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악마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 결정적 짤 투척
원래는 ㅈㅂㅅㅌㅋ가 도배질 하는걸 보고 이왕 욕 먹을거 화끈하게 처먹어 보리라 했던건데
반응이 너무 무서워서 서둘러 한 짝 더 던지고가
ㅈㅂㅅㅌㅋ가 갤 끊을때까지만 올려보려고 ㅋㅋㅋ
* * *
자, 그럼 이제 반대측 신랑의 이야기도 알아봐야겠지.
- 우리에겐 새로운 목축지가 필요해
- 새로운 헛간도 필요하고
- ...그래. 다 필요해. 이번 겨울에 안 죽고 살아난다면.
...켠의 부족은 실시간으로 멸망해가는 중이었어.
부족장이 죽자 아들이 자리를 이어받은 긜의 부족과는 달리 이 부족에게는 후계가 없었어. 계절에 따라 물과 목초가 있는 곳을 찾아 유랑하는 유목민의 특성상 인구가 원래 작기도 했고 같은 부족이라는 개념이 원래 희박하기도 했지. 원래 부족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마을의 지도자'라는 느낌보다는 전투를 치르기 위한 '사령관' 같은 개념이었거든. 척박한 땅에서 맹수들을 상대하며 떠도는 종족이니 다들 전투에는 능했고 그럭저럭 오랜 전쟁은 버틸 수 있었지만, 용사는 화살 한 발에, 부자는 한파 한 번에 끝장난다, 는 옛말처럼 올해 추위에 양떼들이 얼어죽고 굶어죽고 병들어죽기 시작했고 부족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었지.
없으면 가져와야지. 저 쪽은 추수가 끝났을거잖아, 켠의 말에 싀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어. 우리랑 싸운지가 몇 년인인데 잘도 내주겠다. 빼앗아 오고 싶어도 우리는 이제 싸울 병력도 없어. 듣고 있던 동0까지 한 마디 거들었지만 켠은 여전히 눈을 반짝이면서 말을 이어나갔지. 하지만, 저 사람들은 그걸 모르잖아?
켠의 계획은 간단했어.
1.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혼인동맹을 요청한다.
2. 혼인을 위해 신랑이 될 사람을 먼저 마을로 침투시킨다.
3.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밤에 몰래 마을의 곳간을 털고 도망친다.
4. 짜잔,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되는 것 같기도 한 계획이었지만, 굶어죽으나 전쟁으로 죽으나 사람은 어차피 한 번 죽는거잖아? 켠은 세상에 없는 부족장의 자리를 이어 받아서 서신을 보냈고 언어에 능한 동0은 사절단이 되어 혼례의 약속을 받아왔지.
동0은 이미 사절단으로 얼굴이 알려졌으니 안될 일이고, 만의 하나 일이 잘못될 경우 적진에 혼자 남겨질 일을 생각하면 켠은 도저히 무리고, 해서 자연스럽게 신랑역은 싀에게 돌려졌어. 혼인 상대가 부족장의 사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까지 했었지. 최악의 경우 인질로 잡았을때 가치가 있는 사람이잖아.
새로이 부족을 이끄는 자리에 앉은 어린 부족장은 자신의 사촌이 걱정인지 몇 번이나 혼인할 사람에 대해 물었고 동0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최대한 정직하게 말했어. 부족장인(척 하는) 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며 (몇 명 없긴하지만)부족 전체를 통틀어 제일가는 미인이라고.
그런데, 그런데 문제는 두 부족이 싸움질만 하느라 서로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없었다는게 문제야.
혼례의 날. 싀은 신부에게 전달할 예물을 싣고 마을로 들어섰지. 사람들의 묘한 웅성거림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몇 달전까지 칼을 맞대던 사이인데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의 안내에 따라 부족장의 집으로 향했어. 넓다란 마당 한 가운데는 천이 드리워져 있고 그 안에 언뜻 흰 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지. 싀은 커다란 키에 어울리지 않게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하고 연신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사람을 보며 동0이 말했던 어린 부족장이라고 생각했어.
신부를 데리러 왔습니다, 저의 신부는 어디있는가요. 싀의 말에 그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계속 달싹이다가 꾹 입을 다물었어. 그 사이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커졌고 싀은 뭔가 심하게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꼈지. 두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을 헤치고 한 남자가 나타나서 싀과 그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지.
- 경사스러운 혼례의 날에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데 신부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희쪽으로 혼인할 이를 보낸다하여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아...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거지. 멍해진 머리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기는 아는 사람도 하나없는 적진 한가운데였고, 도와줄 놈들은 오늘 밤에나 도착할거였어.
- 듣던대로...
느릿하게,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 흰 옷을 입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어.
- 미인이시네요.
이 자식, 대체 뭐하는 놈이야? 싀의 당황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가만히 미소를 띄웠지. 비웃음도 헛웃음도 아닌 그냥 순수한 미소. 너무 뜻밖의 반응에 싀은 얼떨결에 따라 웃고 말았어. 이 뒤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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