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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23.38) 2020.12.02 05:36:10
조회 592 추천 2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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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뮤비 나오면 닳을 때까지 봐야해서 빨리 씀
백업은 했는데 나도 무슨 말 썼는지 몰라






-



그를 다시 만난 건 도심 외곽의 한적한 카페에서였다.
때늦은 겨울비가 오는 탓에 사진이 든 서류봉투를 코트 안으로 들고 카페로 들어섰다. 지난 번 촬영 때와는 다르게 편안한 스웨터 차림의 그가 창가에 앉아있었다. 비 오는 바깥을 구경하는지 창 밖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어깨에 묻은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카운터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 저 아몬드 쿠키도 같이 주세요."


늦은 오후였지만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하면 좀 더 분위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적어도 여기까지 나왔다면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




"일찍 오셨네요."
"근처에서 일정이 끝나서요."


자리에 앉는 남자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보는, 초면 같은 사이에 뭐가 저렇게 반가운 걸까. 나는 처음부터 모든 걸 들켜버린 셈인데 정작 이 남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기껏해야 이름 세 글자와 사진을 찍는다 정도? 아, 생각하는 게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는데 그걸 카메라로 가리고 산다는 것도.


"제가 말씀드린 건 생각해보셨나요?"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 같으면 모르는 번호를 받지 않았겠지만 한국에 온 뒤로는 형, 이제 전화 안 받으면 무조건 내가 찾아갈거야, 내가 아무 때나 아무 번호로 걸어서 확인할거야, 으름장을 놓은 녀석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당연히 또 녀석이겠거니 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을 때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에게 왜 그런 제안을 하셨죠?"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포토그래퍼라며 이름을 말하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낯선 이야기를 했다. 전화를 잘못 하신 것 같은데요, 저는 피아니스트에요. 이름을 들어도 낯선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자신처럼, 이 사람도 작업을 많이 하다보면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지난 번 대답의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단번에 기억이 났다. 렌즈 뒤에서 나를 꿰뚫던 그 남자.



"저는 전문 모델도 아니고,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좋은 모델을 찾을 수 있지 않나요."
"맞아요."


뭐하자는 거지. 남자는 덧붙이는 말 대신 큰 서류봉투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내 앞으로 내밀어진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자 그 안에는 크게 인화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카메라를 쳐다보는, 그것은 처음 보는 나의 표정이었고, 낯뜨거울 정도로 내가 다 드러난 사진이었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좋은 피사체와 찍고 싶은 피사체는 다릅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왜 이걸 저에게..."


사진 속의 내가 울고있다. 아니, 눈은 분명 메말라있는데 울고있다. 그대로 두었다간 찢어버릴 것 같은 충동이 강하게 들어 서류 봉투 안에 넣는 중에도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왜 나에게 이런.


"가끔은 극약처방이 가장 빠를 때도 있으니까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 것도 숨겨지지 않는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로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제 사진을... 왜... 찍고 싶으신 거죠?"
"저는 '지금'을 기록합니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이 잠깐 동안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그 이어진 순간들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사진은 다릅니다. 엄연히 말하자면 이것도 삼백 분의 일, 사백 분의 일초일 뿐이지만 그 찰나에만 존재하는 무언가가 담기죠. 자기자신조차 모르는 그런 것들이요. 처음 만났을 때 알았습니다. '지금'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걸요. 그걸 찾아주고 싶은 오지랖이라고 해두죠."


테이블 아래로 꽉 쥔 손이 내 의지와 다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니 당신이 뭘 알아.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와 아몬드 쿠키 나왔습니다."


카페 점원이 우리 사이에 작은 접시를 내려놓는다. 나는 스위스의 캄캄한 방으로 잡혀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밤 안에는 나와 피아노만 있다. 이제 피아노 위에 쿠키는 없다.


"가, 가볼게요."


아찔해지는 시야를 겨우 붙잡고 일어섰다. 남자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도망치듯 카페를 빠져나와 제법 걷고나서야 비가 오고있다는 걸 알았다. 어느 방향에서 걸어온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길 한 가운데 멈춰섰다. 부슬비가 내리던 장례식날로 또 다시 빨려들어갔다. 그 남자의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을 잃고 과거를 살고있는 사람이었다.


"비가 그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준비가 되면. 기다릴게요."


남자는 우산을 건네주고 뒤돌아 걸어갔다. 내 손에 쥐어준 서류 봉투에 진한 자국이 퍼져나갔다.




-




사실 시작은 오지랖이 맞았다.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매력적인 피사체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자꾸 어디서부터인지 모를 갈증이 피어났다. 어느 시간에 붙잡혀있는 그의 '지금'을 찍은 사진. 그에게 찬란하게 빛나는 지금을 찾아주고 싶다. 



일주일이 지나던 날 연락이 왔다. 말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진짜로 연락이 올까 조바심이 났던 터라 그의 이름이 찍힌 화면을 보자마자 버튼을 눌렀다.


제가 뭘 준비하면 되죠.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긴장한 듯한 말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자마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씻기 위해 화장실 거울 앞에 섰을 때 알았다. 내가 웃고있다는 걸. 방 안에서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나와 거울 속의 나를 찍었다. 
나는 지금을 찾았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약속 장소는 클래식 공연장 앞이었다. 그가 귀국 후 리사이틀을 했던 곳이다. 그가 편하게 오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산책이나 해요. 얼마나 큰 각오를 하고 전화를 했던 건지 큰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음악당 앞의 카페 테라스에서 그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 10분 전 그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여름이었다면 해가 환하게 떠있을 시간이었지만 밤이 길어진 계절 탓에 가로등을 벗어나면 그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음 가로등 앞을 지날 때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두어 번이 더 반복되고 그가 내 앞에 도착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점점 익숙해질 거에요."


따뜻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천천히 걸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본 모습보다 훨씬 편해진 표정이었다. 


"여기 여름에 오면 분수가 음악에 춤추는 거 알아요?"
"아뇨."
"분수대 앞에 아이들이 가득 모여서 구경을 해요. 지금은 겨울이라 안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여기서 공연한 저보다 더 잘 아시네요."
"내년에 여기서 또 공연 잡아봐요."
"분수 보려고?"
"아니, 나 초대권 얻어서 공연 보게요."


실없는 농담에 그가 작게 웃었다.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조금씩 적응하는지 굳어있던 얼굴도 풀리기 시작한다. 



"지난 번에 준 사진, 어제 겨우 다시 열어봤어요."


그것과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안다. 잠시 말을 멈추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그의 표정이 후련해보였다. 그 노란 봉투의 얄팍한 껍질을 깨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을 잃어버린 사람이란 말, 처음 들었을 땐 너무 화가 났어요. 나를 두 번 만난 사람에게 들을 말이라기엔 무례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천천히 걸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은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창피했어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킨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에 확인사살까지 해버리니까. 며칠 동안 잠이 오지않더라고요."


나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듣고있다가 간간이 셔터만 누를 뿐이었다.


"그런데 당신과의 만남을 생각할수록 내가 과거에 붙잡혀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어느 순간 알았어요. 그제서야 그 사진을 다시 볼 수 있었죠. 여전히 조금 화는 났지만요. 그리고나서는 무슨 자신감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연락을 안 할 수도 있었잖아요."
"도와달라는 눈이었거든요."


그의 표정이 탁 풀려버린다. 마주하지 않으면 영원히 도망쳐야 해. 과거에 남겨진 그는 끊임없이 지금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그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꺼내달라고.


"난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내가 당신의 지금이 되어줄게요."


그가 한 발자국 뒤에 있는 나를 향해 돌아선다. 뷰파인더 가득 그의 얼굴이 들어온다. 반짝이는 눈에는 이전과 다른 지금의 눈부신 밤이 깃들어있다. 나는 카메라를 내렸다.










-

오로지 마지막 대사 하나를 위해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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