에 택의 마음이 묘하게 쿵쾅거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덕선은 소피마르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택의 입에 귤을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연신 자신을 챙겨주는 덕선의 손길이 좋아 택은 얌전히 받아먹고 있었다.
- 나온다! 나온다!
남자주인공인 마티유가 여자주인공인 빅의 뒤에서 헤드폰을 씌워주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단연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었다.
- 아 멋있다..
사춘기가 막 시작 된 덕선은 저렇게 멋진 사람이 남자친구라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하고 있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뭐가 좋은지 입을 벌리며 티비에 집중한 덕선이 귀여워 택은 화면을 보는 것도 잊은 채 그녀만 보고 있었다.
- 야 야 최희동 뭘 쳐다봐 영화 안보냐?
- 어? 어..
- 우와.. 나도 나중에 저런 연애 해볼 수 있을까?
괜스레 배게를 꽉 껴안고 몸을 베베 꼬는 덕선이었다. 덕선에게는 환상이 있었다. 사랑은 모두 저럴 것이라는 환상과 그 사랑을 머지 앉아 자신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환상.
- 그렇게 좋아?
- 그럼 안 좋냐? 완전 로맨틱하지 않아? 어쩜 저러냐?
분명 영화 속 소피마스로도 학생이다. 제 또래의 이야기에 몇 번을 본 영화임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떠들어대는 덕선을 택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 덕선아 넌 분명.. 널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거야
- 당연한 소릴..으휴.. 하여튼 최희동 너는 이런거도 하나도 관심 없지? 응? 재미없게 맨날 바둑만...
알아듣지도 못하는 흰돌 백돌 이야기만 가득한 바둑은 덕선에게는 분명 지루한 것이 맞았다. 그런 지루한 것을 하루에도 몇 시간 붙잡고 있는 것은 덕선이 택을 존경하는 유일한 면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쳐다보는 지도 모른 채 아직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라는 눈빛으로 연신 택의 머리를 쓰다듬는 덕선이다.
- 덕선아.
- 왜
- 나 이제 애 아닌데
- 어?
- 나.. 아제 애 아니라고
- 뭐래
택의 작은 속상임을 알아채지 못한 덕선은 그의 입에 귤을 넣어버리고는 영화에 다시 집중했다. 뭐가 되었든 지금 제 옆에 덕선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택은 뭐라 더 말하려다 말고는 얌전히 덕선이 까주는 귤을 받아먹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덕선은 보라가 보고 싶지 않다며 바닥을 뒹굴거렸고, 택이 씻고 온 다음에는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업어다가 동일네 집에 데려다 줄까 고민하던 택은 어쩔 수 없다는 자신의 합리화를 하며 덕선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키도 한 뼘이나 더 컸고, 옷 사이즈도 두 배나 늘어버렸는데 덕선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택은 조금 더 덕선이 빨리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르는 척 그녀의 옆에 누워버렸다. 동네 소꿉친구라는 이름으로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익숙한 덕선의 향기가 그의 방에 가득 채워졌고, 그럴수록 택은 제 옆에 누워있는 덕선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너도 나 같았으면 좋겠어... 잠이 오냐 성덕선 ’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게 콩- 하고 손으로 머리를 가져다 댄 택이 살살 덕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의 익숙함에 네가 낯설어지는 그날이 오길..
덕선 몰래 한 뼘 더 자란 택의 마음의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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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ㅠㅠ 진짜 까까들 메이킹보다가 아파트뽑아버릴뻔 함 ㅠㅠ
세젤예 평상씬 ㅠㅠㅠㅠ 그거 보다가 쪄왔어.
그냥 이 두 사람은 진짜 시나브로구나.. 사귄다의 개념조차도 없었겠구나 싶었을 어린시절 생각이 마구 났어.
익숙한듯 낯설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자꾸생각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사매보
그냥 자급자족상플, 갤질이즈 마이웨이니까..
망글이라도 인조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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