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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7

ㄱㄴㄷㄹ(115.40) 2016.01.25 23:24:13
조회 1703 추천 24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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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osers&no=1441674





학교로 가는 아침, 찬바람이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 찬바람과 싸우면서 슬비랑 화해한 후 한 달 동안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세하야~! 같이 가자!”


그 한 달 동안, 슬비와 둘이서 약속을 잡았다. 많이 친해지기 위해서, 서로를 더 알아가기 위해서. 서로가 시간이 나면, 나머지 한 명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때로는 슬비가 나를 끌고 박물관에 가기도 했고, 어쩔 때는 내가 슬비를 끌고 공원에 가거나, 밥을 먹으러 다녔다. 그 와중에 서로의 의견이 갈려서 대립하기도 했으며, 어쩔 때는 서로 의견이 잘 맞아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를 서서히 알아갔다.


“세하야, 기다려줘!”


그리고 이제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게 되었다. 옛날이었으면 슬비는 넌 게임 안하는 게 신기하다, 어머니는 잘 지내시냐고 그러겠지만, 요즘에는 유리랑 노래방을 간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말하게 되었다. 나 역시, 슬비와 함께 본 드라마를 가지고 가끔 토론도 했다. 그 토론의 대부분의 결말은 슬비는 걸작 드라마, 나는 막장 드라마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친해졌다.


“저기 세하야, 같이 가자고 몇 번을 말했는데 왜 안 들어줘?”


그리고 며칠 전부터, 슬비랑 같이 다니면서 한 가지를 느꼈다. 바로 슬비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 두근거림의 이유를 한참동안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고민하고 결국 슬비를 안고 나서야 나는 한 가지 결론이 낼 수 있었다. 난 이슬비를 좋아한다. 하지만, 슬비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세하! 뭘 그렇게 생각하느라 남의 말도 못 듣는 거야?”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 화끈함과 얼얼함, 아픔도 느껴진다. 참고 뒤돌아보니 활짝 웃고 있는 유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힘 좀 조절하라고. 저번에 웃으면서 휘두른 주먹으로 차원종 하나를 날려버린 그 손으로 날 때리면 어쩌라는 거야.


“...그냥, 이때까지 있었던 일 생각하느라고.”

“호오, 그래서 내 말을 단 한마디도 안 듣고 계속 갈 길을 가셨다?”


슬비에게 안기듯이 내 목을 두 팔로 감고 내 등에 안겼다. 묵직한 기세에 눌려 쓰러질 뻔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한테 뭔 말을 했나?


“미안해, 네가 무슨 말 했는지 몰라. 하나도 안 들렸거든.”

“아무리 그래도 내 말이 안 들릴 리가 없는데... 나 굉장히 크게 외쳤단 말이야!”


어쩐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유리를 쳐다보고 있던 거였군. 나한테 별로 안 좋은 시선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거 때문이었나. 그런 사이도 아닐뿐더러, 얘랑 그런 사이가 된다면 하루에도 어떻게 시달릴지 모른단 말이야. 아니, 그리고 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여기서 말은 못하지만.


“그런데도 내 말을 못 들었다니, 무슨 고민이 있는 거 아냐? 있다면 말해봐. 이 누나가 그 고민을 해결해 줄게. 물론 비밀로 해줄 테니까 맘 푹 놓으라고. 참고로 비용은 한우 6인분!”

“됐어. 그렇게 해서까지 너한테 고민을 털어놓고 싶지는 않아.”

“에엥? 너무해 진짜. 그냥 말해주면 안 돼?”


그런 비싼 비용으로 너한테 고민을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넌 누군가가 말한 고민을 절대 비밀로 하기는커녕 무료 배포에 개인 패치까지 하는데 누가 너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까. 만약 말한다면 너는 분명히 ‘이건 비밀인데...’로 시작해서 정미나 다른 친구들, 캐롤 누나나 유정 누나에게 이 사실을 모조리 말하고 다니겠지. 그리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순식간에 내가 슬비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유니온과 신강고에 쫙 퍼지는 게 뻔하다. 그 다음은 문이 부서진 신강고 옥상에서 또 부끄러움 고백대회를 열고 있는 나와 슬비가 보인다. 그런 끔찍한 생각에 고개를 살래살래 젓고 있는 나를 보던 유리는 좌절감을 느꼈는지 뒤돌아 쪼그려 앉은 채 땅바닥을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너도 정미랑 똑같아... 둘 다 비밀도 안 말해주고...”

“그건 네가 잘못한 거잖아. 서유리. 고민 하나 들어주는 데 그런 터무니없이 비싼 걸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남의 비밀도 안 지켜주는데 왜 너한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정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번에 다 해주는구나. 그리고 내 기분을 뻥 뚫리게 한 이 한마디에 유리는 쓰러지고 말았다.


“으아앙... 정미정미마저 나를 배신했어...”

“흥, 자업자득이야.”


정미의 결정타에 유리는 어린아이처럼 훌쩍이기 시작했다. 자업자득은 맞지만 이러면 좀 불쌍하다.


“유리야, 왜 그러고 있어?”


슬비의 목소리다. 아침부터 슬비 생각하다가 여기서 슬비를 만나다니. 돌아본 슬비는 정미가 고개를 팩 돌리고, 유리가 주저앉아 우는 이 상황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는 신에게 구원받은 신자처럼 슬비에게 걸어가 안긴 뒤 얼굴을 슬비의 가슴에 파묻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서, 서유리? 무슨 짓이야?”

“으아앙~ 슬비야아~ 정미랑 세하가아...”


그 모습을 쳐다보는 나에게 정미가 다가왔다.


“세하 너, 뭘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어?”

“아무것도 아냐.”

“유리가 물어볼 정도면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잖아!”

“진짜라니까.”


...너한테 그 말을 어떻게 하냐. 내가 슬비를 좋아한다고 말해도 옆에는 소문을 잘 퍼트리는 유리도 있지, 내 생각의 당사자인 슬비도 있다고. 말하는 순간의 나를 누가 감당할 것이며, 내 말을 들은 슬비를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슬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이세하, 무슨 문제 있어? 유리가 네가 게임도 안 하는데 계속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한다고 그러는데?”

“별 거 아냐. 신경 쓰지 마.”

“또 그 말이야? 신경 쓰지 말라는 게 얼마나 상처 받는 말인지 알잖아?”

“...미안, 이 말은 안 하기로 했는데.”

“괜찮아, 그러니 말해봐. 대체 뭐 때문이야? 정미도 궁금해 하니까, 나도 궁금해지잖아.”


허리에 오른손을 얹고 나를 올려다보는 슬비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너를 좋아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해야 하나? 아냐,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하아, 옆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을 못하겠구나.


“...오늘 촬영 때문에.”

“맞네, 저녁에 가기로 했지.”


드라마 촬영장을 갔다 온 뒤로 학교 안에서는 몰라도 밖에서는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단 한 명, 박심현 요원님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 두 사람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거절하고 거절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전화가 걸려오고, 무슨 이유를 대고 들어온 건지 학교에서 마주치면 같이 화보 찍어 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았다. 참다못한 내가 ‘안 찍을 거예요, 제발 그만하세요.’ 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꼭 찍어야 눈을 감을 수 있을 거라며 통사정을 하는 요원님을 더 버틸 수 없던 우리 둘은 몇 가지 조건을 내걸고 오늘 저녁, 화보를 찍기로 했다.


“조건은 기억하지?”

“물론이지, 뭔가 부끄러운 상황을 만들지 말 것, 웨딩드레스 금지, 그 외에도 뭔가 맘에 안 드는 옷은 금지, 이번 한번만 할 것. 또... 학생이니 최대한 빨리 끝낼 것.”

“꽤 많네.”

“계약서까지 썼잖아. 그걸 다 읽고 또 읽으면서 확인했는걸.”


슬비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나랑 친해진 것을 빼고 보면 평소의 슬비와 단 하나도 다른 게 없다. 리더로서의 위엄을 애써 보이려는 것과 잊을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상식 부족도, 하지만 그 안에 어떤 귀여움이 있었는지 여러 가지 일로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끌렸는지는, 알 수 없다.


“이세하, 너 지금 거짓말 하고 있지?”

“아니거든.”

“딱 봐도 거짓말인데 뭐가 아니야!”


정미는 내 말이 수상하다고 여긴 모양인지 더 몰아붙이고 있었다. 거짓말은 한 건 맞지만, 말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너는 어떻게 매 시간마다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냔 말이야.


“정미야! 너무 의심하는 거 같은데? 세하가 그러면 맞는 거지 뭐!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서유리 너, 뭐하는 거야!”


어느새 회복된 유리는 정미에게 달라붙어 부비부비를 하고 있다. 당황한 정미는 더 이상은 묻지를 않았다. 이때만은 유리가 고맙다. 이번 중간보스에게 천적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자, 좀 더 붙어야죠. 두 사람 다.”

“요원님, 그런 거 안 찍는다면서요.”

“백허그도 맘에 안 든다면 전 뭘 찍어야 하는 거죠? 안 그런가요, 이세하 요원?”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우리는 커플로 낙인이 찍혔고,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이제 잠잠해질까 싶었는데, 또 이렇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서 저번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을 건데, 지금은... 좀 창피하지만, 이렇게라도 슬비를 끌어안고 있으니 기쁘다. 그렇지만, 박심현 요원님은 하나도 기쁜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뭔가 잘못됐다는 표정이다.


“이세하 요원, 이슬비 요원. 다음에 찍는 게 어떤가요?”

“왜 그러시는 거죠?”

“왜 그러는 건데요.”

“두 분 다 얼굴이 빨개져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를 않는다는. 왜 단독으로 찍을 때처럼 안 그러나요?”


큰 문제다, 화보를 찍어도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니. 내가 슬비에게 푹 빠졌나 보다. 제발 진정하자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사진에는 빨개진 얼굴이 찍힐 줄이야.


“하지만, 화보 사진 찍는 건 이번 한 번 만이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그리고 시간도 많이 지났고요.”


아무 말도 못하는 나와 달리 슬비는 정직하게 계약상의 문제를 들이댔다. 계약상의 문제를 떠올린 박심현 요원님은 움찔했다.


“...어쩔 수가 없네요. 포토샵으로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부르겠다는.”


이걸로 끝났다. 하지만 슬비는 안 끝났다.


“세하야, 오늘 왜 그러는 거야?”

“...미안, 어젯밤 게임을 너무 했나봐.”

“또 게임이니? 너는 자꾸 게임하면 내일 아침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러게.”

“그러게가 아니야. 조금은 줄여보는 게 어때?”


평소와 같은 대화, 평소와 같은 너. 하지만 난 달랐다. 널 볼 때마다 사랑스러웠다. 귀여웠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슬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도 없고, 나를 좋아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마음은 머리와 정 반대로 슬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슬비의 목소리, 심지어 잔소리조차 들을 때마다 두근거렸다.

그 다음날, 오랜만의 임무라는 유정 누나의 호출이 들려왔다. 2주 만의 돈 벌러 가는 기쁨에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는 유리와 달리, 나는 어떻게 슬비를 봐야 하나를 고민하며 동아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하야, 보통은 유리랑 같이 오는 네가 왜 오늘은 늦게 온 거야?”


도착한 나를 기다리는 건 리더의 위엄을 드러내는 슬비였다.


“...미안,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왔거든.”


들어온 이후는 늘 만났던 우리 팀이 보였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유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스틸, 바둑을 두는 아저씨, 문서작업 중인 유정 누나, 숙제를 하고 있는 슬비까지. 변한 건 없었다. 딱 하나, 내 마음을 뺀다면 말이다.

답답하다. 슬비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하나도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도, 너와 얘기하고, 같이 다니는 그 순간순간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속의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나는 다가가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네 마음을 알고 싶다. 그런 생각에 게임기도 안 만지고 멍하니 바깥만 쳐다보는 내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세하 너, 괜찮아?”

“세하 형, 괜찮아요?”

“...괜찮아. 유리야, 미스틸.”

“세하야, 괜찮니?”

“괜찮아요, 누나.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


그렇게 거짓말을 해놓고 옥상에 올라오자, 바람이 나를 맞아주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자니, 그 한 달간의 일들이 모두 재조립되어서 내 머릿속을 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널 이성으로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손을 잡을 때도, 그저 친구니까. 팔짱을 낄 때도 친구니까. 손이 차가워보여서 잡아준 것도 친구니까 서로 챙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날 끌어안고 나서야 그 마음이 슬비를 좋아한다고,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슬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에 쐐기를 박아주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한숨만 나왔다.


“여기 있었군, 잠깐 얘기 좀 해도 될까?”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다, 동생. 무슨 일 있지?”

“하나도 없어요, 아저씨.”

“아니란 건 알아. 오늘 유리와 미스틸이 나에게 물어보았거든. 동생이 이상하다고. 게임도 안 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다가 한숨만 쉰다고.”

“피곤한 것뿐이에요.”


아저씨에게 이 말을 할 수는 없다. 대체 어떤 해결법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할 수가 없거든.


“그리고 대장도 걱정하고 있어. 동생, 모두에게 비밀로 할 테니 한 번 얘기해봐.”


슬비마저 그럴 줄이야. 내가 그렇게 티 나는 사람이었나.


“진짜 비밀로 해주세요.”

“믿어. 동생. 난 유리같은 타입이 절대 아니라고.”


아저씨도 유리는 못 믿는다는 사실을 깨달음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그 주체가 슬비라는 사실은 쏙 빼놓고 말이다. 미안해요, 아저씨. 누가 들을까봐 슬비라는 사실은 말할 수가 없어요.


“...동생에게 좋아하는 사람이라. 청춘이구만.”

“갑자기 생겼다니, 참 이상하죠?”

“아니, 사랑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는 게 아니거든. 나도 그랬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사귄 사람이 없어서 알려 줄 수 있는 게 없어.”


역시 말하는 게 아니었다. 솔로인 아저씨는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잊어버린 난 참 바보다.


“왜 그런 눈빛을 짓고 있는 거야?”

“...솔로에게 상담한 저도 불쌍하고, 솔로인 아저씨도 불쌍해서요.”

“쿨럭! ...맞긴 하군.”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우리 둘이서 이렇게 머리를 싸매봤자 답은 안 나오는데.”

“......동생,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동생을 도울 만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만 말해도 될까?”

“유리만 아니면 돼요.”

“...나도 걔한테 말할 생각은 없어. 일단 그 사람에게 연락해둘게. 비밀 보장은 확실하게 할 사람인 걸 알고 있고, 분명히 널 많이 도와줄 거니까, 나중에 한번 물어봐.”

“누군데요?”

“곧 알게 될 거야. 지금은 비밀이라고.”


곧 알게 될 거라니. 어떤 사람이기에 알려주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 과연 이 사실을 알고 나에게 달려올 수수께끼의 도전자는 대체 누구일까. 슬비, 정미, 유리, 미스틸, 아저씨, 유정 누나까지.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올 사람은 이미 다 나왔는데, 다음은 누굴까.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묻어둔 채 집에 들어오자 엄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기고 있다. 평상시에는 이러지 않는 분이니, 수상하다. 이런 경우는 화났거나 재미난 일이 생겼는 뜻이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감춘 칼이 나에게 얼마나 아프게 작용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는 칼을 빼들었다.


“아들~ 오늘 아들에 관한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뭔데요.”

“내가 아는 한 꼬맹이가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알려주더라?”


수수께끼의 도전자의 정체가 엄마라는 사실을 알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저씨에 대한 분노가 우러나온다. 아저씨가 설마 엄마한테 얘기하다니. 조력자가 아니라, 내 삶의 최종보스한테 얘기하시면 어쩌자는 거냐고요!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책임 질 자신 있어서 엄마한테 말한 거냐고?! 엄마는 딱 눈치 챘는지, 빙글빙글 미소 지으면서 나를 방으로 끌고 가서 심문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굴까~?”

“몰라도 돼요.”

“말해봐. 아들 마음속에 쏙 들어간 여자가 누구냐고?”

“알 필요 없어요.”

“그럼 내가 맞춰 봐야지. 저번에 데리고 왔던 애니?”

“아니거든요.”

“흐음... 그럼 이 사진들은 뭘까~?”


잠시 서재를 뒤적이던 엄마는 내 앞에 몇 장의 사진을 내려놓았다. 나와 슬비가 얼굴이 빨개진 채 백허그를 하고 있는 사진,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도. 며칠 전에 박심현 요원님의 요청으로 슬비랑 같이 찍었던 사진이다. 아직 화보도 내지 않은 걸 어떻게 입수했는지 묻고 싶지 않다.


“...아니라니까요, 진짜. 그거 저번 SNS 때문에 그런 거라고요.”

“이거 보여준 요원이 그러더라. 네가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어쩔 수 없이 포토샵으로 처리해야겠다고.”

“그거야...... 그러고 있는걸 누가 찍는다고 생각하니까 창피한 거죠.”

“그럼, 왜 단독으로 찍었을 때는 안 그럴까?”

“네?”

“슬비랑 뭔가 묘한 상황만 보여주면 둘 다 얼굴이 빨개져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고 그러던데?”


박심현 요원님을 이때만은 원망하고 싶다.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다 말해버리다니. 그것도 엄마한테! 이제 고개를 못 들겠다. 고개를 숙여버려서 엄마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지만, 여유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확실한 해답을 바라고 있었다.


“역시, 엄마 말이 맞잖아. 안 사귄다고 하는 사람들이 꼭 사귄다니까. 얘가 슬비라고 했지?”

“......네.”


고개를 들자, 엄마가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했던 농담에 나와 슬비는 부정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다시 듣게 된다면 난 절대 그럴 수가 없을 거다. 하지만, 슬비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뿐이라고요. 슬비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럴 때는 과감하게 뛰어드는 거야. 네가 하던 게임처럼. 타워가 널 방해해도, 상대를 잡을 수 있다면 뛰어드는 게 좋지 않겠니?”

“아들한테 그런 충고는 도움이 안 돼요.”

“엄마는 너보다 사랑 많이 했거든? 그러니까 조금은 못미더울지 몰라도 이 엄마를 한번만 믿어보렴. 못 먹어도 고, 두 다이브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니?”

“조금이 아니라, 엄청 못미덥거든요. 그리고 그거 다 게임용어잖아.”

“엄마한테 반말이니? 너무해, 우리 아들... 그리고 엄마 믿어보라니까. 너라는 결실도 있는데.”

“그렇게 계속 나오시면 밥 안 차려줍니다.”

“걱정 마, 그럴 줄 알고 컵라면을 준비했으니까.”


엄마는 내 필살기에 대항하는 방패를 준비하셨다. 나에게 컵라면이 든 장롱을 보여주셨다. 한 30개는 넘는 것 같다. 어떻게 들고 왔는지 궁금하다. 하루에 3개씩 먹는다고 가정한다면 10일간 안 차려주면 되는 건가.


“10일간 편하겠네요. 그리고 옷은 어쨌어요?”

“10일 뒤에 알려줄게. 그리고 엄마가 딱 한 마디만 할게.”


내 질문을 10일 뒤로 연기하신 엄마는 나에게는 마지막 충고를 해주셨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망치는 주인공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단다.”

“이건 게임이 아니에요, 엄마.”

“게임은 아니지. 하지만 네가 주인공이야. 슬비와 너의 이야기의. 만약에 결심이 들면, 엄마에게 다시 와. 엄마가 최대한 상황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것을 끝으로 엄마 방에서 나왔다. 엄마 말대로 게임 속의 주인공은 도망치지 않는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결말을 알 수가 없다. 이럴 때 세이브 로드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현실이다. 그리고 고백은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의 사이가 변하는 계기점이다. 좋건 나쁘건, 나와 슬비의 선을 넘어설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나서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엄마는 내가 밥을 안 차려줘서 계속 컵라면만 드시고 계시며, 나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슬비가 우리 반에 들어왔다.


“이세하,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래.”


슬비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자 유리가 부숴먹은 옥상 문이 보인다. 안 고쳤냐는 생각을 뒤로 한채 옥상으로 올라온 슬비는 말투도, 얼굴도 불만이 가득했다.


“세하야, 너 요즘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요즘 여기 어떠냐고 물어도 같이 갈 생각은 안 하고.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고, 게임기를 잡는 모습도 한 번도 안 보여주고.”


이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혼란스럽다. 좋아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그저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영화는 뭐, 다음에 봐도 되잖아. 그리고 게임은... 할 게 없거든.”


내 마음을 말하기 싫어서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슬비가 상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이런 뻔한 거짓말을 믿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이미 눈치 챘겠지. 그렇다고 심증만 믿고 나를 몰아붙이기에는 우리 둘 다 적정선에서 서로를 이해하자고 약속한 게 있으니까 나랑 같이 강제로 어디 가자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예상대로, 슬비는 나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다음에 같이 가자.”


...늘 표정의 변화가 없던 슬비였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실망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나는 슬비를 끝내 무시하고 내려가야 했다.





돌아가면서도 한숨이 내쉬어졌다. 내가 끝내 무시했던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슬비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린다. ...그래, 이대로 있어봤자 해답은 없다. 너와 나의 사이에 상처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을 내렸다. 그 이전에 몇 가지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내 결심을 알려야 할 사람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내 필살기에 필사적으로 버티려고 이틀 전부터 줄곧 컵라면만 드신 엄마가 또다시 컵라면을 먹기 위해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매달리듯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 컵라면 그만 드셔도 돼요. 제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했으니까.”


엄마는 이 한 마디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밥과 아들의 신붓감을 본다는 기분이었겠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엄마는 속여도 아들 마음은 못 속이지?”

“...네.”


이성의 외침을 이번만은 무시하고 심장이 이끄는 대로 달려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고백에 대한 후폭풍이 어떨지 모르기에 계속 도망쳤다, 슬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지리라 믿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조그마한 씨앗으로 시작한 그 감정은, 싹이 난 뒤 슬비의 목소리만 들어도, 함께 걷기만 해도 계속해서 자라났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커져가던 그 감정은 게임에 대한 생각조차 집어삼켜버렸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 말대로,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을 속일 수가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다음 주 토요일, 슬비랑 시간 나니?”

“임무가 없다면 날 거예요.”


엄마는 나에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티켓 두 장을 건네주셨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꽤나 애먹었을 게 뻔하다.


“여기서 꽤 좋은 이벤트가 있던데, 가서 확 덮쳐버리는 거야!”

“......고백은 해도 덮치는 건 안 돼요.”

“그리고 아들.”

“네.”

“밥 해줘. 엄마 배고파.”


...빨리 해드려야겠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슬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일까. 전화기 너머에서는 기쁜 음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여보세요, 세하니?”

“어, 슬비야. 할 말이 있어서.”

“뭔데?”

“...다음 주에 놀이공원 같이 갈래?”


그리고 난, 우리 두 사람의 선을 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좋아한다는 내 마음을 믿고.


----------


정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주일 늦어도 욕먹을 판에 10일이나 늦다니, 그래놓고 완결은 개뿔이고 이딴 데이터 쓰레기나 보여주고 있다니. 미안합니다.

빨리빨리 쓰는 핫산들 진짜 존경합니다. 필력 좋은 핫산들 더 존경합니다.

그리고 엔딩을 어떻게 할까를 하도 고민하다가 역시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올립니다.


1. 키스로 끝낸다.

2. 떡으로 간다.


부족한 핫산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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