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베토벤 전집과 나사로 1

머큐리(59.6) 2008.05.14 12:32:25
조회 146 추천 0 댓글 1


베토벤 전집과 관련해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글제목이 베토벤 전집이라고 해서 음악 얘기는 아니고 그냥 제 마음속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괴로워한 문제라고나 할까요..

 

흠.. 한 두달전쯤에 제가 그렇게나 사고싶은 베토벤 전집 씨디를 모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한 65000원 정도 해서 이 정도 가격에 베토벤의 거의 모든 곡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게 됐습니다.

 

사고 나서 책상 한켠에 자리잡은 베토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베토벤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전집 박스를 보고 있을때면 웬지모를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음악 전집을 가지고 있으니까 마치 베토벤이 가까이라도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이 전집 말고도 굴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도 어느 정도 싸길래

이것도 나중에 사게 됐습니다.

 

이 전집들이 제가 가지고 있는 피아노나 그동안 모은 책들 말고도

제게 있어 보물에 가까운 존재가 됐죠.

 

그리고 이런 베토벤의 전집류를 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지하철 역 외부에 있는 계단에서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두발을 내논채 구걸을 하고 있는 어떤 노인을 보고 전 지갑에서 몇천원을

 

꺼내 적선했습니다.

 

그리고 집근처 테크노 마트에 간적 있었을때 그 근처에서 양쪽 다리가 불구가 되서(자세히 보니까

 

다리고 없는)마이크를 들고 구걸을 하고 있는 어떤 늙은 사람을 보고 이때도 전 몇천원을 꺼내

 

적선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왜 이런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제가 몇천원을 준 얘기가

얼마나 웃긴 행동이었는지 말씀드리죠.

 

이런 일이 있은 후 전 잠자기 전에나 책을 읽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몇번씩이나 떠올라 저의 뒷통수를 강타하더군요.

 

\'그래! 구걸하는 사람들한테 고작 몇천원을 적선하고 이와 비교해 베토벤

전집을 살때는 아낌없이 몇만원을 주고 사는게

 

과연 마음속에는 어떤 괴롭다거나 거리낌 같은게 전혀 없나? 한번 말해봐! 안태정.\'

 

베토벤의 모든 음악이 이상으로 하고 있고, 그 정점에 올라선 작품이 바로 9번 교향곡이다.

그리고 이 음악에는 다음과 같은 실러의 시를 음악으로 이상화했지.

 


지금의 세상에 횡행하는 자가 엄격하게 나누었다 하더라도

그대의 신비한 힘이 다시 결합시켜 주리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멈추는 곳

인간은 모두 형제가 된다.

 


\'그래! 이런 베토벤의 음악에 나타난 구절처럼 \'인간은 모두 형제가 된다.\' 라고 했는데,

이 의미를 이해했으면 왜 구걸하는 사람들한테는 고작 몇천원밖에 적선하지 않았을까?

 

\'인간은 모두 형제가 된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음악 씨디를 살때는

아낌 없이 몇만원이라도 주고 샀으면서

 

이 음악을 의미를 따져볼때는 분명 그 구걸하는 사람도 안태정 너의 형제일지도

모르는데 왜 구걸하는 사람한테는 많은 돈은 아닐지라도 베토벤의 음악씨디를

산것만큼의 돈을 적선하지 않았을까?

 

이거 정말 웃기지 않나?

 

\'인간은 모두 형제가 된다\'라는 베토벤의 이상의 기초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베토벤의

 

음악이 담겨 있는 베토벤의 전집을 구입해 들으면서 그 어떤 감동과 감흥을 느끼면서

 

왜 길거리에서 두 다리를 잃은 구걸하는 사람한테는 고작 몇천원밖에 안되는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것일까?

 

왜? 왜? 왜?

 

혹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들을때의 감정과 구걸하는 사람한테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어쩌면 구걸하는 사람은 베토벤의 음악에 나타난 것처럼 나의 형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베토벤의 전집을 살때는 돈이 아깝지 않지만 구걸하는 사람한테 적선하는 것은

웬지 모르게 돈이 아깝다.

 

단 몇천원일지라도..

 

그냥..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나 장엄 미사같은 고귀하고 훌륭한 감정이

담겨 있는 음악을 들을때만,

 

이때만 그런 이 세상의 수많은 고통받는 인류와 형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싶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때만..

 

그럼 현실에선?

 

에이.. 현실하고 이상은 다르지..

 

그냥 현실은 무시하고 이상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되지..

 

대체 누가 알겠냐고?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현실은 무시하고 베토벤의 음악만 이상으로 가지고 있을지 대체 그 누가 알겠냐고?

 

위에 말한대로 과연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번 말해봐! 안태정! 정말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이런 생각이 베토벤의 전집을 사고 나서 제 뒷통수를 강타해 머리속에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머리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저 자신을 스스로 발가벗기우는 생각을 한 뒤로 베토벤의 전집 박스를 처음 바라봤을때의

 

그 흐뭇함, 편안함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리고 저 자신이 베토벤의 음악으로부터 몇천만 킬로나

 

멀리 떨어져 있음을 느꼈습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라고 부르짖었는데 과연 현실은?

 

과연 현실에서는 나는 그런 구걸하는 사람한테서 형제애를 느꼈는가?

 

만약 그런 사람한테 절실한 어떤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나는 뭐하러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까?

 

대체 뭐하러? 대체 왜 듣냐고?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마음의 선량함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나

현악 4중주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어떤 감정을 느껴 현실에서 이런 감정이 선량한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뭐하러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현악 4중주를 들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저 자신이 완전무결할 정도로 베토벤의 전체 음악과 유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 예전부터 극과 극을 연결시켜 극한으로 저 스스로를 내모는 버릇이 있는데 이때도

 

이런 버릇이 유감 없이 발휘되더군요.

 

형제애를 이상으로서 한 베토벤의 음악 그리고 현실에서의 구걸하는 사람에서

진정한 형제애를 전혀 느끼지 않는

 

감정, 바로 이 대조되는 현상..!!

 

이 대조되는 현상이 불현듯 제 머리속에서 떠오른 것입니다.

 

아.. 괴로워.. 이 미칠듯한 괴로움..

 

더 이상 베토벤의 음악을 편안하게 들을 수 없고 베토벤의 강렬한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열광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이 상황..

 

베토벤의 전집이 책상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 내용물인 베토벤의 음악은 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거지와 어떤 부자 사이에 가로놓인 도저히 측량할 길 없는

 

무한의 거리가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됐을때의 이 비참한 심정.

 

이런 괴로운 생각 말고도 문득!!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런 구절이 머리속에 용케도 떠오르더군요..

 

(다음편에 계속....)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66933 수준낮은 책을 읽는다고 자조하는게 고민. [7] 뉴파일 08.05.16 416 0
66930 중간고사 치고 너무 풀어졌는데 마음다잡을만한 책좀 추천해주세여^^ [7] 인세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6 254 0
66929 대부분 좋은 평점을 주었던 비추천도서 ^^, 파피용 [3] 사리동(211.226) 08.05.16 512 0
66928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읽고있는데... [2] 스포티지(59.16) 08.05.16 203 0
66924 디킨스 소설 좋아하는 갤러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은 부분. [19] 램프의 바바(144.82) 08.05.16 626 0
66923 인간실격 양장본 [8] 요조(211.49) 08.05.16 690 0
66922 횽들이 탐내는, 매우 비싸고 두껍고 포스가 후덜덜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 뭐야? [16] 뚜비뚜바(59.6) 08.05.16 799 0
66920 님들 책좀 추천해 주삼 [7] ㅇㅇ(122.44) 08.05.16 334 0
66918 책 가로로 세워놓고, 그위에 가로로 또 올려놓는거......... [3] 333(211.178) 08.05.15 320 0
66917 좀 두꺼운 양장본같은경우는 말야..갈라지는거.. [4] 333(211.178) 08.05.15 240 0
66915 현대 소설 중에 근친과의 사랑을 다른 소설이 뭐가있나요? [5] 웁스(59.5) 08.05.15 1067 0
66914 도서갤형들은 다 알만한 인터넷서점의 장,단점 [5] 예형 08.05.15 568 0
66909 횽들 도갤 첫입문인데 나 상담좀... [10] 인세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273 0
66908 돼한민국 사람들은 왜 이리 책을 안읽을까요? [7] 푸하하(118.216) 08.05.15 568 0
66907 형들도 이런 고민해본 적 있어? [1] 물개(58.29) 08.05.15 116 0
66906 꽃들의 질투, 좋은책들 추천바람 [1] 사리동(211.226) 08.05.15 127 0
66904 만년떡밥 인간실격 [2] 이지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378 0
66903 어제 맑스 자본론 - 하 편이 왔다 [6] B. 08.05.15 317 0
66902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자 남자의 과거가 정당화 될수 있는가? [3] 프리메이슨(124.57) 08.05.15 166 0
66901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 [4] Kin사이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212 0
66900 스승의날 최고의 선물을 받다. [10] 완소마토 08.05.15 497 0
66898 님들.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있나요? [23] (211.174) 08.05.15 615 0
66897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사이프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262 0
66896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이라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읽었음!(스포업승ㅁ) [9] 아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335 0
66894 도갤에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 있으면 미친거 아님? [7] 개물(125.128) 08.05.15 406 0
66893 읽을 만한 소설 추천 좀 [3] 떡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263 0
66892 성경을 읽는 자는 이성과 합리성이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14] 보르헤스(59.6) 08.05.15 447 0
66891 뭔 책을 물어보고 읽어...여기 또 분위기 웃기네 ㅋㅋㅋ [2] 돈까스 08.05.15 262 0
66890 횽아들 도서전 언제까지함? [1] 돈까스 08.05.15 125 0
66889 고전 좀 읽어볼까? 좇뉴서(尊揄書)들을 위한 추천목록. [12] 램프의 바바(144.82) 08.05.15 1442 2
66888 찰스 디킨즈 안 좋아해? [3] 알럽북 08.05.15 306 0
66881 판타지 소설좀 추전해봐 [4] 가네샤(58.127) 08.05.15 274 0
66880 칼비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있나요? [2] 롤로토마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227 0
66879 요즘 유익하고 읽고 감명 깊이 남는 책 하나만추천(고3 친구 생일이라~!!) [3] 할램가6등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5 180 0
66878 도갤형들 안녕하세요 [6] Nocontro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188 0
66874 도서전 다녀왔는데 [4] 요요요(125.191) 08.05.14 305 0
66873 SF하면 어떤 느낌이 들어? [4] ㅎㅎ(125.133) 08.05.14 214 0
66868 형들.. 정말 정말 고마워 ㅠㅠ [1] ㅇㅇ(123.199) 08.05.14 162 0
66867 박노자 유태인이구나 [7] 00(218.148) 08.05.14 607 0
66865 도서전 다녀온형들 [2] (121.170) 08.05.14 204 0
66864 '파리대왕'이라는 책 어때? [3] 김현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422 0
66863 제인 에어하고 오만과 편견하고 둘 다 양장으로 낸 출판사 알아?ㅠㅠ [3] Kin사이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250 0
66862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 이거 볼만 한가요? [2] 유1식병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116 0
66860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의 반대입장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6] 링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268 0
66859 일본소설 중에 무게감있는 책 좀 추천... [11] oolal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554 0
66858 수레바퀴아래서 읽어본 형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5] 쉐브줸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250 0
66857 흠냐 SF소설 재밌다. [8] ㅁㄴㅇㄹ(59.27) 08.05.14 418 0
66856 이거 인터넷 서점 답합 하는거 아니야 -_-... [1] 악마의사전 08.05.14 296 0
66855 서울 국제 도서전 간단 리포트 [4] 얘들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4 376 0
66854 구간할인률도 10%로 제한된건가요? [3] (121.170) 08.05.14 22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