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차로 답답해 하는 갤러들이 많은 것 같아 리뷰 하나 더 남겨.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음)
난 잔디밭씬이 혜정이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최고의 장면이라고 봤어.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그런데,
나란히 누워 속마음을 말하며,
감정의 깊이를 나눌 줄 알았는데,
'설렘 장면 여기 있으니 받아'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이 장면에 대해서 설명 조금만 덧붙여 볼게.
알다시피 그날은 수철이의 사고, 그리고 수술이 있던 날이었지.
혜정이는 그 날,
자신이 전적으로 홍쌤을 의지하고, 믿는다는 것을 자각해.
소중한 친구를 눈 앞에서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
그 두려움을 이겨내게 해준 건 바로 홍쌤이었지.
'사랑 심장으로 하는 거 아니야. 뇌로 하는 거지. 그러니까 손 잡아줘.' 라는 홍쌤의 이야기를 기억해낸 건,
13년 전,
자신이 손으로 전한 따스한 온기의 깊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수철이의 사고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려 할 때,
결국엔, 기억해냈지,
손을 잡아 자신의 '온기'를 전해줘야 한다는 걸.
'너 지금 살아 있어. 맞잡은 내 손의 온기가 느껴지지?'
자기 혼자였으면 불가능할 했을 일을,
홍쌤과 '함께'였기에 해낼 수 있었지.
그 날,
혜정에게 홍쌤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
그런 홍쌤이,
너무도 힘겨웠던 자신의 하루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을 위한,
'위로 방법'을 택해.
모든 감정을 다 내려 놓고,
다시 채울 수 있도록,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곳.
오락실에서 자신에게 맞춰 다 내려 놓아주는,
홍쌤의 모습을 봐.
그런 자기에게,
'시합하는 거 좋아하는 구나. 오늘 네가 좋아하는 거 종합세트다' 하며,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지.
마음을 다 내려놓고,
마음껏 뛰어도 괜찮다고.
나한테 너의 마음이 얼마나 다쳤고,
얼마나 슬펐는지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대신 이곳에 그 모든 마음 두고 가자고.
혜정이는 홍쌤이 지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는 걸 알아.
자신만을 위한 홍쌤의 위로 방식을.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보였기 때문에,
'손'을 '먼저' 잡았던 거야.
자신을 향해 건네준 위로에 대한,
'감사'를 담아.
말하지 않아도,
'손'의 따스한 온기가,
홍쌤한테 전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지친 감정을 모두 털어낸 혜정은,
먼저 잔디밭에 누워.
그리고 그 옆에 홍쌤이 '함께' 눕지.
자신을 향해 내민 팔.
혜정이는 그 팔을 받아들이지.
자, 이때 정말 두 사람은 구구절절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오늘 정말 힘들었지?'
'제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때문이에요'
이런 상투적인 말?
아니.
그 순간 혜정이한테 필요한 건,
'쉼'과 '여백'이었어.
늘 앞만 보고 달리느라,
쉴 수 없었던 자신을 위한 선물.
마음이 약해질까 봐,
자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못 했던,
자신을 위한 위로.
그 모든 것을,
홍쌤 곁에서는 허락할 수 있었던 거야.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인생에서,
이 정도 '여백'은 가져도 되는 거라고.
만약,
이 마음을 혜정이만 알았다면,
진짜 혜정이의 마음을 홍쌤이 몰랐다면,
당연히 답답하지.
근데,
아니잖아.
'너 요즘 몇 시간 자니?'
'일주일에 10시간이요. 습관 돼서 괜찮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홍쌤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겠어.
그걸 알고 있기에,
자신의 팔을 베고 누워 잠든,
혜정이가 너무나 고마운 거야.
그 어떤 근사한 고백보다도,
마음 꽉 차게,
자신의 마음에 응답했다는 걸 알지.
달콤한 잠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사람.
지금 혜정이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잖아.
여기서 두 사람의 감정이 채워졌다고 넘어 간다고 해도,
다른 에피에 깊이가 없다고?
사실은 이보다 더 깊이가 있을 수 없지.
혜정이가 홍쌤을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깔아 놓은 에피거든.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 보자.
혜정이는 할머니의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남양주 병원에 찾아 가.
그 병원에 들어선 순간,
13년 전,
수술실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둔 할머니가 생각나.
미치도록 그리워.
혜정이에게,
'할머니'를 잃었다는 그 감정의 깊이가,
어떤 것인지 되살아 난 거야.
이와 별개로 보이는,
홍쌤 아버지를 만나는 에피.
너무 이르게,
너무 뜬금없이 홍쌤 아버지를 만났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
처음으로 마주한 홍쌤과 홍쌤 아버지.
부자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깊이를,
혜정이는 눈으로 담게 돼.
현실을 눈으로 담는다는 것과,
상상 속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상상하는 것은,
의미가 달라져.
혜정이는,
두 사람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봤기에,
홍쌤 아버지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홍쌤이 말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알 수 있는 거야.
할머니는 수술실에 들어가며 괜찮다고 했지만,
잘못 될까봐 두려웠던 마음.
홍쌤 역시 그 때의 자신과 마음이 같아.
너무나 소중하기에,
그 소중한 것을 혹시라도 잃을까봐 두려워 하는 그 마음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거지.
각자 따로 노는 것 같은 이 에피들이,
하나로 모여,
혜정이는 홍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그래서 홍이사님 수술에 들어가라는,
부원장임의 통보에,
마음을 더 단단히 해.
사랑하는 사람이 지키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을 꼭 지켜내자는 다짐.
사람이 사람의 마음의 깊이를 아는데,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닌 거야.
그리고 꼭 '말'로 위로하지 않아도 괜찮아.
예고 속,
홍쌤에게 다시 먼저 손 내미는 혜정이는,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홍쌤에게 위로를 건네는 거겠지.
++++++++
댓글들 다 잘 읽어 봤어.
서로의 의견이 다름을 인정해.
단지 지혜 커플을 좀 더 따뜻한 눈길로 바라 본다면,
함께 시청하는 우리 또한,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적은 글이었어.
리뷰를 쓰기 위해,
지혜 커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맞지만,
늘 내 주관적인 생각이 너무 많이 개입되지 않기 위해,
늘 경계하고 있어.
어쨌든 앞으로 더 리뷰를 쓰게 된다면,
그 땐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공감되게 쓰도록 노력해 볼게.
다 서로 우리 드라마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말 저런 말 하는 건 잘 알고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난,
두 사람의 서사를,
좀 더 따뜻하게 그리는 것으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 뿐.
오늘 10화에선 모두의 마음이 풀어질 거라고 믿는다 ㅋㅋ
꽉꽉 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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