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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즈게통에 사운드 오브 뮤직과 알오버스를 끼얹은게 bgsd 15

ㅇㅇ(188.98) 2014.12.11 06:51:24
조회 26129 추천 210 댓글 13
														


초큼 짧은가? 아 몰라. 어서 이 노잼 무순을 끝낼수있길 바랄뿐ㅋㅋ어째 갈수록 노잼..ㅋ 세게비들아 쥬그지마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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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etc_entertainment1&no=3357299
14 :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etc_entertainment1&no=33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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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차를 몰아 30분도 지나지 않아 마침내 멀찍이에 공원이 보이기 시작했어.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차창 위론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이며 시야를 흐리는 빗물을 닦아내는 중이었지. 곧 공원 근처의 도로 가에 차를 세워두고서 조금 다급한 마음으로 조수석에 던져뒀던 우산을 집어들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어. 바깥으로 나서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에 어깨가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세바스찬은 우산을 펼쳐들었어. 그러고서 전화를 통해 전해들었던 펍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때 저 멀찍이의 공원 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어. 그래서 막 걸음을 옮기다 말고 세바스찬은 잠시 멈춰서 빗소리에 섞여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



“어후, 난 몰라. 크리스, 안에서 기다리자니까요. 와, 고집 정말 세다.”


“싫어어어- 비 맞을래! 비 맞는거 좋아요. 푸흐..”


“지금 초겨울이예요! 맙소사, 이러다 당신 감기라도 제대로 걸리면 스칼렛이 날 죽이려 들거라고요. 들어가서 기다려요.”


“우으으응, 기다리긴 누굴 기다려요? 아, 쫌! 잡아당기지 말아요, 크리스토퍼!”



세바스찬은 잠시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저 멀찍이의 공원 벤치를 가만히 응시했어. 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추운 초겨울 밤에, 고스란히 이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선 저를 일으키려는 헴스워스의 손을 연신 뿌리치기만 하는 크리스는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풍덩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홀딱 젖은 채였어. 물론, 상당히 난감한 얼굴을 하고서 그런 크리스를 일으켜 세우려는 헴스워스의 꼴도 그리 다르진 않았지만. 입김이 선명히 새어나오는 이 비가 쏟아지는 추운 초겨울밤에, 맙소사 얼어 죽으려고 환장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멀찍이에 보이는 크리스는 이제는 심지어 “난 비 맞는게 좋다니까요! 미스터 헴스워스는 바보야! 날 그냥 내버려둬요!”하고 술에 취해 빽빽 소리치며 저를 자꾸만 일으켜세우려는 헴스워스의 손등을 찰싹찰싹 때리기까지 했어.



“당신 이러다 크게 앓아요. 내 말 듣고 안으로 들어가 기다려요.”


“기다리긴 누굴 자꾸 기다리라는거예요오오-“



한동안 멍하던 세바스찬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크리스가 빗속에서 아웅다웅 중인 가로등 옆의 공원벤치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기척을 들은 헴스워스가 고개를 돌려 벤치를 향해 다가오는 세바스찬을 발견했고, 세바스찬은 눈이 마주친 헴스워스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벤치 앞으로 다가가 멈춰서서는 비가 쏟아지는 가로등 아래 벤치에 앉아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머리 위로 우산을 기울였어. 술에 취해 차가운 빗물에 몸을 맡기고 있던 크리스는 눈을 감고 있느라 그것도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세바스찬은 벌써부터 파리해지기 시작하는 크리스의 입술을 보고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려 헴스워스를 돌아봤어. 크리스의 위로 우산을 씌워주느라 이젠 세바스찬의 머리와 커트도 젖어들어가기 시작했지.



“그 쪽이, 크리스가 술 마시는 내내 목 놓아 부르짖던 스탠 대위님?”


“그렇습니다만..”


“뭐.. 처음 뵙겠습니다. 크리스토퍼 헴스워스라고 합니다. 크리스에게는.. Well, 오늘 처음 만난 그저 그런 소개팅 상대겠군요.”


“..소개팅이요,”


“뭐. 끌려나온 티가 역력하긴 하지만.. 네. 소개팅이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음. 그리 성공적인 소개팅은 못 되고 있네요. 여자친구한테 차이고는 처음 하는 소개팅에, 내가 지조없는 놈이라고 느껴질만큼 마음에 드는 상대였는데. 술에 잔뜩 취해서 그 마음에 드는 상대가 다른 알파가 보고싶다고 엉엉 우는건 음, 기분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


“미스터 스탠. 아니.. 캡틴 스탠. 전 크리스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아주 쏙 든다고요. 얼굴도 오목조목 예쁘고, 다른 흔한 남자 오메가들처럼 비실비실하지도 않고 몸매도 끝내주고. 절 속물이라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전 지금 굉장히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글쎄. 모르겠어요. 사랑스럽네요. 아주 사랑스러운 사람이예요.”


“..제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크리스는 무척 좋은 사람같아보여요. 착한 사람.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건 알 수 있어요. 상처도 잘 받고, 울기도 잘 우는 사람 말이예요. 제가 지금 이런 느닷없는 소리를 당신에게 늘어놓는 이유는, 내가 정말로 크리스가 마음에 든 것 같다는 걸 좀 알아달라는 뜻에서요. 크리스를 앞으로도 울리기만 할 계획이라면, 이 사람 저 달라고.”


“...크리스는 내 사람이 아닙니다.”


“노력은, 해보셨습니까?”


“………………….”


“크리스처럼 예쁜 사람을 갖기 위해 노력 한번 해보지 않고 지레 겁 먹고 물러선거라면, 정신 차리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네요. 크리스 같은 사람, 놓치면 아마 어마어마하게 후회하게 될겁니다. 맘같아선 크리스를 데리고 홀랑 달아나버리고 싶은데, 크리스가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오지랖 떨고 있는겁니다, 저.”



크리스의 머리 위로 우산을 기울여주고서 그저 조용히 헴스워스의 말을 듣고만 있는 세바스찬 역시 어느덧 크리스나 헴스워스만큼이나 쫄딱 젖은 꼴이 되어버렸어. 세바스찬의 두 눈이 멍하니 빗물이 고여드는 바닥으로 향하자, 헴스워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세즈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서 말했어. “크리스가 어디 사는지는 알고 있겠죠? 제대로 데려다주셔야 합니다. 안 그랬다간 스칼렛이 포크로 내 손등에 구멍을 내놓을지도 모르거든요.” 그리 말하고 헴스워스는 다시 한번 걱정스러운지 벤치에 앉아 고개를 꾸벅, 꾸벅 하고 있는 술에 취해 정신없는 크리스를 돌아보다 이내 돌아섰어.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쉬고서 말이야. 쏟아지는 빗 속을 가르고 저 멀찍이로 멀어지는 헴스워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바스찬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벤치에 앉은 크리스를 내려다봐. 세바스찬이 들고있는 우산 아래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크리스는 영 고개를 들 생각이 없어보였지. 한참을 그렇게 크리스의 머리 위로만 우산을 기울여둔 채로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던 세바스찬은, 이내 조용히 다가와 빗물이 고여있거나 말거나 크리스의 옆자리에 앉았어. 그러고는 크리스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보였지.



“크리스. 크리스, 이제 집에 가요. 당신 많이 취했어요. 몸도 너무 차갑고.”


“으응.. 나 하나도 안 취했어요-“


“크리스. 이러고 있으면 정말 감기 걸려요. ..나 쳐다봐주지도 않을 셈입니까?”



그제야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이리저리 상체를 흔들고 있던 크리스는 고개를 번쩍 들고 제 옆에 앉아 우산을 든 세바스찬을 돌아봤어. 크리스의 긴 속눈썹은 빗물로 흠뻑 젖어 유난히도 무거워보였지. 그렇게 천천히 눈만 꿈뻑거리며 세바스찬을 가만히 응시하던 크리스는, 이내 이마 위로 젖어 달라붙은 제 머리칼을 옆으로 쓱, 넘기나 싶더니 금새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날만큼 헤실, 웃어보이며 반쯤 풀린 눈을 하곤 느닷없이 외쳤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를 보고 헤실헤실 웃으며 저런 뜬금없는 발랄하기 짝이 없는 인사를 내놓은 크리스를 보면서, 세바스찬은 크리스가 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건지 그냥 제 눈 앞에 누군가 보이니 아무런 생각 없이 인사부터 하고 보는건지 알 수 없었어. 다만, 가까이서 마주보는 크리스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오랜만이라서. 그래서 그저 작은 대답만 내놓고 아무런 말 없이 빗물이 뚝뚝 흐르는 크리스의 말간 얼굴을 응시했지. 그 때, 크리스가 고개를 들어 벤치 옆에 보이는 키가 커다란 가로등을 올려보며 눈이 부신지 눈을 찡긋, 해보이더니 입을 열었어.



“달이 참 밝죠? 참 밝아요. 아아, 춥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달이 어디 있어요. 저건 가로등입니다. 추운데 옷은 또 이게 뭡니까? 술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어휴.. 잔소리. 대위님만큼 잔소리가 많다. ..어? 그러고 보니까, 당신 우리 대위님이랑 어어엄청 똑같이 생겼어요!”


“..크리스. 이제 겨울이예요. 이 추운 날에 비 쫄딱 맞고 있다간 큰일 나요. 일어나요.”


“싫어요! 난 비 맞는거 좋아.”


“크리스,”


“대위님을 처음 만났던 날에도, 이렇게 비가 왕창 많이 내렸었는데..”


“..크리스.”



크리스의 중얼거림에 세바스찬은 유난히 입 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키고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어. 물론, 세바스찬도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어.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빗물에 쫄딱 젖어서는 저택 로비의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오래된 고급 카펫을 흠뻑 적시고 있는데, 평소같았으면 까탈스러운 성질머리에 화를 내도 한바가지는 냈을 세바스찬은 긴장을 해서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오들오들 떨고있는 크리스에게 평소에 그러하듯 버럭, 화를 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괜한 옷차림을 꼬투리로 붙잡고 핀잔을 주기나 했지. 어쩌면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늘 가차없이 쌀쌀맞고 딱딱하게 사람들을 대하던 제가 제대로 화조차 낼 수 없었던 때에. 그 때 알았다면, 어쩌면 이렇게까지 두 사람이 힘들어지도록 감정을 키워오지도 않았을지도 몰라. 세바스찬은 손이 시려운지 자꾸만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크리스를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어. 그 때, 크리스가 다시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지.



“있잖아요.. 대위님은 정말정말 잘생겼어요. 처음엔 엄청 무뚝뚝하고 무서워보이긴 했는데, 실은 다정한 분이예요. 웃는 얼굴을 보면, 심장이 막 두근두근해요.”


“..그래요?”


“네. 정말 멋진 분이예요. 그리구요, 대위님한테는 어린 다섯살짜리 아들이 있는데요, 이름은 버키예요. 버키는 대위님이랑 엄청나게 닮았는데, 이렇게.. 이렇게 볼이 빵빵해선 정말 귀여운 꼬맹이예요. 나보고 백설공주님을 닮았대요. 엉뚱한 꼬맹이죠? 나랑 연애했던 사람도 나보고 덩치만 크고 예쁜 구석 하나 없는 오메가랬는데, 날 공주님같다고 말한건 그 꼬맹이가 처음이예요.”


“..당신이 연애했다던 사람은 엄청난 얼간이였던 모양이네요. 자기가 얼마나 예쁘고 착한 사람이랑 연애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모르겠어요. 이젠 그 사람이 했던 말들도 더 이상은 기억 나지도 않아요. 나는 그저.. 나는요….”



씩씩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놓는가 싶던 크리스의 말끝이 흐려지더니, 별안간 다시 고개를 푹 떨구었어. 그러더니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지. 그러기도 얼마쯤 지났을까, 곧 크리스의 어깨가 작게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어. 마치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려 부던히도 노력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도 성공적이지는 못했지. 결국은 “흐으으..”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거든.



“흐으.. 보고싶어요. 보고싶어 죽겠어. 버키베어도 너무 보고싶구요, 대위님도 너무너무 보고싶어요.”


“..그럼 왜 돌아가지 않아요? 그 두 사람도, 당신을 엄청 많이 보고싶어하고 있을거예요.”


“못 돌아가요. 나는.. 흐윽, 나는요.. 난 그저, 부모도 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가난뱅이 열성 오메가라서. 그래서 대위님처럼 진짜 왕자님 같은 사람은 넘보면 안됀대요.”


“누가. 누가 그런 말을 해요-“



크리스가 제 입으로 그런 상처가 되는 말들을 늘어놓는 모습에 목이 꽉 잠겨온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차가워진 손을 감싸쥐고 묻자, 크리스는 다시 고개를 들더니 이내 세즈를 돌아봤어. 크리스의 두 눈두덩이는 서러운 울음으로 붉게 달아오른 채였고, 파리하게 추운 날씨에 질려가던 입술은 연신 물어뜯어댄 탓에 퉁퉁 부어있어. 세바스찬의 두 눈을 술에 취해 조금 풀린 두 눈으로 한참을 응시하던 크리스는, 이내 속이 상해 견딜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림과 동시에 잔뜩 메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세상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요.”


“……………….”


“흐으으으,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흐윽, 힘들어 죽겠어.”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는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서럽게 엉엉 목 놓아 울어제끼기 시작했어. 빗소리와 함께 텅 빈 공원을 메우는 서러운 크리스의 울음소리에 덩달아 목이 메여오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이내 들고있던 우산도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젖은 크리스의 몸을 꽉 끌어안았어. 크리스는 이미 흠뻑 젖어버린 세바스찬의 코트자락에 얼굴을 묻고서 공원이 떠나가라 서럽게 엉엉, 몸을 들썩이며 울고 또 울었지. 떨리는 크리스의 등을 손바닥으로 토닥이면서, 크리스의 머리에 얼굴을 기대고서 세바스찬은 중얼거렸어.



“..맞아요.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이 힘드네요.”


“흐윽, 나느은- 나는요, 히끅, 파리 유학같은건 가기 싫다구요오.. 흐으으, 그럼, 그럼 정말 다시는, 대위님 못 만나는거잖아. 나는, 나는 정말로.. 흐윽, 멀리서만 보고 살아도 돼요. 정말 그래도 되는데,”



제 어깨 위에 얼굴을 묻고서 뭉개지는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참이나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던 세바스찬은, 이내 크리스의 몸이 더욱 심하게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하자 크리스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붙잡고서 고개를 기울여 크리스의 귓가에 속삭였어. “크리스. 안되겠어요. 이제 그만 일어나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크리스는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저어보였지만, 이 초겨울에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목 놓아 엉엉 울어대기까지 했으니 그 고갯짓에도 힘이 빠질대로 빠진 채였어. 그래서 세바스찬은 크리스의 어깨를 감싸쥐고, 팔을 붙잡고서 벤치에서 일어나 크리스를 일으켜세웠어. 술에 취해서인지 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차가운 비를 오래 맞아서인지 이리저리 크게 휘청거리느라 세바스찬은 크리스를 거의 안아들듯이 부축하고서 제 차로 걸어갔지. 조수석의 문을 열고 크리스의 머리가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럽게 조수석에 그를 앉힌 세바스찬은, 이내 문을 닫고 돌아와 운전석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어. 문이 쿵, 닫히고, 이젠 두 눈을 감고 의자 위로 축 늘어지기 시작하는 크리스를 돌아보고서 팔을 뻗어 크리스의 위로 안전벨트를 채웠지.


파들파들 작게 떨리는 크리스의 파리한 입술을 보고서 얼른 차의 히터를 틀고서, 세바스찬은 잠시 핸들을 붙잡고 아무런 말을 내놓지 않았어. 그저 가만히 흠뻑 젖은 크리스의 말간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지. 곧 차 안에는 훈훈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의 떨림은 가시질 않아서 세바스찬은 뒷좌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뒀던 겨울자켓을 집어들어 크리스의 젖은 몸을 덮어줬어. 그러고는 다시 또 입술을 꾹 깨물었지. 크리스는 눈을 감고 거의 잠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방금 전까지의 서러운 울음으로 밭은 숨을 몰아쉬는 중이었어. ‘세상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요.’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서 서럽게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귓가를 끊임없이 맴돌았어. 아무런 언질도 없다가 느닷없이 그 버키의 가정교사였던 오메가를 파리로 보내겠다 통보하던 아버지의 단호한 음성까지도. 별안간 세바스찬은 눈이 견딜 수 없이 따갑게 느껴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어. 얼굴을 적신 차가운 빗물 새로 뜨거운 물이 섞여드는 것이 느껴졌지. 크리스의 말이 맞아.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 힘들어 죽겠어. 더 이상은, 이렇게는 못 살겠어. 이를 악물고 눈을 감은 크리스의 파리한 얼굴을 응시하던 세바스찬은, 이내 유리창 아래에 올려뒀던 제 휴대폰을 집어들어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 통화버튼을 누르고 뚜르르, 뚜르르, 잠시 신호음이 가는가 싶더니 곧 달칵, 통화가 연결됐어.



“..어머니. 세바스찬입니다.”


[세바스찬? 이 시간에 왠일이니?]


“아버지, 지금 본가에 계십니까?”


[그럼, 계시지. 오늘 워싱턴에서 돌아오셨어. 왜?]


“..한 시간 뒤에, 본가로 가겠습니다.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뭐? 이 늦은 시간에? 왜 내일 오지 않고,]


“아뇨. 지금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세바스찬. 무슨 급한 일이길래 그러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혹시, 내가 걱정해야할만한 일인거냐?]


“..전화로 말씀 드리고 싶지 않아요. 직접 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My son,]


“한 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어머니.”



그러고서 세바스찬은 제 어머니가 더 이상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지. 그러고서 한참을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조수석에 앉아 이젠 완전히 잠든 듯한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봤어. 잠든 와중에도 뭐가 그리 서럽고 속이 상하는지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구겨져있는게 보였지. 세바스찬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크리스의 구겨진 미간을 문질러주고서, 흘러내리는 제 겨울자켓을 더 꼼꼼히 크리스의 어깨 위로 여며주고는 고개를 돌려 핸들을 붙잡았어. 그리고 마침내 차를 출발시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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