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아메리칸 아이돌>의 에미상 도전기</H2>

9월 16일 오전 8시(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라토리움에서 열리는 제 59회 에미상을 며칠 앞두고 국내외 TV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는 <히어로즈>, <24>, <그레이 아나토미>, <어글리 베티>, <소프라노스>와 같은 수작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인지라 드라마 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 중 <소프라노스>는 대망의 마지막 시즌을 방영하며 15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특히 한국의 캐치온에서 레드카펫부터 본행사까지 전 과정을 방영한다는 사실은 한국 TV에서 달라진 미국 드라마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랜디 잭슨,폴라 압둘과 사회자 라이언 시크레스트.(왼쪽부터)

하지만 에미상은 오직 프라임 타임의 드라마 부문에만 상을 주는 시상식이 아니다. 에미상은 크게 프라임타임의 프로그램을 다루는 LA 에미상과 주간 시간대의 스포츠와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시상하는 뉴욕 에미상으로 나뉜다. 흔히 에미상이라고 알려진 것은 LA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프라임타임 대상 에미상이다. 또 프라임타임 에미상이 진행되기 2주 전에는 방송기술 분야만 별도로 진행하는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 어워즈’가 진행된다. 독창적인 방송 기술이나 프로그램의 미술, 촬영 전반에 걸쳐 수상하는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 어워즈’는 미국 TV의 발전에 기여한 실제적인 스태프들과 기술에 부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에미상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으로 만드는 분야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 어워즈’ 부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은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른 이유로 <아메리칸 아이돌>의 에미상 성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자칫하면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즈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기록될 운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2001년 처음 방영된 이후로 최고의 TV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자 리얼리티 쇼로 자리잡은 <아메리칸 아이돌>은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에서는 메이크업, 의상, 사운드 편집, 아트 디렉팅 부문을 수상해 가장 많은 기술상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에미상에서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성적은 바닥을 기록했다. 지난 6년 간 <아메리칸 아이돌>이 에미상의 후보로 오른 부문은 모두 22개 부문. 이 기록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8년 동안 에미상의 총 누적 25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으나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시트콤 <뉴하트>의 기록을 위협하는 수치다. 사람들은 과연 올해에도 <아메리칸 아이돌>이 에미상을 받지 못할 것인지, 혹은 하나라도 수상하여 그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것인지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 59회 에미상은 <아메리칸 아이돌>을 제작 방영한 폭스TV에서 중계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올해 에미상을 방영하는 방송사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제작한 폭스TV라는 점이다. 폭스TV는 시즌1부터 시즌5까지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시리즈 <24>가 에미상에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한번도 수상하지 못하다가 작년 제 58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와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기염을 토한 바 있다. 과연 올해에도 폭스TV는 작년 <24>가 누렸던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지극히 상복이 없는 폭스TV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올해 에미상 시상식을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제 59회 에미상 시상식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10시에 캐치온을 통해 방영된다.

(글) 차우진 lazicat@t-fa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