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무늬가 있는, 자그마한 사이즈의 비닐우산을 왼손에 들고 자박자박 걸어가던 중년남성 한명. 손잡이는 파란색이었고 투명한 비닐에 파란 돌고래가 그려져 있었던것도 같다. 그가 지나가는걸 천천히 지켜보며 본인 우산은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다. 딸이나 아들, 혹은 손주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기 우산일까?
본인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린 딸이나 아들.... 아니 그보다는 손자나 손녀의 우산을 들고 가는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본인 우산은 없이 걷고 있던건데. 어디를 왜 가고 있었던걸까 그는? 손주를 데리러 가는걸까? 터미널 방향으로 갔는데... 그쪽에 무엇이 있었더라?
# 귀 뒤쪽과 목덜미, 얼굴 왼편에 아기손바닥을 넓게 펼친것 만한 크기의 거무스름한... 자줏빛에 가까운 태닝 자국이 있던 중년남자. 파란우산을 쓴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정도 되어보이던 젊은남자. 키는 170에서 180cm사이 어드메. 통통한 체형. 초록색 플라스틱 원반같은걸 오른손에 끼고 걷고있었다. 터미널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원반의 지름은 25cm에 못미치는 정도의 길이였다. 처음엔 거짓말탐지기인줄 알았다. 손을 올려놓고 말을 하면 전기가 오르는 그것. 그가 지나가는동안 관찰한 결과, 탐지기는 아닌것 같았다.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초록색 원반은 검은색 끈 같은게 손등을 덮어 손과 고정되어 있었고. 남자는 오른팔을 빙빙 휘두르기도 하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하여튼 회전과 관련된 동작을 했던것 같다...) 걸어갔다. 경쾌한 걸음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맞은편에서 키가 작고 역시 경쾌하게 걷는듯한 남자가 다가왔는데. 그 두사람이 서로를 지나쳐가는 순간, 원반 남자가 자그마한 남자와 아는 사이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이 아주 짧게 장난을 치는듯 했는데, 착각이었는지 딱히 별다른 액션 없이 서로를 슥 지나쳐 걸어갔다. 순간 두 사람이 근처의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인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는데... 왜 그랬지?
# 꽤 얇고 높은 굽의 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조금 불안정하게 걷던, 몸에 착 달라붙는 연한 보랏빛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던 젊은 여성, 구두의 앞쪽은 뾰족하게 세모진 모양이었다. 20대 초중반 정도 되어보였고 마른 체형이었다. 발이나 다리를 다친건지, 아니면 장시간 힐을 신고 있느라 통증이 있었던건지- 걷는 모습이 약간 위태로워 보였다. 미세하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차박차박 차분하게 터미널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걸까?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 도넛을 파는 빵집. 빵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남성 한명이 가게 대문을 활짝 여는걸 발견했다. 나는 문 앞쪽에 서있었기 때문에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 그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와 스쿠터를 가게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잠시 다른곳을 보다가 다시 빵집을 보았을 때에는- 부부(추정)가 가게문을 닫고 터미널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빵집이었던것 같다. 그 빵집에서 빵과 음료를 사먹은 적이 몇번 있다.
5시 40분쯤이었으니, 가게를 꽤 일찍 닫은것 같았다. 아직 장사를 하고있는 주변 가게들이 많았으니까.
나는 순간, 장사가 안되어서(추정) 일찍 귀가하는거니까(추정) 부부가 죽상을 했거나 서로 싸우면서 갈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보폭을 맞추어 자박자박 걸어갔다. 차도 쪽인 왼편에 서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리고 여자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건네는듯한 장면이 마지막.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버스정류장, 914번 버스를 기다리며, 오후 5시 30분 전후, 200728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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