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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23.38) 2020.11.30 19:02:00
조회 749 추천 2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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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보고 넹글 돌았음
비문 맛춤뻡 노잼 다 패스해



-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젊은 클래식연주자 특집 기사 인터뷰에서였다. 지면에 실릴 컷과 유튜브용 영상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챙겨 스튜디오로 나갔을 때 그 곳엔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눈을 한 남자가 있었다. 자기방어를 위해 잔뜩 경계하는 눈빛. 통성명을 하는 동안 그는 금세 그 눈을 숨기고 어색하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나는 그 눈을 안다. 
세상을 잃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근본적인 궁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순조로웠다.
미리 어느 정도 협의된 질문을 던지는 에디터를 보며 능숙하진 않지만 여유롭게 대답을 해나갔다. 나는 삼각대 위에 고정된 카메라 LCD 속 그를 쳐다봤다. 작은 화면 속에서 그는 에디터의 칭찬에 연신 쑥스러운 웃음을 짓고있다. 아까 내가 본 그 눈은 온데간데 없었다. 
 




젊은 피아니스트의 인터뷰는 딱히 특별할 것 없이 진행됐다. 스위스 유학시절 음식에 대한 스몰토크와 콩쿨 입상 전력들, 앞으로의 국내 활동 계획 같은 그런 것들. 나는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인터뷰 컷은 굉장히 작게 실리니까 크게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인터뷰하셔도 돼요. 인터뷰 전 에디터가 미리 얘기해준 덕분인지 말할 때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는 게 편했다. 


"스위스에서 사실 때 룸메이트가 있었다고 예전 인터뷰에서 봤는데, 귀국할 때 그 분이 많이 아쉬워하셨겠어요."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눈이었다.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정적 속의 셔터 소리에 그가 나를 쳐다봤다. 다시 셔터를 눌렀다. 잠깐의 정적 이후 그는 네, 그랬죠 따위의 단답형 대답을 했다. 에디터는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확신과 흥미가 동시에 치솟았다. 얼른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다. 그 눈을 확인해야 한다.






지면 화보용 컷은 그랜드피아노와 함께 찍는 콘티였다. 높은 유리 천장에서 가을의 햇빛이 곧장 쏟아지는 위치 덕에 촬영을 최대한 빨리 끝내달라는 피아노업체 직원의 부탁을 대충 한 귀로 흘려들으며 렌즈를 챙겼다. 모노톤의 수트를 단정히 입은 그가 피아노 곁으로 걸어온다.


"피아노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감 있는 표정 지으시면 돼요. 보내드린 레퍼런스 보셨죠?"
"네."
"그럼 처음엔 피아노 옆에 서서 찍는 걸로 갈게요."


어색하지만 분명 레퍼런스를 보고 연습했을 법한 포즈들이 이어졌다. 썩 나쁘지않아서 아마 이 중에 지면 화보가 셀렉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니터 앞에서 지켜보던 에디터도 지금 좋아요, 라며 박수를 친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한 번 가볼게요. 아까처럼 자연스럽게."


말없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몇 번의 의미없는 컷이 지나갔고, 마음 속에선 자꾸만 그 눈을 다시 보고싶은 충동이 일었다. 도발하면 화를 낼까, 아니면 도망칠까. 나에게 사디즘 같은 게 있었나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면서 뷰파인더 너머의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 룸메이트분이랑 많이 친하셨나봐요."


빙고.
렌즈를 올려다보는 그 눈에 상실감과 나를 향한 적의가 가득 담겼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마치 뷰파인더 속의 내 눈동자가 보이는듯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않고 건반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쓸쓸한 피아노 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갑작스런 연주에 부산스럽던 촬영장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무슨 곡인지는 몰라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했다. 들키면 도망칠 줄 알았는데 정면으로 응수하는 건 좀 의외네.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가을 햇살 아래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춤을 춘다. 온통 모노톤인 이 곳에서 슬픔으로 반짝이는 사람. 짧고 잔잔한 연주가 끝나자 멀리서 누군가의 브라보, 소리가 들렸다.


"이거면 대답이 됐을까요."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 그에게 나도 카메라를 내리고 웃어주었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일이 생긴 것 같다.






-






깜깜한 밤이 몇 번 지나갔을까.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 방에서는 시간도 멈춰버린 것 같다. 간간히 울리던 핸드폰도 지쳤는지 모든 게 조용하기만 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방 한가운데 있는 피아노가 보인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 동안이나 연습을 하곤 했다. 그 시간이 길어질 때면 네가 항상 쿠키 몇 조각과 커피를 들고와서 피아노 위에 올려놓곤 했다. 그러면 나는 피아노 위에 올려두지 말라고 핀잔을 주며 잔을 들고 일어났다.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어둠 속에 서있는 피아노엔 이제 아무 것도 올려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버렸다.


다시 눈을 뜬 건 침대 맡으로 들어온 생경한 빛 때문이었다. 창문의 암막 커튼이 한껏 젖혀져 햇살이 방 한가득 들어왔다.


"형 이러고 있을 줄 알았어."


너무 오랜만에 보는 밝은 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햇빛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 너머 어렴풋이 한 사람이 보였다. 


"이렇게 청승 떨면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와? 형 이러는 거 그 사람도 하늘에서 보면 안 좋아해."
"그만해."
"뭐가 그만이야. 짐 싸. 한국으로 가자."






-






그를 다시 만난 건 도심 외곽의 한적한 카페에서였다.
때늦은 겨울비가 오는 탓에 사진이 든 서류봉투를 코트 안으로 들고 카페로 들어섰다. 지난 번 촬영 때와는 다르게 편안한 스웨터 차림의 그가 창가에 앉아있었다. 비 오는 바깥을 구경하는지 창 밖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어깨에 묻은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카운터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 저 아몬드 쿠키도 같이 주세요."


늦은 오후였지만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하면 좀 더 분위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적어도 여기까지 나왔다면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




곡은 쇼팽 야상곡 G minor

짧은 내용인데 와이리 길어지는데
2가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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