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이룰 틈도 없이 당했다.

천개의 보구를 다루는 그 금색의 영령에게-

'나참--'

'- 어떻게 되버린거냐? 나는'

에미야를 죽이기 위해 이 세계를 찾아와서 계약을 완료했을 터였다.

그랬을 그가 최후에는 에미야를 인정했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는 그를 구하기 위해 대신해서 날아오는 칼날에 몸을 뛰어들었다.

마치 웃기지도 않는 싸구려 단막극의 일종을 보는것과 다르지 않다.

이건 말하자면 덧없음을 표현하고 있는 단막극이다.

애초에 이런 결말-

단지 투정하고 만거였나 나는

진즉 나는 이런 결말을 원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이제는 사라졌을 육신임에도 어째서인지 자신의 입꼬리가 올라간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결말에, 진심으로 만족했다고,

마지막까지 와서 생각해 버렸다.

나라는 놈-

에미야의 안이함엔 할말이 없구만-

이런 안이함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했으니 무수한 칼날에 꿰어져 퇴장당하는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아니, 그전에 이미 마력부터 고갈된 상태라 그 칼날들이 아니더라도 진즉 무대에서 내려올 운명이었긴 하다만- 

뭐- 그래도..

린- 

마지막까지 그녀석을 걱정시키며 돌아가는것도 나쁘지는 않았잖아.

-

그렇게 말하며 본디 있어야할 '좌'로 돌아가려 할때-

부드럽지도, 매마르지도 않은-

남자인지도, 여자인지도 구별이 안되는------

----어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계가 멸망하려 하고 있다.

본디 일어나선 안될 인류 최대규모의 재앙이다.

-이후 다시 돌아오기엔 시간이 너무 늦다.

이대로 현계해라-

들려오는 의지는 그렇게 고하며 아쳐-

아니 수호자로 돌아온 영령 에미야의 의식으로부터 사라져 갔다.

과연 그런 거였나

육신이 사라졌음에도 의식을 가지고 정신을 보존시키고 있을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의 지평으로부터 넘쳐 들어오는 마력량을 느끼며 연철의 영령은, 

어쩔수 없다는 듯, 

너스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후로 제법 많은 시간이 경과된 모양-

계약자는 바뀌었지만 처리해야할 일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