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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39.7) 2020.12.05 00:04:37
조회 517 추천 16 댓글 5


조각글임 걍 보고싶어서 씀 캐붕 쩔음
배경은 미쿡 어느 도시 언저리라고 생각해줭




이곳은 영안실 같은 곳이다, 라고 ㅇㅇ은 생각했다. 살아있는 시체들이 넘쳐나는 썩은 장소. 큰 빌딩에 가려진 퀴퀴한 이곳은 제대로 살아있는 자들은 거닐기조차 꺼리는 곳이었다.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은 피부색을 막론하고 죄다 어디 하나 고장이 난 것처럼 보였다. 신체 일부가 없거나, 아니면 눈깔이 맛이 갔거나. 좀비가 살아 있어도 이것보단 살아있는 냄새가 날 거다. ㅇㅇ이 한심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자 몇 명은 손을 들어 인사를 해 왔다. ㅇㅇ은 고개를 대충 끄덕거린 후,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를 빙빙 흔들며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약을 하지 않는 ㅇㅇ은 자연스럽게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이 되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던 ㅇㅇ은 어느 낡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은 이곳은 놀랍게도 ㅇㅇ의 직장이었다. 녹슨 쇠문을 잡고 손을 돌렸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인상을 써가며 힘을 주자 끼이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씨발, 무덤에 들어가도 이것보단 낫겠네. ㅇㅇ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먼지 쌓인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자 제법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사무실처럼 보이는 작업실 한중간에 놓인 책상에 한 남자가 신문을 보며 앉아있다. ㅇㅇ은 손에 든 비닐봉지를 던지듯 건네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사는 하면 안 될까요? 계속 있다가 정신 나가버릴 것 같아."
"미쳤을 거면 진작 미쳤지. 여기 말고 갈 데 없어."
"그럼 밀린 월급 내놔요. 더 이상은 여기서 못 살아."

남자는 대답 대신 담배를 둘둘 말았다.

"씨발, 환기 안 되니까 여기서 피지 말라고요."

남자는 ㅇㅇ의 험악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P." ㅇㅇ이 으르렁거리자 그제야 남자는 뻔뻔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 왔다.

"간접흡연 때문에 내가 먼저 뒈질 지경인 거 알아요?"
"일이 막혔을 땐 이것만한 게 없거든. 돈을 벌어야 사무소를 옮기던가 월급을 주거나 하지."
"아, 진짜!"

P라고 불린 저 남자는 ㅇㅇ의 동료이자 상사였다. 그리고 ㅇㅇ은 오늘부로 저 남자의 보조 일을 때려 치고 백수가 될 각오를 한 참이었다.

"걱정 마. 이번에 큰 놈 하나 물 것 같으니까."
"뭐야.. 나 없을 때 일 들어왔어요?"
"그건 아닌데 그냥 감이 그래. 원래 해일이 오기 전에 파도가 잠잠한 법이잖아."

결국 여전히 파리 날린다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ㅇㅇ이 얼빠진 표정을 짓자 ㅍ이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ㅇㅇ은 순식간에 피곤이 몰아치고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나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ㅇㅇ은 암담한 미래에 우울해졌다.


*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어두운 법이다. 대도시 옆에 위치한 이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의 달콤한 기회를 엿보고 전 세계에서 벌레처럼 날아온 이들 중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최종적으로 정착하는 곳이 이 거리였다. ㅍ과 ㅇㅇ은 이곳에서 불법 사무소 일-정확히는 ㅍ이 사장이고 ㅇㅇ이 보조다-을 하고 있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이들이 만능이고 해결사다. 그리고 현재 ㅇㅇ은 살고 있는 이 거리에조차 환멸을 느낄 때쯤이었다.

"오늘은 나가 있어."

간만에 정장을 차려 입은 ㅍ이 옷매무새를 만지며 말했다. ㅇㅇ은 설명을 요구하는 듯 ㅍ을 쳐다봤지만, ㅍ은 그 시선을 무시하며 이젠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오늘 누구 와요?"
"응. 손님."
"근데 난 왜 보면 안 돼?"
"봐서 좋을 거 없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위험한 것과 돈 냄새는 잘 맡는 ㅇㅇ이었다. ㅇㅇ이 말이 없자 ㅍ은 주머니를 뒤적이며 지폐 몇 장을 주었다. 일단 주는 돈은 잘 받아 챙긴 ㅇㅇ은 계속 ㅍ의 표정을 읽으려했다. 돈까지 주는 걸 보니 예삿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걸론 도시에 나가도 금방 빈털터리가 될 텐데."
"도시에 그만 가라는 말 좀 제발 들어라. 그걸로 건너편 펍에 가서 얌전히 술이나 퍼 마시라고."
"바로 옆에 큰물이 있는데 내가 왜 거길 가?"

그 순간이었다. ㅇㅇ 뒤에 있던 문이 열렸다. 끼이익- 신경을 박박 긁는 소리와 함께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향수 냄새가 훅 끼쳤다. ㅇㅇ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들어온 낯선 여성을 살폈다. 큰 키. 흰색 피부. 마른 외형. 금발에 커다란 갈색 눈.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와 깨끗한 구두. 그리고 명품 가방과 보석이 박힌 목걸이. 오, 돈 많은 호구네. 이런 호구를 혼자 먹으려했단 말이야? 순식간에 먹이를 파악한 ㅇㅇ은 친절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자는 말없이 눈썹을 찌푸리며 ㅇㅇ을 보았다. 정적이 길어진다. ㅇㅇ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이 손님새끼는 사람은 왜 계속 이러고 있는지, 상사는 왜 또 가만히 있는지 속으로 고민했다. 이 예쁜 손님은 너무나 정직하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ㅇㅇ은 손님이고 뭐고 그냥 욕을 하고 봐야할지 결정하려던 참이었다.

"그쯤 하면 그냥 오지 그래. 쟤 인종차별 한다고 지랄 떨기 전에."

ㅍ이 말하자 그제야 여자는 ㅇㅇ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ㅇㅇ은 여전히 그 여자를 노려보았다. 꼿꼿한 자세와 오만한 시선이 영 재수 없었다. ㅍ이 시선으로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줬다. ㅇㅇ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문을 쾅 소리가 나게 세게 닫으며 사무소 밖을 나섰다. 그 순간까지도 여자의 향수 냄새가 ㅇㅇ의 코언저리에 맴돌았다. 아무래도 저 여자는 ㅍ이 사냥한 새 먹잇감인 모양이었다.


*


ㅇㅇ은 지저분한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경찰마저 포기해서 언론이 뉴스를 터뜨리지 않는 한 이곳에는 오지 않는다. 그들은 이곳이 있기 때문에 도시의 범죄가 줄어든다는 궤변을 하곤 했다. 이곳은 나라에서조차 버려진 곳이었다.

ㅇㅇ은 지하철을 향해 하염없이 걸었다. 이 돈이면 도시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ㅇㅇ은 언제나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언젠가 찾아올 그 날을 위해서는 도시에 종종 찾아가고 그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ㅇㅇ의 어둡고 지루한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고 재밌는 순간이었다. 남들이 비웃어도 상관 없었다. ㅇㅇ은 이곳을 탈출해서 도시에서 사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결코 이 썩은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을 터였다.




도시로 놀러간 ㅇㅇ이 소시오패스 두명(재벌 ㄱㄴ랑 연쇄살인마 ㅈ) 만나서 지독하게 엮이면 존나 재밌겠다 홀홀홀홀

불금인데 심심해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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