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롯이 없는 소설-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무슨 학과예요?"
"일어일문학과요"
"아! 요즘따라 저도 일문학에 관심이 많이 가던데... 어릴 적에 책장에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있어서 재밌게(?) 읽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한동안 일문학에 관심이 없다가 요즘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최근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을 읽었는데, 제 주변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어서 그런지 저로서는 그 작품이 많이 와닿았어요. 그리고, 생명을 잉태하는 것의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에도 동감하구요. 그러니까, 보르헤스가 \'틀뢴, 우크바르, 제3지대\'란 작품에서 \'거울과 성교는 인류의 숫자를 늘리기 때문에 혐오스럽다\'는 말을 하잖아요. 오에 겐자부로도 그런 고민을 했는데, 그는 니체나, 같은 고민을 했던 다른 철학자들과는 달리 결국 자식을 낳았더라구요. 그것도 첫 번째 아들에 대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나 낳았으니, 그게 좀 그의 나약한 면이 아닌가 하는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요"
"아~ 예. 저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좋아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하루키는 \'태엽감는 새\' 이후로 추락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데, 제가 봐도 그저 팔기 위해 작품을 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상실의 시대\'는 상당히 좋았어요. 웬만하면 원어로 읽어 보세요. 언어 자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시적인 표현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언어의 차이가 작품 자체의 본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그런데, 오에 겐자부로가 유명한 작가예요?"
"예?!! 노벨 문학상 받은 작가인데(\'일문학과 학생이 오에 겐자부로도 모른단 말이야?!\')...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 문학상을 받고 나서 20년 후에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 문학상을 탔어요. \'만년원년의 풋볼\'이란 작품으로. \'레인트리를 듣는 여자들\'은 시적이거나 음악적인 표현이 많아서 꼭 원어로도 읽어 보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은 야스나리보다 시인 예이츠와 더욱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해서, 저도 예이츠의 시를 좀 이해해 보려고 영미시에 대한 개론서와 예이츠의 시집을 읽어 봤거든요. 그런데, 원어로 음미해 봐도 저는 좀처럼 잘 모르겠어요. 어떤 시는 순수한 언어유희같은 것도 있고... 저한테 시는 너무 어려워요"
"저는 오에 겐자부로는 잘 모르겠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중에 \'설국\'이 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눈으로 덮인 마을의 풍경에 대한 묘사는 아름다운데, 별로 소설같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뭐, 노벨문학상이 항상 최고의 작품에만 주는 것은 아니지만"
" \'설국\'은 플롯이 없는 소설이잖아요. 플롯이 없는 소설도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글 쓰는 사람들은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더라구요. 마치, 동일한 대상인 십자가를 그렸는데도, 렘브란트나 카라바지오, 마크 샤갈, 폴 고갱,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이 모두 다 다른 작품인 것처럼요. 문학도 다른 예술과 같은 표현예술의 하나이니까 , 결국 소설도 마찮가지죠. 즉, 똑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글을 쓴다고 해도, 어떤 이가 쓰면 평범한 통속소설이 되는데, 또 다른 어떤 이가 쓰면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로서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에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스토리위주로 작품을 읽으면 전개가 느려지거나 할 때 쉽게 지루해 지기도 하는데, 문장 위주로 작품을 읽으면 특별히 스토리의 전개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더 쉽게 읽히는 점도 있구요. 어짜피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라면 그냥 스토리만 빠르게 훑어 내거나, 영화화 된 것이 있다면 영화로만 봐도 크게 상관없잖아요. 아리스토텔레스나 다른 누군가가 말했듯이 스토리는 정형화되어 있고, 그렇기에 스토리 위주의 작품들은 대체로 유행성 작품들이니까. 물론, 고전이 되려면 스토리도 좋고 문장도 좋아야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인지 \'설국\'이나 앙드레 말로의 \'침묵의 소리\'같은 글들은 원문을 통채로 암송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요. 특히, \'설국\'은 소설에서 묘사되는 춤이나 노래까지도 차가운 눈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단히 시각적이면서도 시적이잖아요. 십 수년동안 퇴고를 거듭한 작품 답더라구요. 저도 만약 작가라면 그렇게 소설 전체가 한 편의 시같은 작품을 쓰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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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밀의 도서관
몇 달 전에, 도서관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그동안 제가 들어갈 수 없었던 서고에 들어가 봤거든요. 즉, 사서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서고인데, 사서가 바빴는지 저더러 들어가서 책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 보는 통로를 통해 내려가서 책을 찾는데, 넓은 공간에 똑같은 색상과 모양의 책장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미로같았습니다. 오른쪽으로 들어갔다가도 나올 때는 사방이 모두 같은 모습이니까, 어디가 전후좌우이고 어느 쪽으로 나가야 될 지 헷갈리더군요. 그래서인지 곳 곳에 통로로 안내하는 화살표와 지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별다른 경험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그곳에서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미궁의 도서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도서관의 새로운 장소를 탐색하는 것이 재밌어 지면서, 저도 보르헤스처럼 사서가 되어 도서관의 비밀을 더 많이 알고 싶어 지더군요.
3. 도서관 사서 아가씨
요즘 졸업을 앞두고 더이상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강박감에 여느 때보다도 책을 많이 대출해서 읽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출대에 있는 사서 아가씨가 혹시 자기를 좋아해서 어떻게든 자기 눈에 띄어 보려고 그러는게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저를 힐끔 힐끔 쳐다보더군요. 순간 약간의 짜증이 났는데, 그 이후로는 대출대에 다른 사서가 있을 때를 기다려서 대출하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왠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 3줄 요약
1. \'설국\'은 플롯이 없는 소설이다.
2. 도서관의 새로운 장소를 탐험했다.
3. 도서관 사서 아가씨는 공주병환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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