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남자친구랑 싸웠다. 싸우기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남친은 달래주고. 내 문제인걸 안다. 9살 차이다보니 처음에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싸우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거지.

1-1.
우리에게 박힌 카인의 표적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무언가 다를거라 믿었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 이라면 외로움도 같이 채워준다는 점 아닐까. 섹스를 혼자하면 고독이 맞는 것 같은데, 서로 안다고 교감하려 들면 남는건 더욱 점진적이게 되는 외로움의 빈도 뿐이다. 언젠가 '어, 이거 아닌데' 싶어지는. 고독은 이상하게도 섞일때 외로움이 된다. 아무리 진정의 외로움이라도 타인에게 파는 순간 추접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2.
향수를 바꾸고 싶어서 요즘 드럭스토어 들릴 때 마다 시향을 많이 해보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전혀 어울리는 분위기도 외모도 없는데 클래식한 향만을 너무 선호해서.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베이스에 묵직한 화이트머스크 향이 섞인 제품들만 눈 여겨 보고있다. 탑이나 미들에서 플로럴이나 프룻트 섞인 향이 나는 제품이 좋을 것 같은데 상큼새콤한 냄새를 별로 안좋아해서…. 고민이다.

2-1.
롤리타 렘피카 오졸리 시향 해 보고 싶은데 파는데가 주변에 없다. 롤리타 렘피카랑 아예 다른 향 같아서 큰 기대는 안하는데 그래도 케이스가 예쁘길래.. . 랑방 향이 대부분 나한텐 호불호 없이 잘 맞아서 좋다. 루머2나 미로, 모던 프린세스 정도가 가볍게 클래식하고 상큼함이 섞여서 괜찮은 것 같은데 오늘 집 가면서 또 시향 해 봐야지.

3.
옛날에는 곧 잘 일기를 썼었는데, 괜히 숨기질 않으니 사람들이 매일 다가온다. 달갑지 않다. 내가 내 글에 도취되는 것을 알아서 그렇기도 하고 내가 흔들릴 것을 알아서 그렇기도 하다. 내면을 풀어내려 드는건 익숙한데, 또 자리를 바꾸니까 괜히 어색하쿤요.

4.
요즘은 홍콩영화들을 자주 보고있는데 너무 좋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패왕별희 재개봉 한거 몰라서 땅 치고 후회하는 중인데 아비정전은 메가박스에서 재개봉 많이 해줘서 완전 싱글벙글. 요즘 트렌드는 재개봉인가보다. 대부분 이제는 명작으로 평가받는 것들이 많아서 안전하기도 하고. 보고싶은 영화들은 많은데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인지 계속 까먹는다. 왓챠 보고싶은 영화는 너무 중구난방이라 컬렉션을 만들까 했는데, 그 사람이 볼테니 만들까 하다 자기때문에 보는거 아닌데 또 혹시 그렇다고 느낄지 모르니….

4-1.
일요일은 오전에 상봉 메가박스가서 아비정전보고 투 썸 플레이스 다즐링이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마시면서 책 보면서 나랑 데이트 할 예정이다. 인연에 기대어 생각하는 수동적인 알고리즘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서 책 읽는 나와 그 상황 속에 같이 흘러들어와서 내게 나타나주기를 바랄 뿐. 오늘은 아무래도 사랑은 비를타고를 끝까지 보아야 할 것 같다.

4-2.
• 보고싶은, 또는 보아야하는 영화들

-화양연화
-아비정전
-패왕별희
-여인의 향기
-사냥꾼의 밤
-복수는 나의 것
-일대종사
-영웅본색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올가미
-과속스캔들
-멋진하루
-박쥐
-무뢰한

* 근데 써놓고 보니 봤던 영화인데 또 보고싶어하는게 너무 많다.

* 이상하게 일본 영화는 좋은 게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고전 일본영화들중 좋은게 있으면 보고싶은데 한번…. 그게, 현대 영화는 또 너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너무 투박하진 않은, 그렇다고 그 시대의 모더니즘은 또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