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빅 -

잠금소리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여느때보다 훨씬 더 일찍 집에 들어온 이세하는 부엌에서 몇없는 반찬과 밥을 먹고 있는 서유리를 지나쳐 그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같이 자본적은 없지만 몇몇 이세하의 짐은 그 방안에 있었다. 몇번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서랍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서유리는 밥을 뜨던 숟갈을 내려놓고선 방문 앞으로 갔다. 문틈새로 그가 하는 행동을 본 서유리의 동공이 커지더니 다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세하는 큼지막한 캐리어에 자신의 짐들을 모조리 담아넣고 있었다.

" 그래, 내가 사라지면 간단한건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

이세하는 정신나간놈처럼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캐리어에 자신의 짐들을 채워나갔다. 그런 그를 서유리가 비명을 지르며 막았지만 곧 날아온 이세하의 팔꿈치에 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엎어졌다. 서유리는 연신 끅끅 거리며 이세하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 세하야, 내가 잘못했어. 두 번 다시 밖에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응? 정말 약속할게!! "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이세하를 붙잡았지만 이세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한채 여전히 자기가 할일을 하고 있을뿐이었다. 이세하를 막을 완력이 없는 서유리는 그저 그의 발치에 매달려 울부짖을 뿐이었지만 그 뿐이었다. 울다울다 지쳤는지 그녀는 뒤돌아서 안간힘을 써서 휠체어 위로 올라가 방을 나갔다. 그 사이에 이세하는 빼곡히 찬 캐리어를 들고 방을 나섰지만 곧 자신앞을 가로막는 서유리에 의해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 .. 뭐하는거야 "

이세하가 기가 차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직도 눈물 콧물을 훌쩍이는 서유리는 그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세하의 손은 언제나처럼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허공에 멈춘 그녀의 손은 몇 초간 허공에 있다 힘없이 내려갔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울먹였다.

" 한번만.. 한번만 나 봐주면안되? 나.. 노력많이했어, 너한테 폐안끼치려고, 니가 돌아볼때까지 정말 열심히 했단말이야.. 세하야 제발.. "

이세하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내려다 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 난 네가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서유리, 지긋지긋해, 내 인생에 족쇄처럼 달려있는 네가 너무 짜증이나서 미쳐버리겠다고!! "

그렇게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른 이세하는 그녀를 지나쳐 가려 했지만 서유리가 중얼거린 단 한마디가 그를 다시 한 번 멈추게했다.

" 역시... 내가 다리만 멀쩡했으면 .. 나 좋아해줄거였지.. ? "

이세하가 제일 싫어하는 말, 마치 주박같은 말이 그를 옭아매었다. 머리 끝까지 화가난 이세하는 뒤돌아서서 그녀에게 뭐라고 할려고했지만 그 전에 자신의 하복부를 찌르고 들어온 날카롭게 버려진 식칼을 내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 뭐.. "

처음엔 뜨거웠다, 이내 상상조차 할 수없는 고통을 몰고온 그 칼은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두 손과 함께 다시 빠졌다, 다시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하얀 셔츠사이로 베어나온 핏물은 순식간에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어만지던 이세하는 곧 피웅덩이 안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현관문 까진 고작 몇 걸음이었다. 저 철문만 나가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랬는데.. 지금 당장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기도를 가득찬 피거품이 말 대신 흘러나왔다.

" 그러니까 , 저세상에가면 다시 두 다리가 생길테니까 , 그러니까 그러면 나 좋아해줄꺼지?.. "

그리고 칼을 쥔 서유리의 두 손은 힘껏 공중으로 올라가 자신에게로 내려꽂혔다. 윽 -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세하의 옆으로 고꾸라진 서유리는 피웅덩이에서 방황하던 그의 손을 잡았다. 흐려져 가는 눈앞에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건 이세하가 흘리는 의미모를 눈물이었다.

그런 그 광경을 보는건 오직 그 둘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낡은 휠체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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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로 갈려다 나도 짜증나서 걍 다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