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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나타가 정식 PV를 본 소설

브로가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18 00:04:27
조회 7286 추천 131 댓글 39

 “망할 놈들, 망할 놈들! 이 나타님의 PV를 이제야 내놓다니! 아무래도 죄다 목숨이 아깝지 않나보군! 그렇게 죽고 싶었나? 엉?!”

 

 푸른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소년이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패션이 조금 이상했다.

 

 가지런한 이빨이 그려진 마스크,
 등이 확 패인데다 배꼽까지 드러나는 쫄쫄이,
 거기에 의미 불명의 둥근 원반이 달린 괴이하기 짝이 없는 통짜 힙합바지.

 

 재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그의 옷차림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수군거렸다.

 

 ‘약해빠진 것들이 쫑알쫑알 시끄럽게….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으니 봐주도록 하지!’

 

 그의 이름은 나타. 한때 벌처스 처리부대 소속이었던, 늑대개 팀의 대원이었다. 유니온과 강대국의 압력으로 은폐되었지만 그는 강남을, 아니 인류를 지킨 영웅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성격이 매우 거칠기로 유명해서, 미친개라고 불리는 그였다. 평소대로라면 그 별명에 맞게 그를 비웃는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렸겠지만, 지금 그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세상에 어떤 멍청이가 정식이 나오고 4일 뒤에야 PV를 내놓는단 말이야!”

 

 그는 최근 정식 대원으로 승급하게 되었다. 팀원 전부가 정식 요원으로 승급한지 오래인 검은양 팀을 부러워하던 그가, 드디어 정식 대원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은양 팀은 정식 요원이 되기 하루 전에 PV가 나왔지만, 본인의 PV는 정식 대원 업데이트가 이루어졌음에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 PV가 나오나 전전긍긍하기를 4일, 마침내 트레이너로부터 정식 PV가 올라왔다는 정보를 얻었다.

 

 “캬-하하하하하! 이제 이 나타 님의 PV가 얼마나 끝내주기에 4일이나 늦춰졌는지 감상하도록 할까!”

 

 비록 입은 험했지만, 얼굴에 만연히 드러난 기쁨은 감춰지지 않았다. 나타는 눈앞에 지난 4일간의 일이 스치듯이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로그인 화면에 간지 폭풍이라 외치며 기대하던 사람들.
 그러나 전신 샷이 공개됨과 동시에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보여주며 욕을 퍼붓던 사람들.
 그리고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식 스킬….
 커뮤니티에 공공연히 퍼진 자신을 동정하는 여론….

 

 “…그래, 이제 그런 구질구질한 과거와는 안녕이야…!”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쳐내며, 나타는 피시방으로 가는 발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정식 발매 이후 4일이나 미뤄서 공개되는 자신의 정식 PV.

 이 영상은 틀림없이 검은양 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여태까지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을 한 번에 날려줄 것이다.

 

 

 

 …분명 그래야 했을 터였다….

 

 “이게… 뭐야…?”

 

 모니터를 응시하던 나타의 얼굴에 분노가 드리웠다. 분노로 가득 찼던 얼굴은 곧 경악으로, 경악에서 좌절로, 좌절에서 허탈함으로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꾸었다.

 

 1분 19초. 100초도 되지 않는 이 짧은 시간에, 나타의 얼굴에는 칠면조 마냥 수십, 수만 가지의 표정이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필히,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삼라만상이 그의 얼굴에 머물다 갔을 것이다.

 

 “이게… 이게… 정식 발매 후, 4일이나 쳐 미뤄져서 나온 PV라고…?”

 

 털썩.

 

 나타는 그 자리에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미 영상은 끝난 지 오래였지만, 나타는 한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르륵-

 

 

 

 …토-옥.

 

 에어컨으로 차갑게 식혀진 바닥에, 그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곧 바닥의 냉기에 의해 부질없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모습이, 이 악물고 치열하게 살아오던 자신이 사람들의 냉대에 식어버리는 것 같아서. 나타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이…, 이 빌어먹을…!!!”

 

 주변을 매섭게 노려보는 나타. 주변에는 사람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모두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몰려오는 수치심에, 나타는 소리를 질렀다.

 

 “뭘 봐! 무슨 구경이라도 났어, 엉?!”

 

 나타의 외침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자신을 떠났으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 심지어 게임의 사운드 하나도 들리지가 않은 채 피시방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더욱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나타는 피시방을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이봐, 꼰대! 꼰대!!!”

 

 나타는 웬 기계를 붙잡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그는 고철덩어리를 두 손에 들고 흔들어대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 그러나 그가 미친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기계에서 잠깐 치직거리는 노이즈가 흐르더니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통신 시작. 뻐꾸기를 흔들지 마라, 나타.”
 “야, 꼰대! 이게 뭐야! 내 정식 PV가 무슨 거지같은 꼬라지냐고, 이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뭐? 몰라? 웃기지마! 조잡한 퀼리티에, 대충 봐도 드러나는 무성의함에! 정식 ‘대원’도 아니고 정식 ‘요원’에!!! 그리고 무엇보다, 내 뒤에 왜 그 망할 놈이 있는 건데!!!!!”
 “…쓸데없이 눈이 좋군.”
 “뭐? 말 다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타.”

 

 예상대로, 트레이너의 반응 역시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나타는 담아두었던 속내를 악을 쓰며 쏟아내고 있었다.

 

 “제길… 제길…! 어째서야, 어째서! 원하지도 않는 위상력은 억지로 주입당했어! 살아남으려면 남을 짓밟고 죽여야만 했어! 자유로워지기 위해 상관 놈을 죽였어! 그마저도 뜻대로 안 돼서 이 개목걸이를 차고 이 팀에 들어왔다고! 이 팀에서 강해지기 발악하다가 인류를 구했는데도 지금은 수배범으로 지명당해 쫓기고 있잖아!!!”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했건만. 나타의 눈에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타의 한은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씨발! 안 그래도 수습 복장도 마음에 안 들었었어! 머저리 같은 쫄쫄이 배꼽티에 찌질이 같은 통짜바지였다고! 그래서 이번 정식 대원복은 좀 나아질 줄 알았어! 그래, 마스크를 먼저 받았을 때만 해도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이젠 제법 간지 나는 옷을 입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 그런데 상의는 여전히 쫄쫄이 배꼽티인 것도 모자라서 등까지 파놓았어! 하의는 더 가관이야! 수습 바지에 약쟁이 마냥 주머니만 치렁치렁 달아놓은 것도 모자라서 웬 X같은 후라이팬을 달아놨다고! 이게 뭔데! 대체 이게 병신이 아니고 뭔데!!!”

 

 나타의 입에서 욕이 필터링 되지 않고 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타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정식 스킬도 존나 쓰레기잖아! 등신 같은 원판 던지기에! 성의 없이 발로 만든 휘두르기에! 절름발이보다 훨씬 느린 주제에 오브젝트부터 노리는 랜덤 타겟 지정 스킬까지! 하, 결전기가 건질 만해? 건질 만한 결전기 이름이 ‘불꽃놀이’인데 안 쪽팔리고 배기겠냐, 꼰대 새끼야!”

 

 트레이너가 리모컨을 쥐고 있다는 것을 잊은 건지, 아니면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건지. 나타는 트레이너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거기에 정식 PV는 화룡점정이야! 4일이나, 아니 다른 새끼들에 비하면 5일씩이나 뒤로 밀렸는데 상태가 개판이야! 영상이 조잡한 그렇다 쳐. 어차피 X도 없는 스킬들로 화려한 영상을 뽑아내길 바라는 새끼가 미친 새끼지. 그런데 말이야, 애비 뒤진 새끼 정식 PV의 프레임을 그대로 베껴쓴 것도 모자라서 그 애비 뒤진 새끼가 내 뒤에 버젓이 서있다고! 감출 생각조차 안 한 거야? 아니면 씨발 날 엿 먹이기로 작정을 한 거야!? 대답해봐 꼰대, 대답해보라고!!!”

 

 기나긴 외침을 폭풍처럼 쏟아내던 나타는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발악을 해도 나타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안에 있는 감정을 모두 비워내려고 해도 그 감정은 매초 새롭게 차올랐다. 그러나 그에겐 더 이상 감정을 표출해낼 힘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그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라, 나타.”

 

 트레이너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꼴에 자존심이 있는지라, 나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 트레이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넌 늑대를 택했다. 개가 아니라.”
 “…그게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 건데?”
 “검은양 팀은 확실히 대우가 좋았지. 물론 그 와중에도 서로 대우가 달랐지만, 일단 적어도 너보다는 훨씬 좋았다. 왜 그런 건 줄 아나?”
 “….”
 “그건 그들은 그들만의 힘으로는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유니온의 밑에서, 나딕의 밑에서. 그들은 주인의 후광을 뒤에 업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 그들의 힘은 인기몰이를 하기 위한 허울뿐인 눈속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그러나 너는 다르다. 이 늑대개 팀은 다르다. 각 대원들의 상처가 부각되고, 대원 스스로가, 그 팀 자체가 끝없는 노력으로 그 상처와 자신의 시련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끝에 강함을 손에 넣는다. 그것이 늑대다. 개처럼 주인이 주는 힘으로 강함을 손에 넣는 그들과는 다르다.”
 “…꼰대….”
 “강해져라. 강해져서, 진정한 승자가 누군지 똑똑히 보여줘라. 그리고 패배견들에게 늑대의 어금니 자국을 남기고 와라.”

 “…흐, 흐하하…! 하하, 아하하하하!!!”

 

 돌연 나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웃으면서, 그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웃음소리가 높아질수록 점차 메말라갔다. 눈물이 멈추고 나서야, 나타는 웃음을 멈추었다.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는 다시 투지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 꼰대. 난… 지강캐가 되겠어! 내 힘으로 지강캐가 되어서…! 그 망할 놈들을 전부 쓸어버려주겠다고!”
 “…그것 참 기대되는군.”

 

 트레이너의 대답은 짧았다. 그는 제 할 말만 하고 통신을 끊었다.

 

 “그럼 임무에 복귀하도록 해라. 통신 종료.”

 

 

 

 8월 26일.

 

 레비아의 PV가 나왔다. 같은 대원인 누군가와는 달리, 예산과 작화팀을 전부 갈아넣은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 1분가량 흘러나오더니, 화려한 효과의 스킬 소개 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정식 대원복도 괴이하기 짝이 없는 누군가와는 달리 수려하고 아름다운 복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8월 27일.

 

 레비아의 정식 대원 업데이트가 제때 이루어졌다. 훈련, 수습 때부터 인정받은 탄탄하고 강력한 스킬들에 정식 대원 스킬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각각의 용도가 뛰어나고 강력한 스킬들. 이전까지 나왔던 모든 캐릭터를 밀어내고, 레비아는 마침내 지강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꼰대… 이게… 뭐야…?”
 “….”
 “우린… 늑대잖아…. 우리 늑대개 팀은… 늑대를 택했잖아…, 개가 아니라…!”
 “….”
 “뭐라고 말을 해봐, 꼰대!!!”
 “후우….”

 

 한숨을 내쉬는 트레이너.
 기나긴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건-

 

 

 

 

 

 “…잘 들어라.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으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악!!!”

 

 절규하는 나타. 더 이상 무어라 따지고 싶은 마음도, 누구를 원망할 마음도 없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여자의 유언이 떠올랐다.

 

 “…주인이 바뀌어도 개는 개에요.”
 “적어도 내 죽음은 내가 택할 거에요.”

 

 

 

 “망할 여자…. 망할 여자가….”

 

 조용히 누군가의 이름을 되뇌이는 나타. 그러던 그가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꼰대, 난 개가 아닌 늑대를 택했어. 그렇지?”
 “…그렇다.”
 “그럼 적어도… 내 죽음은… 내가 택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나타.”
 “헷, 꼰대… 당신이 이겼어. 난… 당신을 이기지 못했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짓은 하지마라 나타!”
 “시끄러워! 적어도, 적어도! 내 최후는 내가 정하겠어!”
 “나타! 돌아와라, 나타!”

 

 나타는 달렸다. 강이 있는 곳으로, 한 때 자신이 차원종을 썰고 다녔던, 그 다리로. 사이킥 무브를 사용하니 한강 대교까지는 금방이었다. 다리 위에 올라선 나타는 강물을 향해서 대쉬 점프를 했다.

 

 “으오오오오오오-!”

 

 몸이 가장 높이 뛰어올랐을 때, 나타는 ‘연옥’으로 추락했다.

 

 쾅-!

 

 거대한 물기둥이 높이 솟아올랐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곧이어, ‘연옥’의 추가타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은 다시 언제 요란스러웠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마치, 나딕이 언제 나타를 홍보했냐는 듯이 나타를 내다버린 것처럼.

 

 “제길…, 제길….”

 

 나타는 강바닥에서 쿠크리를 힘없이 집어던지고 쓰러졌다.

 

 눈앞이 회색빛으로 물든다.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든다.

 

 

 

 그렇게 나타의 삶은 ‘클로징’되고 있었다.

 

- - - - - - - - - -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할 지 몰라서 막 지었다.

웃자고 쓴 글이 어쩌다 이런 꼬라지가...

나타 애껴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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