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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커크로 오해 말고 연애하는 것도 보고싶닿ㅎㅎ 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11 06:48:42
조회 23157 추천 226 댓글 19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etc_entertainment1&no=3330283



내가 왜 그랬을까. 짐의 머릿속에는 그 세 단어만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놈의 주둥이가 문제였다. 이 미친 주둥이가 10년 넘도록 입 밖에 꺼내본 적 없는 얘기를 제멋대로 지껄이더니, 더 이해가 안 되고 또라이같은 건 제가 말하고 놀라서 계집애마냥 팩 하고 돌아나오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리 별 일도 아니었다. 4년을 고등학교에서 지내다보면 누구에게나 다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다. 짐의 경우는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듣기 싫은 소리하는 애새끼들 관심을 돌리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 있었으니까. 열 대여섯 먹은 아이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다른 행성에서 일어난 일 따위보다야 학교 내의 섹스스캔들이었다. 시니어 중 꽤 유명한 운동부 주장이 그를 올라타게 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경험을 한 전학생이라는 것과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외모 역시 그를 도왔다. 라커룸의 도어락이 열리길 기다리던 부원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본 게 누가봐도 '나 방금 너네 주장이랑 떡쳤어'하는 얼굴의 짐 커크라면 다음 날 등교하기도 전에 이미 전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아주 편한 방법이었다. 생각보다 그리 아프지도 않았고, 그 이후로 온 학교가 그의 하렘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도대체 왜, 어쩌다 그런 말이 튀어나갔는지 그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고, 젠장, 의사양반 성격상 무시는 커녕 안절부절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 취급은 정말이지 사양인데!


삑-삑-


오, 그럼 그렇지. 이만하면 오래 참았다.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내려치고 문 앞에 섰다.


"짐."


저 충직한 셰퍼드 같은 남자에게 내가 혹시 영구적인 데미지를 입힌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잠시 스쳤다. 저건 마치 주인이 던진 원반이 파도에 휩쓸려갔을 때의 표정이랄까? 짐이 눈을 굴리며 한숨을 쉬었다.


"왜?"


이번에도 이 미친 주둥이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여상하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용건 묻듯 말하려던 그의 의중은 깡그리 무시하고 뾰루퉁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다시 또 얼굴로 열이 몰리려고 했다.


"미,"

"사과하면 불알을 차버릴거야."


왠지 미안하단 소리를 들으면 더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게 될 것 같아 급히 선수쳐서 말하자 레너드가 "뭐?!"하면서 다리를 움찔했다.


"아, 혹시 할 마음 들었어?"


눈웃음치면서 턱밑에서 올려보자 레너드가 또 다시 눈둘 곳 없이 말을 버벅거렸다. 말했다시피, 그는 지금 이 몸의 나이였을 때부터 원하는대로 관심사를 돌리는 것에 능했다.


"젠장, 짐!"

"미성년자 앞에서 그렇게 욕해도 돼요?"


셔츠 앞자락을 쥐고 눈썹을 늘어뜨리며 말하자 레너드가 손목을 잡아쥐고 떼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하나만 해라."

"너나 하나만 해! 자기 좋을 때만 스물 여섯이래. 섹스는 안 되고 욕은 돼? 그리고 놔, 이거."


열 여덟쯤만 되었어도 이렇게 맥 없이 잡혀있진 않을텐데 번번이 이길 수 없는 악력 차이에 성질이 났다. 체질이었는지, 환경탓이었는지는 몰라도 열 다섯이 지나고나서야 밀린 성장을 하듯 자랐기 때문에 현재로선 성인남성 앞에서 이렇게나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놓으면 안 덤벼들거야?"

"그거야 내 맘이지!"


딱 그 나이대 어린애 같은 반응에 레너드가 짐의 손을 잡은 채로 빙글 한바퀴 돌려 안아올렸다. 발버둥을 쳐봤자 허공에 발길질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으니 짐이 귓바퀴까지 발개지도록 성질을 부렸다.


"뭐하러 왔어, 그럼!"


제풀에 제가 지친 짐이 여전히 약하게나마 반항하며 고개를 돌려 곁눈질했다.


"얌전히 있을 거야?"


다시 한번 용을 쓰며 씩씩거리는가 싶더니 "그래. 네가 이겼다!"하고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내려놓고 의자를 끌어 앉기가 무섭게 짐이 금방 다시 그의 위로 올라탔다.


"짐, 제발 좀!"


그가 어렸을 때 엘리노어 맥코이 여사가 - 다시 말하면, 그의 어머니가 - 키우던 고양이의 발톱을 자를 때 이불로 돌돌 싸맸던 것과 같은 방법을 쓸 때가 온 듯 했다.


"얌전히 있으라며? 난 이게 편해."


엉덩이를 들썩이지도 않고 정말 말그대로 얌전히 앉아서는, 조금은 뚱하지만 풀꺾인 얼굴이라 둘 곳 없는 손이 허공을 헤맸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반쯤 체념하고 말았다.


"우선, 내가 지금 너한테 좋다고 손이라도 대는 인간이었으면 넌 남자 잘못 고른 거야. 알겠어?"

"첫섹스도 아닌데 왜?"

"서른 둘에 열 다섯 남자애 몸보고 흥분해야하는 내 기분 좀 생각해줄래? 나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안 해보고 산 사람이야."

"몸으로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거야, 어, 그렇지. 그래.."


짐이 이런 말을 다 하다니 녹음이라도 해놔야 하는 것 아닐까 진심으로 놀라웠다. 처음부터도 그가 먼저 - 짐이 놓은 덫에 치이듯 - '내가 너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인정하고서야 시작된 관계였고, 그 후로도 다른 사람과 자지 않는 것 말고는 연인다운 애정은 느끼기 어렵게 하는 짐의 입에서 처음 듣는 그 비스무리한 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니지만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라고, 늘 짐에게 져왔던 그의 머릿속에서는 사춘기 만세!하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짐은 강제는 아니었어도 그저 몸뿐이었던 첫경험을 그에게 보상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아래에서 늘 신사다워야 한다고 교육 받고 자랐다지만, 짐이 제가 말하고도 볼을 붉힌 저 대사는 신사가 아니라 신사 할아버지라도 거시기를 발딱 세울만한 대사였다. 침착해, 맥코이. 침착하자. 그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고, 짐에게 꼭 해주려고 했던 말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너도 느끼고 있겠지만, 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네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을거야, 그렇지?"

"난 사춘기 없었어."


언젠가 짐이 스스로 말해줄 때, 또는 그가 불가피하게 CMO로서 꼭 봐야할 때가 아니면 열지 않기로 했던 짐의 기록이 어떤 것에 관한 내용일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해두기 위해 굳이 그의 코드를 쳐 넣었던 건 CMO로서의 명분이 4할, 연인으로서의 명분이 6할 정도였기 때문에 약간 권력남용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사춘기로 돌아간 짐에게 혹시 모를 상처를 줄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느냐고 찔려오는 양심을 다독였다. 알콜중독 삼촌이 짐과 네 살 위의 형을 키웠다는 12세까지의 기록 이후의 내용은 당시 짐에게 사춘기는 사치였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니까 열 다섯으로 돌아간 현재의 시간은 짐에게 주어진 처음 겪는 사치인 셈이다.


"지금 겪고 있잖아."


그의 말에 바로 아니라고 반박하려던 짐이 그와 눈을 마주쳤다. 파란 홍채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짐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성인이었을 때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들이 다 같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라고."

"...그게 알고 싶다니까?"


짐이 일부러 저러는 거라면 짐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이다. 무릎 위에 앉아서 볼 붉히고 저런 소리를 하는데 더이상 당해낼 재간이 없어진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꼭 해야겠어?"


짐은 이번 대답을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가 그의 선실에서 패드를 내려놓고 함장실로 향하며 했던 모든 이성적이고 심리상담 자격도 있는 의사로서의 소신이 가루가 되기 일보직전이었으니까.


"저기."

"응?"

"아까 했던 말 있잖아."

"무슨 말?"


입술이나 솜털 보송보송한 목덜미에 자석처럼 끌려가는 시선을 애써 끌어올렸다.


"지금 나한테 좋다고 손대는 인간이었으면 남자 잘못 고른 거라고?"

"그랬지."


그는 절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직도 너를 무릎에 앉힌 채로도 참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현재 그의 얼굴에 쓰여있는 것이 최대한 어른스럽고 금욕적인 표정이기를 바라며.


"막 이해되려고 해."

"이제야 내 깊은 뜻을,"

"손 좀 치워줄래?"


짐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우쭐한 그의 말을 잘랐다. 손. 손이 왜? 왜긴 왜야, 그의 망할 손이 짐의 엉덩이며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점성이라도 있는 듯이 잘 떨어지지 않는 양손을 떼어내며 하하 웃었다. 이 놈들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전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분명 처음엔 손도 대지 않으려고 했던 그였다.


"오, 이게 참, 버릇이란게."


뻘쭘하게 말하니 짐이 그의 어깨를 짚고 가볍게 내려섰다.


"네 말 듣고 생각해보니까, 서로 처음인게 나을 것 같아."

"뭐?!"

"내가 알기로는 이 함선에 동정은 체콥뿐이거든."


아닌 밤중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잘도 뻔뻔하게 했다. 어떻게 하면 그의 진심어린 충고가 그렇게 해석이 될까 짐의 사고방식이란 감히 함부로 짐작도 해서는 안 되었다.


"짐!"

"그렇-게나 이성적이신 의사선생이니까 이해해줄거지?"


가벼운 뜀걸음으로 문으로 향하는 짐은 조금 전의 수줍은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무슨 개소리야, 이리 안 와?"

"나도 처음이고, 체콥도,"


정말 그 열 여덟 애송이를 찾아 나갈 기세인 짐을 쿵쾅거리며 한달음에 잡아챘다. 계속해서 "처음이니까-"하고 말을 잇는 짐을 가볍게 어깨로 둘러메자 그제야 왁하고 비명과 함께 그 고약한 주둥이를 다물었다. 짐이 어려져서 좋은 점 하나는 거의 그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몸뚱이를 마음만 먹으면 그의 맘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자, 해."


침대로 던지듯 내려놓고 위로 올라타자 짐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악마와 다름 없는 얼굴로 이쁘게도 웃었다. 어려졌다고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가 등신이었다.


"정말 미치겠다, 내가."


노여워보이기까지 하는 눈으로 그를 쓰러뜨리고 올라타서는 혀를 살짝 내밀고 웃는 얼굴에 다시 한숨을 푹 내쉬는 남자의 목에 팔을 감았다. 잘못 고르긴 뭘 잘못 골라, 바보같은 소리였다. 짐은 그가 완벽한 남자를 골랐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 완벽한 남자는 짐이 방금 할 수만 있다면 미래의 스팍이 그러했듯 블랙홀이라도 하나 뚫어서 과거의 그에게 레너드 맥코이를 보내버릴까 생각했던 것까지는 몰라도 되었다.






-

내용이 없지..? 왜냐면 더 써서 올리려고 그랬는데 색창꼴이!!! 하늘이 무너지네

부랴부랴 글쓰기 버튼을 누른 내가 너무 구차햌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다음에 끝날지 하나 더 나올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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