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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곰님 사랑해요 ♥♥♥♥ 한 평만 양도좀요 ^_^

빙그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11 11:32:55
조회 324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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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

 

혹 꼴볼견이시면 리플로 말씀드려주세요. 지울께요 ㅠㅠ

 

 

1집

 

 

1집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이 정말 맘에 들었다. 후반부에 기타 몰아치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그게 '이승열다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런 '기타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들렸다.
그런 건 나중에 한꺼번에 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1집을 하면서 다른 인터뷰에서, 'Secret'은 기타가 전면으로 확 나오는 사운드잖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2집에 대해서 물었을 때, “'Secret'같은 곡이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뤄지질 않았어요. 2004년 말부터 곡을 쓰면서는 그런 곡들도 나왔습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궤적이다.
때문에 서늘하고 음울하기까지한 저음 색채의 보컬 때문에 세계적인 밴드 U2와 비교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젊은 시절 자양분으로 흡수했기에 더욱 그렇다.
세션팀 먼데이 블루와 함께 한 이날 무대는 전날에 이어 만원 사례.
유앤미 시절(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천국보다 낯선)과
 솔로 1집(비상, 분,5am, 시크릿),
또 앞으로 선보이게 될 신곡(Curly Girlie,Montage,Shing Happy People) 등
모두 19곡이 ‘버라이어티’하게 선사됐다.

 

 

 

 

 

2집

 

1집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은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런 평가를 듣고 있을 것이다. 혹자는 그래서 '웨딩앨범'이라던데...
그런가요? 사실 제가 결혼을 한 지는 좀 오래 됐어요. 2000년 10월에 했으니....단지 결혼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제 공연을 통해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이렇게 공적으로 밝히는 것은 정말 근래의 일입니다.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 아내가 물어보지 않는 한 밝히지 않았으면 하더라구요. 어떤 식으로든 자기가 거론되는 것이 싫다고 하네요. 물론 신보에도 아내를 위한 노래가 있어요.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고. '새벽 아침이 오면'인데, 가사는 제가 썼지만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김성훈씨가 작곡하고 프로그래밍한 곡이죠.

새 앨범의 제목인 'Exchange'의 의미는?
그냥 1집 때는 누가 기다리든 기대하든, 신경을 안 썼어요. 이걸 어떻게 해서든 완성도 있게 해서 빨리 내는 게 낫지, 감상자에 대해서는 전혀 가정을 안했어요. 2집 때는 이제 만나는 사람도 있고, 웹 사이트를 통해서 피드백도 전해져오니까요. 그게 부담이 좀 됐죠. 만들면서는, 내 페이스 지키며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는데....2차 마스터링을 끝내고 집에 잠시 가서 앉아 있는데 앨범 타이틀을 어떻게 정할까 생각해봤어요. 일집처럼 곡의 제목을 따서 앨범 타이틀을 정하고, 수록곡 안에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는...원래 전 끝까지 그러려고 했어요. 근데 잠시 그걸 잊었어요. 어떤 부담이라고 할까. 그냥 감사한다는 표시인데, 대놓고 감사한다고 하기도 뭔가 어색하고...불특정 다수의 팬들과 기다린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그런 배려에 배한 보답으로 제가 돌려드릴 수 있는 건 이 앨범이다. 그래서 '교환'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연쇄작용처럼 주고받는 손 모양이 떠올랐어요. 제가 받았으니, 이렇게 돌려 드립니다. 그런 식의....

새 앨범에는 이전의 기타 록에 덧붙여서, 다채로운 접근 방식이 들어 있다. 일렉트로니카, 애시드 재즈까지. 현재의 흐름과 유행을 수용하려는 느낌이 들었지만 힙합은 없다. 힙합에는 관심은 없는 건가.
제가 힙합에 워낙 약해요. 들은 게 없어서요. 힙합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좋아하는 곡을 찾기가 힘들어요. 누군가 추천해서 디 안젤로(D'Angelo)의 앨범을 들어봤어요. 1집때 작업한 동료에게 “나 리듬적으로 뭔가 자극을 받고 싶다.”라고 얘기했더니, 여러 장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중 하나였어요. 근데, 그런 걸 힙합이라고 하나요?(잠시 이런저런 얘기 오가다. 네오소울(Neo soul), 얼터너티브 R&B...) 솔직히 크게 맘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어느 후배 뮤지션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근 2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공연도 다 취소되고. 앨범도 다.. 그런데 그 친구가 선뜻 꺼내는 말이, '지금의 가요계는 문화적 사치 심에 잘 부합하는 그런 앨범으로 연명한다!'라는 거예요. '지금 그 말, 꼭 기억하고 있을게'하고 답했습니다...

이승열의 음악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오버그라운드에서 양껏 '록'을 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라는 점에 기초한다고 본다. <이날 이 때 이 즈음에>에서도 앨범의 중심에 선 것은 기타였고. 이승열 음악에서의 기타가 가지는 의미는 뭔가?
유 앤 미 블루 시절에는 기타를 치는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어요. 특히 클럽 '블루 데블'에서 공연하던 시절은 더 그랬습니다. 아, 그 이전에 벌써 준석이하고는 대학 동창이었고, 친해진 것도 서로 기타를 친다는 걸 알면서입니다. 그 때에는 밴드 구성이 4인조였는데, 그 땐 저희가 곡을 쓰지 않았을 때였어요. 우선 카피를 많이 땄고, 가요도 (이승철의 노래를 비롯해서) 많이 했고....그 때도 노래는 준석이에게 미뤘어요. 제가 직접 노래하는 것도 싫진 않았지만... 준석이가 노래를 주로하고 저는 기타를 치는 게 서로에게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을 했고, 고 데모도 만들었어요. 데모를 만들 때에는 저희가 베이스도 직접 쳤고, 건반 소스는 아예 없었지만, 어차피 크게 의존하지는 않았어요. 그 즈음부터 기타 연주 자체보다도 이펙터에 더 빠져든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딜레이 계열에 그야말로 심취했습니다. 딜레이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고, 망치고, 또 다시 뭔가 해 보고...그러면서 그 묘미에 흠뻑 취했죠. 그게 '유 앤 미 블루'의 1집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저는 과장이 아닌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승열 음악의 약점이라면 상대적으로 멜로디에 훅(Hook)이 다소 떨어지는 점을 꼽고 싶다. 신보를 듣고 나서 갈수록 더 훅이 줄어들고 있다는 팬들의 지적도 있던데...
저는 제 음악에 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승열씨 음악에서는 보컬 자체가 바로 훅 아닐까. 보컬이 정말 강렬하다. 곡보다 보컬이 더 좋다는 얘기도 있고...
감사합니다. 솔직히 아주 초보적인 생각으로, 훅은 쉬우면 된다는 생각을 전 합니다. 저는 남의 곡을 들으면 훅이 어떤 건지 딱 알겠어요. '아 이런 거구나'하고 느낍니다. 아마도 제 곡의 작업 중에 브레이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멈춤 없이 한 번 나온 데로 쭈욱 가는 편입니다. 가다가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서 되돌리거나 하는 작업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가는 거죠.

 

 

 2집은 1집에 비해 밝아졌었는데, 다시 가라앉게 된 건가.
이승열
: 오히려 2집이 좀 튀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이 없는 성격인데, 음악에 성격이 묻어나는 것 같다. 한없이 어둡다가, 발랄한 양극을 왔다갔다하는 편이다. 돌이켜 보니 2집을 작업할 때는 밝은 면을 좀 더 보여주려고 노력을 한 것 같기도 하고.

 

 

3집

그 중에서 ‘그들의 블루스’에는 한대수가 참여했는데,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웃음소리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승열
: 그렇게 물어보니까 참 재미있는 게, 앨범 재킷에 들어갈 뮤지션 크레딧을 쓰면서 ‘그들의 블루스’에 ‘한대수 선생님의 목소리’라고 썼다. 피처링, 스페셜 게스트 보컬이 아니고.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악기 같다는 생각을 나 역시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나 내러티브도 인상적이지만, 이승열의 모습에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연기를 시도한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이승열
: 편하게 놀았다. 오히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내 모습을 더 보여준 것 같다. 감독과 회의를 거치면서 서로의 성향과 취향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 진 부분도 있다. 보통의 구조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뮤지션은 몸만 가서 찍고 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3집 작업을 하면서는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에도 진심으로 내 인풋을 집어넣어야겠다, 그런 느낌이었다. 즐긴 거다. 현장의 느낌들을.

 

“3집은 원래 내가 갖고 있는 무거운 면이 더 배어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되는 3집에는 ‘굵직한 무엇’이 될 곡이 있을까.
이승열
: 그런 건 없다 그런 걸 생각을 하면 망할 것 같다. 그건 운명적인 것 같고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런 기회가 없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들의 블루스’에서 힌트를 얻어도 될까?
이승열
: 전혀 아닐 거다. 형식도 그렇고, 톤이나 가사까지도 ‘그들의 블루스’는 앨범 안에서 굉장히 튀는 곡이다. 좋은 힌트가 아니었던 셈인데, 3집은 원래 내가 갖고 있는 심각하고 무거운 면이 더 배어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3집은 굳이 밝은 면을 보여 줄 필요가 없었던 건가.
이승열
: 막말로,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 그게 앨범의 참 목적이 아닌가 싶다. 앨범을 내면 상업적인 결과를 떠나서 본인도 즐거워야 하지 않나. 일부러 2집 음악을 좀 피한 경향도 있는데, 내가 라이브를 할 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곡이 많아야 듣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서로 좋은 일인 것 같다.
앨범 타이틀이 < Why we fail >이라는 부분은 미리 공개 되었다. 굳이 실패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이승열
: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곡을 쓸 때도 사소한 부분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왜 이런 멜로디가 생겨났고, 가사가 왜 이런지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나는 데모 단계에서 곡을 받아낼 때 흥얼거려지는 내용을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한다. 조각일지라도 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면 이유를 몰라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 한다. < Why we fail >는 원래 곡 제목인데, 역시 그런 과정에서 발견했다. 곡 작업을 하면 제목을 정할 때부터 집중을 하는 편이고, 이 곡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느낌이 오는 단어를 고르는 편이다. 결국 ‘Why we fail’이라는 노래 제목이 계속 밟혀서 앨범의 타이틀까지 된 건데, 원초적인 프로세스다. 그리고 나는 성공스토리도 물론 좋아하지만, 하루하루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게 더 흥미롭다고 생각 했다. 어려서 부터 ‘왜’에 집중했던 것 같은데, 왜 역사적으로 실패했나, 왜 다른 사람들을 해치게 되었나, 그런 다큐를 즐겨 보기도 한다.

bt_ok.gif 그렇다면 ‘fail’이 아니라 ‘Why’에 방점을 찍은 제목인 것인가.
이승열
: 세상일이란 게 성공 아니면 실패인데. 성공에 집중했다면 ‘How’였을 것 같다. 실패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이유는 짐작할 수는 있지 않을까.

-‘Why We Fail’ 앨범은 몇 곡 정도를 만들어서 추려낸 건가. 
▶ 20곡 이상을 만들었고, 그 중 앨범 콘셉트에 맞는 곡들을 최종 수록했다.

 

-3년 가까이 작업을 진행하다가 앨범 콘셉트가 전면적으로 수정됐다고 들었다. 수정되지 않았었다면 컴백이 빨라졌을 텐데.
▶ 첫 번째 작업이 뜻대로 마무리 됐다면 그랬을지도. 그런데 중간에 ‘U&Me Blue’(유앤미블루)를 다시 시작했고 다른 작업도 했기 때문에 또 모르겠다.

 

-12곡이 담긴 정규앨범이 20곡 내외로 만들어졌다는 게 놀랍다. 어떤 싱어송라이터는 수십곡, 많게는 수백 곡을 만들어 놓고 또 만들면서 ‘베스트’를 뽑지 않나.
▶ 곡을 빨리 쓰지 않는다. 끝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곡도 많다. 그럴 때는 ‘못 쓰겠다’ 해서 치워버린다. 간혹 한 번에 해결되는 곡도 있지만.

 

-앨범 작업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가사에도 있는 것 같다. 일상에 밀접한 통찰력이 보인다고 할까. 외로움이나 그리움을 표현하는 방식도 좋다.
▶ 가사를 결코 쉽게 쓰지 못한다. 적어 놓지도 못한다. 메모는 하지만 그것을 바로 옮길 수는 없다. 한 페이지에서 한 단어만 건져내기도 하고, 메모 자체로 그칠 때도 많다.
몇 줄을 위해 하루 종일 스크린을 응시할 때도 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나
▶ 고민하지 않고 나오는 단어들이 있지 않나. 영어단어가 될 수도 있고. 그 소재들이 뇌리에 남아있다. 그것들을 풀어나간다. 기억해두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스크린 노트북과 맞장 뜨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니’ 물으며 나아간다.

-가사 작업이 곡 사운드 작업보다 어려운가.
▶ 그렇다.

 

-‘Why We Fail’을 통해 ‘새로운 팬들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나.
▶ 그런 생각은 안했다. 나랑 비슷한 정서·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단순히 많은 팬을 바라는 것과 나와 비슷한 이들이 내 음악을 접하길 바라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앨범이 발매된 것 자체를 몰라 지나쳐버리면 물론 아쉽겠지만.

 

-3집을 처음 들었을 때 ‘마지막 곡까지 완벽할 것 같다’라는 예감이 2~3초 만에 들었다. 첫 곡 ‘Why We Fail’ 도입부의 키보드 사운드의 매력 때문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사운드다. 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Holy’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듣기 좋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 놓으면 그에 맞춰 노래할 때 더 몰입이 된다.

-음악 홍수다. 접할 수 있는 양이 굉장히 늘었다. 실상 그렇지 않더라도 수많은 인터넷 음원차트에서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고. 때문에 요즘 가요는 참을성 없는 리스너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으려 애쓴다. 
▶ 나 같은 경우는 곡을 구성할 때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인 곡도 있지만  대부분 완전히 내 위주다. 주목받기 위한 강박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열번 지나치다가 열한번째에 ‘이게 여기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더 소중하다.

 

-이번 앨범을 내놓을 때, 따라 부르기 좋은 곡, 흔히 말하는 노래방용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 대표적으로 한두 곡을 약간은 염두 한다. 노래방 수록곡이 먼저 정해지는 건 아니고, 익숙해질 요소가 있는 곡들이 알아서 선정 되겠지.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가사의 묘사가 마음에 든다. 어떤 대상이 있나.
▶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 전달해주는 가사 속 인물을 묻는 건가. 개인적인 첫사랑, 옛사랑을 묻는 거라면 그런 대상은 없다. 솔직히 사랑이야기를 쓰는 게 제일 싫다. 실의에 시달릴 정도의 사랑을 해본 적 있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가수의 가사를 보면서 누군가가 떠올린 적은 있지만 내가 써내려 가면서 얘기한 적은 없다고 본다.

-자신의 앨범을 작업하면서도 틈틈이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이들도 있지 않나. 곡을 써주는 일이 생길 수 있을까. 
▶ 없다. 돈 받고 곡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상품화이지 않나. 그런데 그쪽 계통에 익숙해지지 못할 듯하다. 내 기준에서 양쪽을 다 만족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내키지 않는다. 서로 잘 알아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 기술이 별로 없다. 만들어놓고서도 부끄러워 할 거다.

 

 

- 이번 앨범에 대한 대중 반응은 묵직하다, 진지하다 이런 게 많더라고요. 그런데 미리 공개한 디지털 싱글(그만의 블루스, 라디라)은 좀 다른 스타일이에요.

 그렇죠. 그래서 일부러 가장 밝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의 블루스'를 먼저 보여 드렸어요. 아무래도 한대수 선생님께서 오셔서 하셨잖아요. 그걸 '이렇게 했다' 자랑하고 싶었고, 이렇게 공개 안 했으면 앨범상에서 가장 튀는 트랙이 됐을 뻔했어요. '라디라'도 사실은 이번 타이틀곡인 '돌아오지 않아'와 같이 타이틀 후보였어요. 요즘 추세에 맞춰 공개할 기회가 좀 많이 있는 편이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아서요.

 

- 다음 앨범 빨리 내셔야겠네요. (웃음) 이번 앨범 제목이 'Why we fail'인데 '왜 우리는 실패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업'이라고 하셨잖아요. 원래 그런 생각을 했던 건가요, 아님 어느 시점부터 그런 생각이 드신 건가요?

 인터뷰를 몇 차례 하면서 그 질문이 계속 나와요. 아무래도 중요한 질문이잖아요? 제목이 그러니까.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살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던지는 질문이 있는데, 이게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왜 내 눈에는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는가'. 나 자신한테도요. 저는 성공의 밑그림을 그린다든가, 그래서 이 학교에 가서 이런 기술을 배운다든가, 이런 계획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거에 흥미를 별로 못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들이 있는가' 그런 것도 궁금하고. (웃음)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일 것 같았어요. 만약 이게 소설이라면 실제로도 삶이 점점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잖아요? 세계적으로도 다 그렇고. 그래서 '그런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질문을 안 할 수가 있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혹시 음악을 들은 팬들로부터 대답이 왔나요?

 아무래도 그분들도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친밀한 팬분들의 성향은 제가 감히 판단하건대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약간 느리게,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대답을 해주신다면 그럴 것 같아요. (웃음)

 

- 새 앨범 커버디자인이 특이한데 의미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ㄴㅇㄹ')

 디자인에 저도 굉장히 밀접하게 관여했어요. 담고 싶은 이미지를 생각했고, 절친한 사진작가분과 상의했어요. 어떻게든 회화적으로 자화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만약 작가분을 알고 있다면 '저를 잘 아는 입장에서 내 겉면에다가 저의 내면을 그려주십시오' 이렇게 주문하고 싶었는데 그런 분은 마땅한 분이 없었고요. 사진의 느낌이나 덧입혀진 이미지들이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 웹페이지에는 다른 이미지가 더해져 있어요. 뒤에 보시는 저런 사진(공연 포스터)도 있고. (웃음) 사실적이면서도 좀 왜곡된 그런 장난에서 시작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진행했죠.

 

 

- 사람들이 왜 이승열 씨 3집을 좋아할까요?

 그게… 음… 섣부른 감이 있지 않나 싶은데…. 모르겠어요. 앨범 낸 지 4년이 흘렀잖아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팬들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죠. 음악을 계속했으니까요. 공연도 하고. 그런 자연스러운 이유도 있을 거고, 요즘은 소문내기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속도도 빠르고요. 잡지나 신문에 난 기사도 중요하지만, SNS를 통해서 전파가 돼주니까 앨범 나온 것도 빨리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믿음까지는 모르겠지만, (올라오는 글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몰라요. 저는 어렸을 때 재킷보고 산 적이 있긴 해요. (웃음) 그런 게 또 중요할 것 같기도 해요. 선공개를 통해 들으셨던 두 곡을 바탕으로 제 음악을 선택했다면 '어?' 이런 느낌이 있으셨을 텐데, 얼마나 갈까요? 하하하. 농담이고요, 왜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어요.

 

- 몇몇 분이 얘기하시는데 되게 대중적이래요. (디시이용자 'cocore')

 아, 그래요? 어느 기준으로 대중적이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 이승열 씨 음악이 대중들에게 친숙해졌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승열 씨가 대중들한테 친숙해졌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제가 며칠 전에 인터뷰하면서 대중성, 대중적, 이 이야기를 가지고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괴성을 지르며 '우웨에에에~' 이런 보컬을 구사하는 곡들이 아니고, 노이즈를 한 5분 동안 틀어놓는 그런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도 굉장히 어폐가 있다고요. 그래서 이제 대중적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판단 기준에 있어서 그것 때문에 옥죄임을 받는 다른 음악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마치 커트라인이 딱 있어서 대중적? OK, 너는 오른쪽, 너는 왼쪽. 이렇게 해서 마치 사형대에 올라간 듯…. (웃음)

 

- 3집 앨범 만족도가 궁금해요. (디시이용자 '이리너')

 제가 만족하는 게 어느 정도냐고요? 사실 1, 2집과 다르게 접근했어요. 예전에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했다면 이번엔 '좀 더 가보자'였어요. 협업이잖아요. 제가 솔로 아트스트이지만 녹음실도 가야 하고, 레이블과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예전에는 좀 제가 어느 선에서 '이 정도면 됐을 것 같아. 더는 주변을 괴롭히지 말자' 그런 거였다면 지금은 마치 이게 내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을 만큼…. 좀 표현이 세게 나갔네. (웃음)

 말하자면! '아! 이만하면 됐지'라고 하는 순간에 '더…' 그런 생각을 몇 번 했어요. 그렇다고 디테일에 너무 치중해서 갈고 닦고 이런 접근은 아니에요. (웃음) 앨범을 만들며 애초에 했던 생각이 뭔가, 어차피 전 앨범 단위로 음악을 하잖아요. 애초에 생각했고, 또 원래 진행했던 걸 엎을 만큼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심 요소가 있다면 그게 빠져나가는 것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데 그런저런 요소들이 뭘까 생각하면서 이런 요구도 하고, 저런 요구도 하고. 앨범의 룩에 대해서도 '안에 가사가 어떻게 전달될까'부터 시작해서 좀 매달렸어요. 디테일을 이렇게 막~~~ 했다기보다는 '내가 애초에 했던 생각을 저버리고 딴짓을 하는가?' 그래. 그렇다면 그걸 빼야 하는 그런 작업을 했어요

 

 

 

 

 

 

 

4집

 

Q. 녹음은 언제 들어갔나?
이승열: 작년 11월 나흘간 벨로주에서 6곡을 먼저 녹음했다. 나머지 네 곡은 그 이후로 띄엄띄엄 플럭서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재작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쯤에 앨범 첫 곡인 ‘Minotaur’를 가장 먼저 썼고 ‘We Are Dying’ ‘Who?’ ‘개가 되고’ ‘Satin Camel’까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Q. 악기를 따로 녹음하는 일반적인 스튜디오 작업과 달리 라이브 형태의 녹음을 시도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승열:
기존 녹음방식에 지쳐 있었다. 일반적인 스튜디오 작업은 악기를 따로 녹음한 후 나중에 하나로 만든다. 그렇게 섞임이 없는 악기 소리들 사이에 인위적으로 공간감(ambience)을 만드는 작업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밴드의 앙상블을 앨범에 담게 됐다. 4~5테이크 정도를 녹음한 뒤 베스트를 골랐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밴드의 앙상블이 혼돈이다. 이런 악기 간의 공간감을 기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낼 자신이 없더라. 하지만 공연 전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면 그런 공간감이 살아있다. 그 느낌을 확장시켜보려 했다

Q. 이번 앨범의 키워드 중 하나는 밴드의 앙상블이 아닌가 생각한다. 악기 편곡은 어느 정도까지 연주자들에게 맡겼나?
이승열: 난 데모를 악기별로 정교하게 쓰는 편이다. 각 악기 편곡이 완성된 다음에 합주에 들어갔다. 연주자에게 자유를 주는 부분은 정해진 리프 외에 간주 정도다. 단보우 연주자 프헝이 만든 약간의 멜로디 외에는 기본적으로 내가 만든 데모와 동일하다. 물론 밴드의 팀워크를 통해 점점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Q. 처음에 앨범을 들었을 때 기존의 이승열 음악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단보우 소리, 그리고 중동 풍의 음계가 아닌가 한다. 어떻게 이런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됐나?
이승열: 멜로디는 내가 써서 프헝에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앨범을 구상하면서 내가 ‘이상한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웃음). 물라토 아스타케라는 에티오피아 뮤지션이었는데 그의 앨범들을 한 3개월 정도 들으면서 ‘그래 고정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라고 생각의 전환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랍 음계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기도하듯이 흥얼거리는 노래 말이다. 기존에 써보지 않은 멜로디를 쓰면서 ‘여기까지 해봤으면 문을 더 열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아랍권 보컬을 수소문했는데 마침 프헝의 전통음악 밴드에 오마르라는 보컬이 있어서 소개받게 됐다. 오마르는 인디밴드 ‘수리수리마하수리’의 공동 리더이기도 하다. 내가 의지를 보이니까 내가 동경하던 음악적 요소들이 하나하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뒤 안 돌아보고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저런 시도에 대해서 ‘오버’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Minotaur’에서 내레이션을 한 것은 오마르의 아이디어다. 소설 〈이방인〉에서 발췌한 구절을 읽은 것이다.

Q. 보컬에도 변화가 보인다. 이승열의 목소리는 때때로 노래를 한다기보다 흐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이승열: 보컬에 있어서도 후반작업을 최소화했다. 가사도 멜로디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데로 노래했다. 스튜디오가 아닌 라이브에서 노래할 때에 음정은 불안정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살리려 했다. 2차적인 가사 작업을 하지 않았고, 그런 맥락에서 영어가사의 경우에도 한글로 바꾸지 않았다.

Q. ‘Fear’ ‘Who?’ 등 긴 곡들이 유난히 많다. 과거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느낌도 나더라.
이승열: 그것은 듣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들릴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곡들의 템포가 느리다보니 자연스레 러닝타임이 길어진 것 같다. 이제껏 러닝타임을 고려하면서 곡을 만든 적은 없다. 긴 곡 안에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할 말을 다 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긴 곡을 쓸 때 사족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검토를 하곤 했는데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이번 앨범에는 들어가야 할 이야기가 다 들어간 것 같다. 곡 진행 상 사족은 전혀 없었다.

Q. 이승열의 음악이 유앤미블루 시절부터 솔로에 이르기까지 영미 록의 범주에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 틀을 벗어난 것 같다.
이승열: 벗어나고 싶었다. 영미 권의 록을 안 찾아 들은 지 꽤 됐다. 운전하면서 음악 듣는 시간이 가장 많은데 라디오는 항상 클래식 국악 채널에 맞춰져 있다. 아마 3집 준비하면서부터 거의 새로운 음악을 못 들었던 것 같다. 음악 듣는 것도 즐거워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것도 사라지더라. 그냥 좋아하는 뮤지션이 앨범 내면 궁금해서 찾아보는 정도? 물라토 아스타케가 나에게는 오랜만에 술 한 잔 마실 때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Q. 이번 앨범에 대한 주위 음악 관계자들이 평가가 대단히 좋다. 〈V〉가 본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
이승열: 글쎄? 모르겠다. 내가 항상 아쉬운 것은 내 예전 음반들을 잘 안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음반을 만들었을 때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을 떠올리나보다. 오히려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3집 〈Why We Fail〉을 작업할 때에는 녹음마저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봤다. 그리고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고통이 점점 줄고 있다. 4집 〈V〉은 앞으로 자주 듣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3집보다는 4집을 더 많이 듣게 될 것 같다.

 

 

앨범 만들면서 재미있으셨죠?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신 느낌이 드네요. 비교적 다른 작업들보다는 즐거웠어요.

전작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변화의 이유가 있나요?
음악을 만드는 행위는 유희적인 거예요. 놀이죠. 내가 하고 싶은 걸 꺼내는 데 조금 익숙해졌달까. 그건 저 자신에 대한 변화예요. 주저함이 없어졌어요. 주저함이 없어지면서 변화가 두렵지 않았던 거구요.

예전에는 왜 하고 싶은 걸 못하셨어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뭔가를 던져 놓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지금보다 없었던 거죠. 좋게 말하면 좀 더 겸손? 그렇다고 지금 거만해졌다고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간단하게 말해서 주제 파악을 했던 거죠. 나는 어떤 사람이고, 뭘 잘하는지. 

그간의 앨범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인가요?
어느 순간에 가서도 “다 됐다” 그런 건 없을 거예요. 언젠가 “마침표를 제대로 찍을 줄 아는 것도 창작하는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에세이집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물론 이 말에 100% 동의를 하진 않지만, 뭔가가 떠오르지 않는 건 승복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 상황이라도 했던 걸 계속 할 순 없는 거죠. 만족이 안 되니까요.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계속 시도할 생각이세요?
아니요. 성격이 작품과 맞아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드물잖아요. 작품과 별개로 존재하는 게 작가인 거니까요.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일종의 설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요.

 

이승열식 가사를 좋아하는 팬들이 꽤 많은데, 영어로 가사를 쓰신 이유는 뭐예요?
한국어로 작업할 때는 더더욱 힘들어요. 노래하기가 불편하거든요. 영어로 쓰는 이유는 조금 부담이 좀 덜 된다? 그런 부분이 있긴 있는데 (잠시 생각하다가) 아, 근데 요즘은 영어로 된 걸 잘 안 들어요? 팝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안 듣는 편이죠.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인가요?
이번 작업은 제 숨통을 트기 위해서 한 거예요. 가사에만 집중해서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구요. 가사가 내비게이션처럼 청자를 끌고 가는 것도 좋지만, 나침반 하나만 주고 “이게 동서남북인데 여기서 알아서 진행하세요”라는 정도면 어떨까 했던 거죠. 너무 불친절한가요?

불친절하지만, 의도라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궁금한 사람은 찾아서 볼 거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듣겠죠. 저는 해석 안 하고 들었거든요.
저도 가사가 나오면 반복되는 구절만 알아들어요. 영어건 한국어건 가사가 중요하진 않았어요. 가사가 전면에 나와서 끌고 가는 곡도 있지만 분위기나 소리에 빠지게 되는 음악도 있잖아요. 다양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보컬 멜로디가 없는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그런 음악도 충분히 매력적이잖아요.

아까 말했듯이 연주에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면 되겠네요?
사람들이 음악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가사면, 가사에 중점을 두지 않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 있잖아요. 가사가 먼저 익숙해지면 다른 부분도 편안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그것도 좋지만, 가사가 안 들렸을 때 청자들은 어디다 집중을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다를 거잖아요, 아마 누구나 그런 과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번 앨범은 비평가들은 극찬하는 반면에 대중들은 좀 어려워해요. 비평가만 좋아하는 앨범으로 치부되지는 않을까 두렵지 않으세요?
비평가 중에서도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웃음) 누구든 따옴표로 음악에 대한 정의를 내리잖아요. 그러면 그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포기한 부분인데요. ‘입소문이라는 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한 말이거나 평론가의 말이거나 청자들이 캐치해낸 카피가 돌면서 선입견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또 그런 게 맞아떨어져서 설명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평론가가 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구요. 싫어할 이유도, 그건 그냥 직업적인 걸 수도 있죠. 근데 평론가들이 말하는 “이 시점에 이런 음악이 나온 건 기적이다!”라고 하시면 (긁적긁적) 아, 그래요? 그럼 나는 모세인가? (웃음)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죠.
직업적으로 보면 이런 구조에서는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돼요. 당근을 먹기 위해서 채찍을 맞아야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요. 그래서 애증이 성립되는 거예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지만, 그런 옵션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제든 이걸 끊어버릴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건 음악을 함에 있어서 적어도 그 영역 안에서는 그걸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죠. 뭐 위기도 있었어요. 2집 같은 경우는 잠깐. 

“시대를 맞출 줄 아는 것도 아티스트의 중요한 덕목이다”라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림을 그리던 음악을 만들던 자기 예술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보이는 세상에 집중하면서 소통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외적인 것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시작부터가 다른 거잖아요. 대중은 둘째 치고, ‘내가 앞서나가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견해는 더 문제가 많은 거 같아요. 차라리 ‘난 그걸 못 한다. 대신 나의 영역은 이거다’라는 게 더 맞는 것 같네요. 되묻고 싶어요. “뭘 위해서 그걸 참으십니까? 뭐가 당신을 하지 말라고 막는 겁니까?”라구요.


< V > 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최근에 조용필 선생님도 19집을 내셨지만 캐리어가 많은 선배님들은 앨범이 열 몇 장씩 되고 저도 아마 음악을 계속 하면 10장이 넘어가는 날이 올 텐데, 그러면 그렇게 앨범 숫자로 언급되는 게 저는 개인적으로 싫었어요. 물론 기사화하는 입장의 기자분들은 그렇게 써야겠지만, 저는 그게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반 장난식으로 회사랑 얘기하면서, “그럼 네 번째 앨범이니까 어차피 4집이라고 얘길 할 테지만, 브이로 합시다” 했죠. 다섯 번째.(웃음) 간단한 예로 어떤 엘리베이터는 4층이 F로 돼 있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경우예요.

1집부터 3집까지는 4년 간격으로 나왔는데 이번 신보는 2년 만에 나왔다. 그간의 리듬을 봤을 때 비교적 빨리 나온 앨범 같은데.

4년 걸쳐 나올 때마다 심적 압박은 늘 있었어요. 회사나 제가 게을러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고 과정이 그만큼 있었던 건데, 과정 중에서 뭐가 불필요하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느냐를 생각해 보니 몇 가지가 있더라고요. 빨리 내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4년은 길다 싶었어요. 그렇다고 곡이 없는 상황에서 앨범을 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앨범을 위해 곡을 쓰는 것도 웃기고요. 이번 앨범은 곡들이 지난 앨범에 비해서도 비교적 쉽고 자연스럽게 나와서 일이 쉬워졌어요. 녹음방식에 있어서도 스튜디오에 개별적으로 와서 몇 번씩 연주하고 영어로 나온 가사를 한국말로 개사하는 일들을 제작과정에서 확 들어내 버렸어요. 라이브 앨범을 내고 싶었다기보다는 스튜디오가 아닌 공간, 울림에 대한 중요성도 염두하고 있었고요. 그게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일등공신이었을 거예요. 마지막 트랙들인 「Bluey」는 2009년에 나온 곡이었고, 「Cynic」도 3분의 1만 완성돼 있던 과거의 곡이었는데 이걸 집에서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것 외에는 시간이 그렇게 들지는 않았네요.

원 테이크가 어떻게 보면 옛날 방식이지만 하는 입장에선 매력이 있을 것 같다.

희열이 있죠. 원 테이크를 섣불리 못하는 이유가 핸디캡들이 있거든요. 소리가 샌다든가 분리가 안 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걸 장점으로 바꿔 보자는 게 의도였어요. 스튜디오에서 개별적으로 연주할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은 아주 적어요. 그래서, 객석에 관중이 없더라도 공연을 준비할 때나 연습실에서 합주할 때 느꼈던 희열을 상상하면서 재현을 한 거죠. 그걸 엔지니어가 기술적으로 최대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잡아 줬고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우려되는 부분이 두드러진 곡도 있었어요. 앨범을 들을 때 보컬이 잘 들려야 되잖아요. 보컬이 안개 너머에 있는 듯 들린다든가 의도된 선을 넘어서 희미할 때는 난감하잖아요. 녹음된 소스 자체가 그렇다면 더 그렇고요. 몇몇 곡에서 그게 살짝 보이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완을 할까 하다 몇몇 곡은 집에서 제가 덧댔어요. 그렇다고 바꿔치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질감을 좀 더 두껍게 만들어 주는 작업을 한 거죠.
 

 

「Minotaur」뿐 아니라 이방인이라는 작품이 갖고 있는 상징이 앨범 전체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앨범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도 이와 비슷하게 읽어도 되는 건가.

그렇게 봐 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메시지는, 말보다는 음악인 것 같고요. 이방인이라는 생각은 저는 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출신이 걸쳐져 있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이질감은 늘 느끼는 사람이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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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PIca&articleno=581&_bloghome_menu=recent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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