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로 어렵게 들어온 대학,
기대하던 대학 생활을 한 학기 마친 후
나는 어쩌면 많이 지쳤던 것 같아.

그리고 방학의 어느날,
영어학원이니 유럽여행이다, 농활이다. 다들 바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나는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계절학기를 신청해서 듣고 있었어.

계절학기 기말고사를 치루고 지친 몸을 버스에 실었을 때,
그 운명적인 노래가 나를 감싸주었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메이긴 우리 싫어요 \'

이거였어! 나는 그 때부터 ㅈㅊㅅ와 자갤을 찾아보며
RCT마스터란 자전거를 사고,
처음으로 펑크도 때워보며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어

반쯤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던 나는
주변에 자전거 타는 사람도 없고,
그냥 혼자가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서
부산에서 홀로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어.

"아까 자전거 실으시는 것 보니까 자전거 하이킹 가시나 봐요?"
나는 깜짝 놀랐어
낮선 사람에게 내가 먼저 말거는 일이 없는 아웃사이더 같은 나와
그녀는 많이 다른 사람이었어.

"예? 아 예,예"

"혼자가시는 거예요? 멋지다~."

"아.. 그 쪽분은 무슨 일로 가세요?"

알고보니 그녀도 혼자 자전거 하이킹을 떠난 모양이더라
나랑 동갑이었어, 내가 재수를 해서 그녀는 대학 2학년이었지

여자가 혼자 하이킹을 가다니.. 무슨 마음속에 답답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싶었지만 굳이 묻진 않았어.

그렇게 우린 우연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인연에 의하여
같은 여행을 시작하게 된거야..

"저기... 제주도에 가면 어디부터 가고싶어요?"

"나이도 같은데 말놓자 ㅋㅋ,  성산일출봉부터 가는게 어때?"
그녀가 귀엽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어


"그래 그러자 ㅋㅋ, 근데 서울이면 나랑 같은 학교다닐 수도 있겠다. 어느 대학 다녀?"

"아.. 난  이화여대..."

나는 너무 화가나서 그녀의 뺨을 때리며
"뭐 이 년아! 서울대인 내가 너랑 말을 섞어야겠니? 어떻게 그렇게 날 속일수가 있어?"

라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