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드시즌 작품으로 소개된 ABC TV의 <일라이 스톤>은 또 다른 ABC 시리즈 <U><사만다 후?></U>와 유사한 점이 많다. 두 시리즈 모두 주인공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사고 또는 병으로 지금까지 돈과 명예를 쫓아왔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트콤인 <사만다 후?>가 가벼운 소재와 유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일라이 스톤>은 <뉴욕타임스> 등 대표적인 미디어에서 이 시리즈의에서 다뤄진 이슈를 가지고 몇 차례나 기사화 하는 등 TV 시리즈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문제가 된 것은 주인공 일라이 스톤(조니 리 밀러)이 맡은 어린이용 백신 소송 에피소드였다. 일라이는 자신이 소속된 법률 회사가 변호하는 대형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어느 어머니의 변론을 자진해서 맡는다. 그런데 한동안 큰 문제가 됐던 수은 성분의 보존제가 함유돼 있는 어린이용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일류 변호사는 약자들을 변호하기 시작한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물론 기타 의학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하지만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소문 때문에 일부 부모들이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거부해 기본적인 예방접종으로 피할 수 있는 소아병들이 한동안 기승을 부리기도 했었다. 때문에 <일라이 스톤>의 에피소드를 본 후 또 다시 이같은 부모들의 예방접종 거부 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뉴욕타임스>의 연이은 기사와 ABC TV의 광고주이기도 한 제약회사들의 항의로 ABC는 파일럿 에피소드 방송 후 간단한 부가설명을 덧붙였다. “위 에피소드는 특정 약품이나 제약회사, 또는 사람을 다룬 것이 아닙니다.”

<일라이 스톤>은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와 <더티 섹시 머니>의 프로듀서인 그렉 버란티와 <프랙티스>와 <로 앤 오더>의 마크 구겐하임이 창작한 시리즈로, 파일럿 에피소드에 대한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항의에 대해 방송국 관계자들은 단순한 시리즈가 아니라 시청 후 서로 대화나 토론을 하게되는 생각할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라이 스톤>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법률회사의 변호사 일라이 스톤은 남부러울게 없다. 직장 좋지, 능력있지, 돈 많이 벌지, 거기다 법률회사 사장 조단 웨더스비 (빅터 가버)가 점 찍어 놓은 회사 상속자이며, 그의 아름다운 딸 테일러 웨더스비 (나타샤 헨스트리지)의 약혼자다. 이쯤되면 일라이의 인생을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게다.그러던 어느 날 일라이의 귀에 자꾸 파이프 오르간 전주가 들려온다. 잘못 들었나 하고 귀도 후벼보지만, 계속 들려온다. 용하다는 침술사에게도 가보지만 소용없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멜로디… 테일러와 잠자리에 들려는 차에 음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로 조지 마이클의 <페이스>(Faith).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독자들은 당시 조지 마이클이 얼마나 인기있는 신 같은 존재였는지 기억하리라) 노래 소리를 따라가 보니 자신의 고급 아파트 거실에서 조지 마이클이 <페이스>를 너무나 열심히 부르고 있는게 아닌가. 일라이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다.

실제 TV중독자이기도 한 조지 마이클은 에피소드에 여러번 등장한다.

의사인 형의 설명에 따르면 일라이는 뇌에 동맥이 팽창하는 병(brain aneurysm)이며, 아마도 행동이 이상했던 아버지도 같은 병이었을 것이라는 것. 동맥 팽창으로 뇌의 일부가 압박을 받아 ‘헛 것’을 보게 된 것 같다고 말해준다. 너무 뇌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수술이 불가능하고, 언제 동맥이 터질지 몰라 사실상 시한부 인생이라고 얘기 듣는다. 이 때부터 돈많은 클라이언트만을 도맡아 변호했던 일라이는 힘없는 ‘작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주인공을 맡은 조니 리 밀러는 지난 시즌 조기 종영된 <스미스>에 출연했고, <트레인스포팅> 등의 컬트영화로 젊은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영국배우다. 이 시리즈에서는 무거운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자칫 지나치게 심각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들어 주는데 큰 일조를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일라이 스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조지 마이클이 직접 출연한다는 대대적인 광고가 아니었나 싶다. 시리즈를 창작한 버란티는 본래 조지 마이클의 팬으로, 쇼에 출연할 것을 설득하던 중 마이클이 TV 중독자란 것을 알게됐다고. 덕분에 그의 노래를 에피소드에 사용할 수 있게된 것은 물론 직접 여러 에피소드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 일라이가 마이클을 변호하게 된다.한편 에피소드의 제목은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으로 한다고. 첫 번째 파일럿 에피소드가 <페이스> 였다면,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그의 노래 중 ‘프리덤 90’를 삽입곡으로 쓴 <프리덤>이다.