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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원한 평민

운영자 2022.07.25 10:14:45
조회 139 추천 1 댓글 0

오랜만에 몇명의 선배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모임에 나갔다. 많은 세상경험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분들이었다. 재벌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자인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

“죽은 일본수상 아베는 귀족이고 부자 출신이면서도 틈만 나면 노숙자나 서민들을 찾아갔어요. 자민당이 계속 집권한 배경에는 양극화의 감정대립을 방지해 온 그런 노력에 있기도 해요. 일본은 부자들이라도 겸손하고 소박하게 생활해요. 그런데 우리 재벌은 그런 정신이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지금 실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선배가 물었다.​

“예전에는 보통사람이 밥하고 김치를 먹을 때 부자는 고기를 먹을 정도의 차이였어요. 그런데 산업화 과정에서 재벌이 만들어지고 그 삼세 사세가 기업을 물려받은 요즈음 그들의 철없는 사치가 엄청난 것 같아요. 집안에 궁전같이 방을 꾸미고 전속셰프가 만들어 주는 요리를 먹는 겁니다. 그 옆에는 정장을 한 웨이터가 시종장처럼 써브를 하고 있구요. 한번 같이 그런 식사를 한 사람은 주눅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드라마의 그런 장면을 과장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게 실제로 있다는 소리였다. 그 선배가 말을 계속했다.​

“사실 국민들은 심정적으로 그 재벌기업의 공동주주인 면이 있어요. 박정희 대통령때 저축의 날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온 국민에게 저축을 강요하고 그 돈을 재벌에게 거의 무이자로 건네줬어요. 국민투자기금이라는 걸 만들어서 말이예요. 재벌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손해가 나면 정부가 갚아줬어요. 정부가 갚아준다는 건 국민한테 받은 돈으로 물어줬다는 소리죠. 그러니까 이익이 나면 재벌이 먹고 손해가 나면 국민이 당한 셈이죠. 국민들이 재벌가의 형성에 일조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재벌들은 그걸 알고 감사하고 겸손해야 하는 겁니다. 자기네들이 세금을 내서 국민들을 다 먹여살린다고 말해서는 안돼요. 그런데 지금의 우리 사회는 완전히 재벌과 서민으로 나누어지는 계급사회가 된 것 같아. 그 계급의 이동도 불가능하게 됐어요. 서민들이 수십억이 되는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림없죠. 재벌들의 혼사만을 담당하는 중매회사가 따로 있어요. 재벌집 아이들이 스무살만 되면 그 아이들의 모든 걸 관리하면서 재벌가끼리 짝을 맺어주는 겁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도 재벌가 자식들이 입학하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어요. 미국의 미술경매시장을 한 번 가 봤어요. 한국의 재벌들이 최고의 고객이더라구요. 고가의 미술작품들을 이용하면 상속세도 내지 않고 자식한테 재산을 물려줄 수 있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얼핏 들으면 재벌에 적대적인 좌파의 주장 같기도 했다. 그러나 말하는 선배는 철저하게 우파를 대표하는 명예와 부를 가진 유명한 지식인이었다. 사회적 지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예언자의 말 같았다. 정보통이고 분석의 귀재인 그가 덧붙였다.​

“이번에 미국대통령 바이든이 와서 재벌기업과 손을 잡은 것만 봐도 있는 자는 더 있게 되는 걸 보게 되요. 바이든이 우리 재벌에게 미국의 땅을 그냥 줄테니 투자를 하라는 거였죠. 약속이 된 거 같아요. 미국측은 자기네 노동자들을 고용하라는 조건을 붙였죠. 땅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재벌들은 엄청난 땅을 거저 얻어 더 큰 부자가 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미국에 투자하는 돈이 재벌의 돈이 아니란 말이예요. 우리의 국민연금기금이나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아 미국에 투자하는 거죠. 시간이 흐르면 돈벼락을 맞게 되는 거죠.”​

그가 이렇게 결론으로 가고 있었다. ​

“우리나라 건국 초 헌법이 만들어질 때 이승만 대통령은 ‘이익균점권’이라는 조항을 넣자고 했어요. 자유민주주의를 하되 부자나 지주의 이익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자는 정신이었죠. 그런 입장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지주들이 독점하던 농지를 유상으로 소작농에게 분배시켜 이 나라가 공산화 되는 걸 막았어요. 지금 대우 조선등의 노조등에서 극한투쟁을 하는 배경에는 왜 재벌 너희들만 이익을 다 먹느냐 하는 그런 것들이 잠재해 있어요. 재벌들이 겸손하고 국민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가 사회주의로 넘어가고 그들이 단 한 푼도 가지지 못하는 날이 오게 됩니다.”​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성경속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불평 한 장면이 떠올랐다. 빚을 져 부자에게 딸을 노예로 빼앗긴 가난한 사람들이 말한다. 우리들이 어떻게 부자들과 같은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민족대회가 열리는 장면이었다. 몇 명이 모여 자유롭게 얘기하는 사석의 말이기에 나는 더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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