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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김어민(180.71) 2019.02.20 07:09:44
조회 383 추천 1 댓글 8

철학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대한 이해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지는 대로, 그리고 살고 싶은 대로.

그러면서 이런 글쪼가리나 남기는 것이다.

돈은 어떻게 벌지도 모르면서 내 손에 쥐어진 돈을 잘 쓰지도 못하는 채로.

만족이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그리고 그 결과가 좋을 때 사람은 만족한다.

이 말이 맞다면 나는 언제나 불만족의 상태에 놓여 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산다.

철학을 이해하고 싶으나 포기했고 사회를 이해하고 싶으나 포기했다.

높은 산에 올라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인간인 것이다.

그 산은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고 나는 그 기슭에서 배회하며 남모를 열등감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조차도 지워버리려 한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내세의 구원도 세계 평화도 민족 중흥도 남북 통일도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부모님과 동생 내 연인이 중요한가?

나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못 믿을 뿐더러 그들을 믿지 못하는 내 자신은 가장 큰 불신의 대상이다.

나는 언제 확신을 해 보았던가?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릴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때, 그 때가 내가 확신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확신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실행을 했을 때 나는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혔고 정신병원에 갇혔다.

그것도 열 번 넘게.

정신과 의사도 내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

사랑도 신뢰할 수 없다.

부모 자식 관계도 신뢰할 수 없다.

친구도 그러하고 이익을 나누는 관계는 더더욱 그러하다.

언제 만나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다.

외로움은 일상이 되었고 그것은 점점 고독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럴 때 하나님을 믿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나님이라는 것은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는 텅 빈 개념이다.

나는 그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진보도 믿을 수 없다, 보수도 믿을 수 없다.

사회학 이론도 믿을 수 없다.

철학도 믿을 수 없다.

정치인이 하는 소리는 반이 거짓말이고 종교인은 99.9퍼센트가 거짓말을 한다.

그럼 무엇을 믿을 것이냐?

돈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고 지켜주는 실체가 아닌가?

그렇다면 돈에 집착해야 하나?

날 배신하지 않는 돈, 1000원을 가지면 1000원 가격이 붙은 라면을 살 수 있는 돈.

안 될 것 같은 것도 되게 만들어 주는 돈.

지고지순한 가치인 사랑도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돈.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세상.

삼백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

설날에 큰절을 하면 오천원을 쥐어 주던 외할머니.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을 때 한 시간에 이천원씩 하던 피시방.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

나에게 돈이란 이런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화폐를 얼마를 찍어 내고 이자율을 몇퍼센트로 하고 외환보유고가 얼마 남았고 대출을 얼마 받고 투자를 얼마를 해서 수익률 몇퍼센트를 내서 회수하는 것이 아닌,

삼백원을 쥐면 슈퍼마켙으로 뛰어가 아이스크림 하나와 맞바꿔먹는 어린 시절의 추억인 것이다.

거기에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새겨져 있고 율곡선생과 퇴계 이황, 세종대왕과 신사임당같은 조선시대의 위인들의 모습이 찍혀 있다.

이제는 신용카드 한 장이면 모든 것이 처리되어 은행 전산으로 증감이 기록된다.

암호화폐라는 멍청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화폐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각종 금융상품들이 뭘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미국의 일류 대학을 졸업한 천재들이 그런 걸 기획한다고 한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세계이다.

가상화폐로는 어둠의 세계의 자금들이 오간다고 한다.

철학적 담론과 같은 고상한 세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어둠의 조직들,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 잔인함, 죄악.

그런 것들은 웬만해서는 텍스트에 드러나지 않는다.

책으로 공부해서는 알 수 없는 세계가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나는 또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위해서 그곳에 접속해야 할 것인가?

예를들어 창녀들과 조폭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볼 것인가?

이것은 인생의 기로에 놓이는 큰 결단이다.

그런 사람들과 엮이다가 인생이 이상한 길로 한 방에 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정신병에 걸렸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이십대를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직장에 취직해서 자기 살 길을 찾지 못하고 정신병에 걸려서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수치스럽게 보내온 인생을 산 것이다.

슬픔이란 슬픔은 모두 경험하고 걸핏하면 눈물만 흘리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창녀도 사람일까? 조폭도 사람일까?

창녀도 사랑에 가슴아파 눈물흘리고 조폭도 약자들이 희생당하는 신문기사를 읽고 눈물을 흘릴까?

그들과 나 사이에 동질성이 있나?

동질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나도 사람이고 그들도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사람일까?

짐승같은 사람도 있고 신 같은 사람도 있다.

내가 굳이 짐승의 세계로 들어가야 할까?

단지 그 세계를 알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내 목숨은 하나고 인생은 짧다.

나는 여리디 여리고 연약하여 그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런 내가 왜?

내가 그 세계에 가야만 한다면 그 이유는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를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겉핥기식으로라도 한 번 보고 나와야겠어.

그새끼들은 왜 그러고 살고 거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그새끼들과 나 사이의 같은 점과 차이점을 알아내야겠어.

왜 그런 작업을 하고 싶을까?

그건 모르겠다.

왜일까.

왜냐면 나는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야.

그대로 가만히 있는 나, 정체되어 고여 있는 저수지와 같은 나, 그것이 싫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는 고통을 찾아가길 원하기 때문이야.

나는 창녀와 조폭들을 보면서 눈물흘릴 수 있는지 내가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기 때문이야.

좌파들아, 그리고 우파들아, 이건희 회장을 보면서 눈물흘릴 수 있겠니?

이건희 아들 이재용은 이건희가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릴까?

나는 이건희와 그 자식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이건희는 자기가 죽었을 때 그를 위하여 눈물흘려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걸 알까?

나는 이건희를 위해 울어줄 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난다.

나는 내가 죽었을 때 그 누구도 눈물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희같은 기업 총수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야.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죽을 사람이 죽을 때가 되어 죽었구나. 저 사람은 저 정도면 할 일 다 했지.' 하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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