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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상플] 보통의 연애 (부재 : 두 번째 크리스마스)

프로선택러(211.108) 2016.12.25 21: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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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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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애 (부제 : 두 번째 크리스마스)



- 다녀왔습니다


- 오야 왔나?


- 다 큰 가시네가 뭣한다고 늦게 싸돌아 다닌당가! .. 왐마? 그건 또 뭐시다가?


보라를 제외하고 안방에 모여 앉은 세 식구들의 눈은 지금 막 방문을 들어선 덕선의 손에 들린 꽃다발로 향해 있었다.


- 덕선이 니 꽃 받았나? 누고? 어느집 아들래민데? 니 좋다카드나?


- 웬열.. 누나한테 꽃다발 주는 미친놈은 누구야? 어? 택이 형 또 이겼네? 와 사람이 아니야


‘ 동생아.. 니가 말하는 그 미친놈 지금 티비에 나오네... ’


택의 우승소식을 알리는 뉴스를 보며 감탄을 하는 노을 보던 덕선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겨우 참고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택에게 받은 안개꽃다발을 고이 책상위에 올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덕선의 입가엔 미소가 어렸다.


.
.
.


‘ 자.. 받아 덕선아 ’


‘ 이게 뭐야? ’


‘ 우리 첫눈 같이 못 봤잖아. 오다가 안개꽃 보니까 생각나서..’


‘ 택아.. ’


‘ 얼른.. 나 팔 아파. 어때? ’


‘ 예쁘다.. ’


두 사람의 연애는 지극히 평범했다. 특별히 유난을 떨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고요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시간이 주는 선물 같았다. 물론 친구시절보다야 각기 다른 모습에 놀랄 때가 있지만 오늘처럼.


.
.
.


- 하여튼.. 꽃도 자기처럼 재미없는 것만 산다니까..


화려한 장미가 아닌 안개꽃. 딱 최택 같았다. 택은 무엇을 주느냐도 중요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진심이 전해지길 원하는 사람이었고, 덕선은 그 마음을 온전히 받을 줄 아는 여자였다. 괜스레 택에게 핀잔어린 말을 던진 그녀였지만 흐드러지게 만개한 큰 안개꽃 한 다발을 어찌할까 이리저리 고민하는 덕선의 마음은 이미 행복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 덕선아 여 앉자가 말 좀 해봐라 누군데? 회사 동기? 친구? 아니면 손님?


- 엄마 됐어. 어디 미친놈 하나가 또 눈이 삐었나보지 뭐..


- 야! 나도 인기 많거든?


- 아따 이 새끼는 누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우리 개딸정도면 이쁘지 글자?


- 역시.. 우리 아빠 밖에 없어..


꽃다발을 받아온 딸에게 혹여나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겼나 싶어서 눈이 번쩍 거리는 일화와 영 믿을 수 없다는 노을, 그리고 자기 눈에는 우리 개딸이 세상에서 제일로 예쁘다는 동일의 각자 다른 시선을 느끼며 덕선은 열심히 고구마를 입에 넣었다.



*



햇수로 2년이 되었다. 작년 가을 뜨겁게 만나 마음을 확인했고, 이제 일년을 조금 넘겼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던 것처럼 택과의 만남은 편안했다. 물론 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의 유명세와 실력덕분에 제대로 얼굴도 볼 수 없는 날이 많았지만 그런 그 모습에 투정이 아닌 응원을 보내줄 정도로 덕선은 성장해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12월이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택도 대국으로 정신이 없었고, 덕선도 비행스케줄을 빼지 못했었다. 애들도 아니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인 두 사람은 다른 날 함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첫 크리스마스는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보냈었다.


‘ 올해도 바쁘려나? .. ’


스물 중반이 되어 제법 여자의 느낌이 난 덕선은 본인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습관처럼 함께 했던 그였기에 바빠서 통화도 못하게 될 때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속상한 마음이 있고 걱정스러운 마음은 여전했지만 바쁜 택을 닦달할 만큼 어리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올 크리스마스에는 함께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괜스레 마음이 헛헛해져왔다. 겨울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였고, 당연히 크리스마스 전후로 빼곡하게 스케줄이 잡혀있었다. 얼핏 그의 달력에서 크리스마스는 비어있는 것을 보고 내심 기대한 덕선은 요 근래 무리하게 스케줄을 소화하며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면서도 택이 알면 괜스레 부담스러워할까봐 차마 말은 하지 못했다. 우리 올해는 함께할 수 있느냐고.. 괜스레 어린아이같이 투정을 부리는 꼴이 될까봐 그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별다른 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 택아 바빠?


- 응 조금 넌?


- 나는 이제 마쳤어. 기원이야?


- 응 이리로 올래?


- 알았어


시간대가 맞아 덕선이 퇴근길에 택의 기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에서 홍익동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덕선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 왔어?


여분의 자동차 키를 가지고 있던 덕선이 도착하자마자 차에 올라타 있었고, 조금 뒤에 택이 내려왔다. 한사코 사무실로 올라오는 걸 꺼리는 덕선이었고, 날씨가 추워지자 차에서 기다리라고 택이 그녀에게 키를 넘겨주었던 것이다.


- 춥지? 내가 히터 틀어놨어.


- 춥긴..어차피 요 앞인데 오래 기다렸어?


- 아니 나도 금방 왔지. 가자


익숙하게 운전을 하는 덕선에게 택은 쌍문동으로 가는 내내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게 이런건가 보다 생각했다. 사고 난다고 말려도 택은 이따금씩 운전하는 덕선의 손을 잡아왔다


- 덕선아


- 어? 왜 무슨 일있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택의 목소리에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나보다 했다. 그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있고, 힘이 없어보였다.


- 그게..


- 왜 뭔데?


- 나 다음주 대국 말이야.. 결국 미뤄졌어.


- 진짜? 어휴.. 중국에서 대국 좀 그만하면 안되나? 거긴 맨날 왜 그렇게 사람 불안하게 해.. 나라 어수선한거랑 대국이랑 뭔 상관이라구 너 힘들겠다. 스케줄 바뀌면 신경쓰일텐데..


- 너 괜찮아?


- 나? 왜?


- 크리스마스잖아.


덕선은 순간 자신도 잊고 있었다.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택에게 그날 뭐할지 물어보지도 못했는데 하필 미뤄진 대국날짜가 크리스마스와 겹치게 된 것이다.


- 괜찮아 뭐 하루이틀이야? 그리고 뭐 크리스마스 그게 뭐 대수라구..


- 그래도..


- 괜찮다니까


- 연승제라서 혹시라도 앞에 다 이기면 올 수 있을거야 근데 확실하지가 않아서..


- 됐어. 무슨.. 날이 꼭 그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너 부담되게.. 그리고 나 그날 스케줄 있어


- 정말? 너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 어? 어.. 야 무슨.. 아직 신입이나 마찬가진데 하라면 해야지.


거짓말이었다. 덕선은 조금이라도 자신이 서운한티를 내면 택은 정말 앞에 두판 경기를 모조리 이기고도 남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까지 하기위해 무리하게 될 그가 싫었고, 저도 모르게 그날 일을 하게 되었다고 둘러댔다.


- 최택..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언제부터 데이트했다구.. 비는 날 하자. 너나 나나.. 바쁘잖아. 우리 애도 아니고


- 미안해 덕선아


- 또! 그럼 나 화낸다? 나 진짜 괜찮아..


- 선물 갖고 싶은거 없어? 다 사줄게


어린시절 그날처럼 바짝 제 앞에 얼굴을 댄 택이 물어왔다.


- 없어


- 그러지 말고 말해.. 셋 센다?


- 치이... 하여튼


- 얼른..


- 생각해볼게


- 응


말을 마치고도 여전히 제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택을 덕선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왜?


- 나.. 키스하고 싶은데?


순간 덕선의 얼굴이 붉어졌다. 노골적인 그의 표현에 덕선은 말을 더듬었고, 택이 익숙하게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도,. 손길의 온도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 그래.. 크리스마스 뭐 그게 대수라고..’


덕선은 여전히 같은 온도로 저를 사랑해주는 택의 모습에 잠시나마 서운했던 자신이 바보 같게 느껴졌다. 그리곤 눈을 감고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바짝 다가선 두 사람의 키스는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



- 야.. 진짜 우리 3D직종이야.. 크리스마스날 일이라니!


- 내말이.. 뭐냐 이게!


동료들과 선배들의 한숨 섞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근무가 당첨된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남자친구가 있던지 없던지 크리스마스날 만큼은 일하고 싶지 않았다.


- 나 남자친구가 엄청 뭐라고해..


- 맞아요, 언니 남자친구 있었죠? 속상하겠다..


얼마 전 남자친구를 사귄 한 선배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첫 크리스마스인데 근무 때문에 볼 수 없으니 한바탕 할 것 같다며 넋두리를 했다.


- 언니.. 그거 제가 대신 갈까요?


- 어?


- 동경이죠? 제가 갈게요.


- 진짜?


- 네, 어차피 저 그날 할 일도 없어요. 제가 갈게요


- 우와 정말? 고마워!


- 아니에요.


- 근데 덕선이 너 남자친구 있지 않아?


- 네, 근데 그날 바빠서 어차피 못만날거 같아요.


- 그래? 야 좀 미안하다


- 신경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제가 갈게요.


택에게도 일을 한다고 했고, 혼자 청승떠는 것 보다는 그편이 낫겠다 싶었다. 이제 첫 크리스마스를 맞는다는 선배의 들뜬 마음을 조금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 조심히 잘 다녀와


- 응


- 약 먹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응?


- 알았어.


택이 중국으로 출국하는 날, 두 사람이 잠시 공항 라운지에서 만났다. 그날도 보는 눈이 많아서 안아주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택을 한참이나 달래준 덕선이었다.


- 너 선물.. 왜 말 안해?


- 어? 아 맞다.


- 치이.. 뭐 사올까?


- 됐어. 최사범 너는 대국이나 신경쓰시지


- 그래도..


- 나 진짜 괜찮아. 너 한가해지면 두배로 받을거니까.. 얼른 들어가. 늦겠다.


수속시간이 다가오자 덕선이 억지로 그의 등을 떠밀었다. 바빠서 미안해- 라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그였기에 덕선은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여유가 있는 덕선이 게이트까지 마중을 나갔

고, 자꾸만 뒤돌아보는 그를 이부장님 손에 들려서 보내고 나서야 등을 돌렸다.


‘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


공항 여기저기서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어휴.. 무슨 크리스마스냐.. 가자 일하러!


덕선이 씩씩하게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택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업무용 미소를 짓는 덕선이었다.



*



- 덕선아


- 택아 밥은 먹었어?


- 먹었어. 너는?


- 나도..


- 덕선아


- 응?


- 나 어제 이겼다?


- 응 봤어.


- 오늘도 이기면 끝이야


- 알아. 역시 내남자친구네


- 이럴 줄 알았으면 크리스마스에 너 일하지 말라고 조를걸..


- 됐네요. 나 이제 동경 들어가거든?


이른 아침 택에게 전화가 왔다. 예상은 했지만 첫 번째 대국에서 가볍게 상대를 제쳤고, 오늘 마저 이긴다면 하루 더 있지 않고 귀국할 수 있었다. 순간 덕선 역시 조금 아쉬웠지만 이미 대타 근무를 해

주기로 했기에 오늘은 동경으로 출국을 해야만 했다.


- 같이 있으면 좋았을걸.. 미안해


- 또 또! 됐어. 무리하지 말고.. 평소처럼만 해.


- 응


- 져도 되니까.. 너무 힘 빼지마


- 보고 싶다 덕선아


- 나도.. 대국 끝나면 보자


- 지금도 보고 싶은데..


- 너 내가 작년 이승환 콘서트같은 일 또 한번만 더 하면 뭐 한다고 했지?


- 농담이야..


- 으이구.. 얼른 끊어. 너 피곤해


- 너는 나랑 전화하면 피곤하냐?


- 뭔소리야..


- 나는 이렇게 전화만 해도 좋은데


- 알아. 나도 들어가봐야해서 그래 택아.


- 응. 조심히 잘 하고.. 오늘 손님들 많겠다.


- 그럴 것 같아 크리스마스잖아


조금만 더 한다던 통화가 길어지고 있었고, 보고 싶다는 말을 열 번쯤 주고받고 난 뒤에서야 전화는 끊어졌다. 아쉬움도 잠시 바쁘게 비행을 준비하고 탑승을 시작한 덕선은 어느새 크리스마스이브라는 것도 잊은 채 3시간 동안의 비행에 집중하고 있었다.


.
.
.


- 덕선아 나가자! 밥 먹고 구경하게


- 아뇨 전 괜찮아요


- 야, 크리스마스에 여기 장난아니야! 우리나라 열배라니까?


확실히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더 잘 느끼게 하고 있었다. 공항부터 시내 곳곳에는 반짝이는 트리와 장식들로 이루어져있었고, 캐롤도 끊이지 않았다. 오후에 호텔에 체크인을 한

무리들은 이런 날 놀기라도 해야 한다며 시내구경을 재촉했다.


- 언니들 다녀오세요. 전 여기 있을게요


- 으 기집애 그럼 우리 간다?


그다지 나갈 기분도 아니었고, 잠시 뒤에 택과 통화를 하려면 외출하기에는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rrr


방안에 전화가 울리자 덕선은 냅다 수화기를 들었다. 이 시간쯤이면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 택아?


- 응 덕선아 나 대국 끝났어


- 수고했어. 일찍 마쳤네? 피곤하지?


- 나 이겼는데..


- 응 축하해 고생했네 우리 택이


- 숙소야?


- 최희동 내가 숙소가 아니면 이 전화를 어떻게 받냐?


- 아..


- 멍충이


- 흐흐.. 밥은 먹었어?


- 아직.. 이따가 여기 식당에 가서 먹던지 하려구 넌?


- 이제 먹어야지


- 얼른 챙겨먹고 푹 쉬어. 내일 하루 더 있다가 와?


- 아니 바로 갈려구.


- 응 그래. 무리하지 말고


- 보고싶어


- 나도..


- 덕선아.. 내 크리스마스 선물.. 나는 덕선이 너 면 좋겠어.


- 으..닭살이야.. 우리는 쌍문동에서 봐.


- 치이..


아쉬움이 묻어나는 통화를 마친 덕선은 그제야 허기가 몰려왔다.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야경이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택이와의 통화를 마치고 그를 재촉해서 쉬게 해주고 나니 그제야 허전함이 밀려왔다.


덕선은 외투를 걸치고 간단하게 지갑만 들고 호텔 문을 나섰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거리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호텔 건너편 식당에 있는 덮밥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 덕선은 시계를 보니 이제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브라서 그런지 거리 곳곳에는 커플들로 넘쳐났고, 선물 봉투를 든 사람들로 즐비했다. 아까 언니들과 함께 갈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나한테는 최택이 있으니 괜찮아- 했던 마음도 어느새 혼자 거리를 걷다보니 조금은 쓸쓸해졌다. 도쿄타워를 가볼까? 시부야를 가볼까? 하던 생각은 걸음을 뗀지 30분도 안되서 접어버렸다.


‘ 에라 모르겠다.. 피곤한데 쉬자 ’


덕선이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호텔로 향했다. 혼자서 정신없는 틈에 껴서 구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고, 얼른 한국으로 가서 사랑하는 우리 희동이나 봐야겠다- 라는 마음에 히죽-혼자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최택?


호텔 앞에 다다랐을 때 택시에서 어기적한 걸음으로 내리는 것은 분명 택이었다.


- 최택!


- 어 덕선아


- 야 너 뭐야?


- 메리크리스마스 덕선아


택은 그 말만 남기고 덕선을 껴안았다


- 야.. 너 뭐야? 어떻게 왔어?


- 비행기타고


- 그러니까 지금 ..


- 여기까지 세 시간이면 오던데


- 뭐?


- 부산보다 가까워..


덕선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간절해서 꿈을 꾸나 싶을 정도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택이 체크인까지 마친 상태였다.


- 야.. 어떻게 된거야?


- 너 보고 싶어서..  대국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어. 쉴까.. 하다가 왔어. 제일 빠른 비행기표로


- 허...


- 나 잘했어?


- 최택 넌..


덕선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정말 그가 올 줄은 몰랐다. 내내 보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그에게 덕선은 애써 괜찮은척했었다. 어차피 마주보고살고, 잠시 함께해도 좋으니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그가 거짓말처럼 한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자신이 있는 동경까지 한걸음에 와주었다. 그런 그의 마음에 덕선은 이미 마음속으로 펑펑 울고 있었다.


- 너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막 이기게 되던데


- 치..


- 나만 보고 싶었어?


- 아니.. 나도 엄청 보고 싶었어


- 목소리도 가라앉아서 괜찮다고하는데.. 그게 괜찮아 보여야지..


택은 이미 덕선의 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상대를 이겼고,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구했고 지금은 덕선과 마주보고 있었다. 재벌들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다며 그의 허리를 꽉- 꼬집은 덕선이 아프다고 비벼대는 택을 와락 하고 안아주었다


- 선물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 누구 나?


- 응.. 최택.. 너


- 나도.. 최고의 선물 너. 가자


- 응?


택이 방에서 짐을 놓고 덕선의 손을 잡아끌었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탄 그는 기사에게 무어라 말을 했다.


- 어디로가?


- 야경보러


- 야경?


- 응, 멋진곳이 있데.. 오다가 들었어.


비행기에서 귀동냥으로 일루미네이션에 대해들은 택은 망설임 없이 에비스라는 곳으로 갔다. 롯본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며 옆에 앉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시끄러운 것은 좋아하지 않았기에 볼 것도 없이 그곳으로 정한 것이다.


- 우와


- 예쁘다


거리 곳곳을 수놓은 반짝이는 조명이 덕선이 넋을 놓았다. 택도 처음 보는 화려함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너무 이쁘다 택아


- 니가 더 예쁜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는 그를 흘겨본 덕선이 여기저기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커플과 가족들로 가득한 거리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 고마워 택아.. 너 아니었음 지금쯤 방에서 잠이나 잤을텐데


- 나도 고마워.. 늘 언제나..


즐거워하는 덕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택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춥지? 이리와


택이 제 외투를 한껏 벌여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 야.. 사람들 많은데


- 뭐.. 누가 알아본다고.. 여기 한국도 아닌데


- 그런가? 히힛


분위기에 취한 덕선이 와락-하고 택의 품에 안겼다. 따뜻한 그의 체온이 느껴지자 으슬했던 추위가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었다.


- 아 따뜻해


- 좋아?


- 응.. 너무 너무 좋아


- 다음에 더 좋은거 보러가자


- 됐어. 바빠서 잠잘 시간도 없으면서..


- 너보면 하나도 안피곤 하다니까..


- 으휴! 얼른 보고 들어가서 자. 비행기 타느라 너 피곤하잖아


그사이에 시작된 덕선의 잔소리에 택이 그저 웃음만 지었다. 제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쉴새없이 뭐라뭐라 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 덕선아


- 응?


- 키스해도 돼?


- ...


- 안 돼?



‘ 언제부터 그는 이렇게 대담해졌을까? 언제부터 그는 이렇게 남자가 된걸까? ’


한국에서는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눌러왔던 마음이 터졌는지, 택은 오늘 꽤나 대담했다.


- 야 부끄럽게


- 뭐가 부끄럽냐


- 그래도..


덕선의 대답을 미처 기다리지 않은 택이 덕선에게 입을 맞추었다. 나름 구석진 자리였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날이 날인지라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타지, 그리고 외국인인 두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심취한 보통의 커플이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따뜻한 택의 손이 덕선의 두 뺨을 잡아 올리고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꼭 껴안은 덕선의 손길은 부끄러움에 조금 더 세게 그를 당겨 안았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길게 입을 맞춘 두 사람이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뗐다. 부끄러운지 덕선은 다시 한 번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 덕선아


- 왜


- 성덕선


- 창피해.. 사람들 좀 지나가면 고개들거야.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덕선을 안은 택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어왔다.



- 성덕선, 사랑해



보통의 연애 END


---------------



메리크리스마스 응갤러들!


오랜만에 상플 하나 던지고 간다.

며칠전에 미리 써놨던거 마무리해서 올려.

더 늦으면 못올릴거 같아서...


우리 까까들 저렇게 연애했겠지.. 뭐 그런 상상으로쓴거야.

추운데 다들 감기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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